크리스마스 전후 3일, 왕실의 특별한 행사에 함께한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스펜서로서 겪는 힘든 상황을 밀도 깊게 표현한 영화 <스펜서>......
그녀는 불과 19세의 어린 나이에 왕실의 일원이 되어 '자기스러움'을 억제하며 살아야 했습니다.
그녀가 영국 챨스 왕세자와 결혼할 당시 모든 여성의 로망이었던 인물이죠.
결혼 당시 다이에나비
그러나 그녀는 15년의 불행의 시기를 버티다 이혼을 감행하고 그 지옥을 탈출했던 용감한 여성입니다. 그녀의 '자아 찾기'의 과정은 참으로 험난한 길이었슴을 보여주며, 여성의 삶에서의 '자기되기', 아니 모든 인간이 시스템의 일원으로서 부속품이 아닌 자신의 욕망과 꿈을 직시하게 해 준 섬세한 심리 묘사가 눈길을 끈 수작입니다.
그녀는 사랑을 갈망했고, 무대 위의 연기자 같은 삶이 아닌 자유를 원했습니다.
그녀의 남편 왕세자는 결혼 전부터 유부녀카밀라 파커 볼스와 연인 관계였고 결혼 후에도 그들은 그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어린 왕세자비에게 그런 상황은 충격이었음을 우리는 짐작 가능합니다.
사랑과 자유.......
강신주 철학자는 말합니다. "모든 인문학은 사랑과 자유에게 바치는 헌사다"라고.
사르트르가 <존재와 무>에서 말했다죠?! "만일 내가 타인에게 사랑받아야 한다면, 나는 '사랑받는 상대'로서 자유롭게 선택되어야만 한다."
사랑을 하려면 자기 삶의 주인이 자기 자신이 되어야 가능한 얘기지요.
그러나 시스템 안에서는, 그 시스템에서 훈육된 많은 사람들은 사랑과 자유는 이율배반이라고 얘기합니다. 사랑의 조건을 갖추기 위해서는 대가를 지불하라고 하고, 사랑이라는 구속에서 벗어나라고 강요합니다.
<스펜서>에서 괴로워하는 엄마 스펜서를 보며 큰아들 윌리엄이 말합니다. "잠시 생각의 스위치를 꺼둬"라고. 스펜서의 두 아들 역시 그 전통이 싫지만, 왕가의 관습 안에서 교육받고 그 시스템에 어울리는 인물로 커가는 중이지요.
어떠한 동물 보다도 태어나 걷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인간이란 종은 그렇기에 시스템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정체성을 찾기 어려운 환경에 놓이게 됩니다.
그런 이유로 열아홉 살 다이애나도 왕실로 시집가는 것에 순응을 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고, 최진석 철학가의 말대로 꾸준히 '건너가기'를 감행해야 하는 존재입니다.
영화 속 스펜서는 왕실 가족과의 식사 자리에서 그 좋은 음식을 삼키지 못하고 다 변기에 쏟아냅니다.
왕실 셰프들이 특별히 공들여 왕세자비를 위해 장만하였건만......
그렇게 몸이 반응할 만큼 그녀의 심리는 거북한 상태임을 처절하게 보여줍니다.
대비해서 윌리엄과 해리 두 아들을 데리고 드라이브 스루로 주문한 맥도널 햄버거에는 기쁨이 충만한 표정입니다.
왕실의 식탁 장면과 두 아들과 햄버거를 사먹는 씬
그녀는 이름을 묻는 직원에게 "스펜서"라고 응답합니다.
왕세자비가 자기에게 어울리지 않는 옷을 벗어던질 수 있는 용기를 낸 것은 그녀를 가장 가까이에서 보필하며 사랑과 자유를 갈구하는 그녀를 이해했던 매기라는 인물의 "사랑합니다"란 고백이었을 겁니다.
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 걸까요?!
톨스토이의 단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의 질문이 떠오릅니다.
다이애나 스펜서는 인간다움을 추구했던 멋진 인물입니다. 단지 세간의 가십거리로 소비되기에는 큰 역할을 함으로서 역사의 진보를 이끌었던 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