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글쓰기를 하니 사진 실력이 고프다. 하지만 사진에 욕심을 내며 알게 된 사실은 나는 사진에 재미도, 재능도 못느낀다는 것이다. 결국 무료로 아름다운 사진을 받을 수 있는 언스플래쉬의 이미지를 쓰기 시작했다.
그래. 전문 영역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자. 사진과 글의 관련도가 다소 떨어지기는 하나 좋은 사진이 주는 품질 향상의 효과를 톡톡히 누린다.
Thanks Unsplash!!
언스플래쉬에서 이미지를 다운받던 어느 날 참으로 앙증맞고 눈에 안띄는 NEW 서비스가 보인다.
뭘까 들어가 보니 언스플래쉬의 새로운 광고 서비스(Brands)이다.
명료하게 꽂히는 카피들이 시선을 잡는다. 언스플래쉬가 제공하는 광고 서비스는 어떤 것인지 궁금해졌다. 이것을 어떤 방식으로 풀어내는지도 호기심이 생겼다.
페이지 전문을 살펴보자.
1. 강력한 리드 카피로 시작한다.
새로운 형태의 인터넷 광고가 필요하다는 리드문이 강렬하게 시선을 잡아끈다.
2. 그 밑으로 유튜브를 연상시키는 이미지 3개가 이어진다.
첫 이미지에서는 광고가 광고주와 독자 사이에 끼어든다는 것을 보여준다.
두 번째 이미지는 간섭의 형태로 들어간 광고가 독자들에게 회의를 안겨준다는 점을 강조한다.
광고가 많아질수록 화를 내는 사람들.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의 인기를 생각하면 설득력 있는 이미지다.
이미지의 비중에 비해 각각의 이미지에 딸린 카피의 비중은 적다. 더 자세히 알고 싶어하는 특이한 나같은 사람이나 글을 읽어본다. 텍스트가 편한 나는 이미지로 얻을 수 없었던 메시지를 텍스트로 채워본다.
이렇게 텍스트를 통해 제기된 화두.
"This is not a content problem.
This is not a targeting problem.
It's a context problem"
자. 그럼 언스플래쉬의 광고 서비스는 어떻게 context 문제를 해결해 준다는 것인지 알아보자.
3. 이제 중요도 2순위 서브 카피가 등장한다.
사람들은 광고보다 사람을 신뢰하므로 광고를 더 걸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안심되는 환경에서 더 많이 공유하게 하는 것이 유리하다. 즉, 언스플래쉬의 광고가 디지털 공간에서 신뢰를 잃지 않고 공유를 촉진시켜 줄 것이란 말이다.
4.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굳이' 궁금한 사람은 아래의 설명을 읽으면 된다.
컨텐츠 크리에이터들이 광고주의 이미지를 자발적으로 선택해서 컨텐츠를 창조하므로 컨텐츠가 풍부해진다. 믿을 만한 개인이므로 자연스레 신뢰가 확보된다. 공유를 통해 브랜드 주목도도 자생적으로 높일 수 있다.
"광고는 사람의 행위를 방해하는 것이 아니다. 가치를 더해준다"
언스플래쉬의 자산과 광고주의 니즈를 잘 설명하는 문구이다.
5. 브랜드 이름을 단 비쥬얼이 어떻게 퍼져 나가는지, 그리고 미디어 업계에서 어떻게 사용될지 광고주들이 생각만 해도 흐뭇해 할 이미지로 이어진다.
6. 마무리는
"아무나 신청하는 것이 아니다. 더 좋은 길이 있는 걸 아는 사람이나 신청하는 것이다"
라는 문구로 예비 광고주들의 자긍심을 자극한다.
7. 신청 버튼은 Join the waitlist.
자신감이 돋보인다.
"신청해 주세요~" 가 아니라
원하면
"웨이팅 리스트에 올리세요" 다.
클릭해서 들어가니 한층 더 높은 콧대를 읽을 수 있다. 현재 베타 서비스가 다 차있으므로 invite 를 요청하라. 서식을 작성하기 전에 최소 5만불을 준비하라. 보통 1~3 달 전에 인벤토리가 바닥난다. 우리가 자주 신청서를 확인할테니 기다려라. 그리고 요청한 인벤토리의 10% 정도만 받아들여질 것이다.
실제로 요청이 쇄도하는 것인지 애타게 만드는 마케팅인지는 확인된 바 없다.
8. 마지막 서비스 모토.
Make something awesome.
이 쯤 되면 이 서비스의 글을 쓰는 사람이 누구인지 참으로 궁금해진다.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군더더기 없이 글을 쓴단 말인가.
짧은 카피부터 긴 글까지 주제를 벗어나지 않으면서 기승전결의 내러티브를 잘 이어간다. 누구나 느낄 법한 불편함을 끄집어 내어 공감이 가고, 글도 쉽게 술술 읽힌다.
이 글이 좋게 느껴지는 이유를 몇 가지 꼽아보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기승전결의 짜임새가 있다.
글의 구조를 도식화해보니 이렇다.
새로운 형태의 광고를 원하는 광고주들의 니즈로 시작
광고주들의 고민
언스플래쉬가 제안하는 대안
그 대안의 구체적인 방식
신청 버튼
Make something awesome
섹션 하나 하나 내려갈 때마다 궁금증에 점진적으로 답을 준다. 무작위적인 정보의 나열이 아니라 계획하에 내러티브를 이어간다. 단편적인 정보가 주지 못하는 이야기 특유의 이끌림이 있다.
둘째. 쉽고 간결하고 명확한 글.
얼마나 쉬운 어휘를 이용했는지 보자.
영어 읽기 레벨을 측정하는 헤밍웨이앱에 넣어보자.
초등 3학년.
서비스의 핵심을 설명하는 아래 글도 헤밍웨이에 돌려봤다.
초등 4학년.
언스플래쉬의 광고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글은 중요 카피들에 비해 확실히 어려워지기는 했지만 네트워크에 대한 배경 상식만 있다면 매커니즘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위 내용을 간추려 보면
언스플래쉬는 사람들이 이미지를 다운로드하는 주요한 서비스다.
컨텐트 생산자들이 자발적으로 브랜드의 이미지를 선택해서 SNS 에서 출판한다고 해보자.
이 이미지들은 네트워크를 타고 자생적으로 퍼져 나간다.
광고는 사람을 귀찮게 하는 것이 아니다.
가치를 더해주는 것이다.
광고 모델과 효과가 연상되니 광고주라면 좀더 알아볼 의향이 생길 수 있겠다.
위 글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글이 아니다. 6천 만원 상당의 광고비를 결정하는 광고주를 대상으로 한 글이다.
쉬운 글은 수준 낮은 글이 아니다.
핵심을 분명하게 전달하는 힘이 있는 글이다.
세째. 사용자 니즈와 비즈니스 니즈를 훌륭하게 결합했다.
글이 설득력 있는 이유 중 하나는 광고 모델이 사용자의 불편함을 잘 파고 들어 효과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 광고가 나올 때마다 꺼버리다 결국 프리미엄 서비스를 신청하고야 말았다. 어느 샌가 광고, 구매 요청이 난무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성가시게 느껴진다. 광고 집중도가 떨어질수록 광고 효과는 떨어지고 무리하게 광고를 집행해야 하는 광고주들의 고충이 충분히 이해된다.
그런데 광고주나 브랜드 계정이 아니라 내 친구가 올린 브랜드 이미지라면? 인증된 미디어에서 이미지를 사용한다면?
광고주 입장에서는 좋은 이미지를 보유하여 광고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언스플래쉬는 비즈니스 모델에 가치와 수익을 더하게 될 것이다.
컨텐트 크리에이터들은 좋은 이미지를 공짜로, 또는 PPL 로 활용할 수 있으니 좋다.
시장의 니즈와 자사의 핵심 역량이 잘 결합되니 글이 더 그럴듯하게 들린다.
네째. 글과 이미지가 완벽한 상호 보완을 이룬다.
신문을 읽을 때 큰 제목과 작은 제목, 이미지 정도만 훑다가 관심 가는 기사가 나오면 글을 읽는다. 해드라인만으로 기사의 맥을 잡고, 자세히 알고 싶은 사람만 글을 읽으면 된다.
헤드라인과 본문의 내용이 다른 것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이미지와 제목의 상관성이 떨어진다면?
하지만 인터넷 글을 보다 보면 이미지 따로, 메시지 따로인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미지는 예쁨만 담당하고 글은 내용이 다르다. 전달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글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언스플래쉬 페이지에서 사용한 이미지를 가져와 보자.
아래 이미지는 광고가 사용자들의 행위 중간에 끼어든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래 이미지에서는 광고가 많아질수록 사용자의 분노가 증가하는 모습이다.
언스플래쉬에 올라간 이미지가 미디어 상에서 널리 퍼져나감을 보여주는 이미지이다.
큰 카피와 이미지만 보고도 맥락을 파악할 수 있고, 궁금한 사람들은 글을 읽으면 된다. 글이 길지 않으니 읽는데 부담이 없고, 읽고 나면 메시지가 더 명료하게 이해된다.
메시지를 이해하는 길에 불필요한 장애물이 없으니 더 빨리, 더 쉽게 개념을 이해할 수 있다.
다섯째, 글의 주체가 명확하고 일관적이다.
이 글을 읽는 대상은 기업에서 브랜드, 광고, 마케팅 등을 담당하는 사람이다. 이 글은 일관되게 하나의 타겟에게 이야기한다.
종종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아무 신호 없이 다른 사람으로 주제가 옮겨갈 때가 있다. 주체가 달라지는 것만으로 맥이 끊기고 내용을 다시 확인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일관되게 한 사람에게 말하는 것만으로도 글(과 말)이 더 쉽게 이해된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많다.
첫쨰, 핵심을 설명하는 부분이 약하다.
유튜브 광고의 한계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은 느낌이다. 정작 중요한 내용은 패이지 아래에 작은 글씨로 숨겨져 있다.
컨텐트 크리에이터들이 신뢰할 만한 상황에서 사진을 공유한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정확히 다가오지 않는다. 가독성도, 구체성도 부족하다.
다음으로 가치 중심적인 진술을 생략하고 바로 광고 모델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면 좋았을 것같다.
언스플래쉬의 서비스 모델은 단순 명료하다. 무료 이미지 공유로 네트워크 효과 최대화하기.
소셜에서 컨텐츠를 생산하는 사람이라면 좋은 이미지에 대한 갈망이 있다. 가리모쿠 소파를 리뷰할 때 좋은 가리모쿠 이미지가 있으면 싶고, 사이다를 마실 때 사이다 이미지가 있으면 싶다.이런 이미지를 저작권 걱정없이 쓸 수 있다는 건 얼마나 큰 혜택인지.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형태의 광고가 필요합니다"는 선언은
"우리는 시장을 선도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처럼 멀고 허망하다.
가치 선언없이 바로
"사람은 사람을 신뢰하는 법이죠. 내 친구가 SNS 에서 내 브랜드 이미지를 사용해 준다면 어떨까요? "
처럼 구체적으로 모델을 설명하는 카피로 시작했다면 처음부터 더 주목의 힘이 크지 않았을까.
유튜브를 겨냥한 이미지 비중이 좀더 적었으면 좋았을 것같다.
광고던 정치던 경쟁자를 버젓이 드러내며 "저쪽 편은 이런 부분이 정말 나빠"라고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미국적인 솔직함이 한국인의 정서와 맞지 않아서만은 아니다. 공격의 대상이 사람이 아니라 내용일 때에는 이성적으로 받아들일 여지가 있다. 기존의 광고 모델에 느끼는 광고주들의 고민을 누구나 아는 유명 서비스를 예로 들어 전개하니 이해를 돕는다는 부분도 훌륭하다.
하지만 유튜브와 동일 사용자를 두고 자리 뺏기를 하는 매체도 아니고 이미지라는 언스플래쉬만의 직관적이고 강력한 무기가 있는데 유튜브 광고의 한계보다 자사 광고의 활용 방식이나 효과를 강조하는 데에 더 많은 공간을 할애했다면 더 메시지의 힘이 강력하지 않았을까.
베타 프로그램이니 아쉬운 점이 분명 존재하지만 글의 틀과 표현이 좋다. 이 정도의 페이지만으로도 다양한 부서원이 이 한 페이지를 위해 협업하고 고민하고 시도한 모습이 훤히 그려진다.
사용자 팀과 사용자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을 테고, 비즈니스 팀과 비즈니스의 목표를 검토했을 테고, 디자인팀과 이미지를 만들고, 라이팅 팀에서는 구조를 세우고 쓴 글을 쓰고 수정을 거듭해 가며 탄생한 페이지임이 분명하다.
글을 통한 메시지 전달을 중시하는 문화,
이를 뒷받침하는 체계적인 교육,
스타일 가이드나 협업 체계와 같은 조직적 시스템,
한 페이지를 만들고 수정하는 데에 드는 긴 고민과 시간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만나야
자사의 상품을 효과적으로 설명하는 좋은 글이 나옴을 믿는다.
언스플래쉬에서 내 브런치로 날아온 그림 한 장으로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