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포드 대학의 클리포드 나스와 코리나 옌은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 작용 방식에 대한 연구 몇 가지를 『관계의 본심』에서 소개한다. 여기에서 이들은 사람들은 컴퓨터를 다룰 때 사회에서 통용되는 규범을 적용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길 안내를 해주는 차량 내비게이션은 남성의 목소리로 안내했을 때 안심하고, 애정과 교감을 위한 서비스에서는 여성의 목소리가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즉, 제품과 그 제품 안에서 사용하는 언어가 일관될 때 사용자들은 기계를 더 잘 이해하고 신뢰한다.
복잡한 심리학을 적용할 필요는 없다. 사람은 디지털 미디어와 상호작용할 때도 인간관계에서 통용되는 심리와 매너를 기대한다. 누구나 다정한 말투를 좋아하고, 칭찬에 기뻐하며, 일방적인 전달보다 주고 받는 대화를 좋아하고, 이해하기 쉬운 말을 하는 제품에 애정을 보낸다.
미래 혁신을 이야기하는 기업의 총수가 훈계조의 일장 연설을 늘어놓는다면 우리는 그것을 혁신이라고 생각할까? 고객이 애타게 정보를 찾는데 계속 농담을 던진다면 고객은 이 농담을 유쾌하게 받아들일까?
언어적, 비언어적 요소를 모두 동원하여 일관된 방식을 써야 커뮤니케이션의 효과가 극대화되는 것처럼 디지털 세계의 글쓰기 또한 제품이나 서비스가 추구하고자 하는 것과 일관된 방향, 개성, 보이스, 톤을 가져야 한다.
『콘텐츠 UX 디자인』에서 저자 재니스 래디쉬는 디지털 매체에서 좋은 글이란
- 고객과 나누는 대화이다
- 질문과 답변이다
-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공한다
라고 규정한다.
서비스 제공자가 제공하는 모든 정보는 사용자와 나누는 대화의 일부여야 한다.
상황을 떠올려보자.
한 고객이 바지를 사고 싶어 온라인 쇼핑몰에 들어왔다.
고객의 마음속에는 수십, 수백 가지의 생각이 떠오를 것이다.
- 이 쇼핑몰은 다른 쇼핑몰과 뭐가 다를까?
- 바지를 사러 왔으니 바지를 검색해보자. 검색창은 어디있지?
- 바지를 색깔별로 보고 싶은데.
- 가격은 어떻게 되나요?
- 여름에 입어야 하는데 이 바지 원단이 덥지 않을까 궁금합니다.
고객은 쇼핑몰에 잠시 머무르는 순간에도 수많은 질문과 탐색을 거친다.
위의 질문에 아래와 같이 답을 주면 어떨까?
질문 1.
이 쇼핑몰은 다른 쇼핑몰과 뭐가 다를까?
답변 1.
- 아무 특징도, 정보도 없다
(고객: 성의가 없어보인다.)
- 세련된 고급 패션!
(고객: 세련과 고급은 누구나 하는 말인데. 다른 쇼핑몰과 다를 바가 없군.)
질문 2.
바지를 사러 왔으니 바지를 검색해보자.
답변 2.
- 검색창이 잘 안보인다
(고객: 검색창은 어디 있지? 이렇게 구석에 조그맣게 보이다니. )
- 내비게이션으로 들어가서
( 고객: 쇼핑몰인데 왜 메인 메뉴에 ABOUT US, CONTACT US 가 있는거야. 바지를 찾으려면 한 단계 더 들어가야 하잖아. )
질문 3.
색깔별로 바지를 보고 싶은데.
답변 3.
- 색깔 아이콘을 보고
(고객: 아. 여기 있다. 그런데 아이콘을 클릭해도 이미지 색상이 바뀌지 않는 걸)
- 어쩔 수 없이 사업자가 제공하는 이미지로 색깔을 본다
(고객: 색깔별로 분위기가 이렇게 다르구나. 그런데 색상별로 동일한 이미지를 보고 싶다.)
질문 4.
가격은 어떻게 되나요?
답변 4.
- 숨겨진 배송비 정보
(고객: 배송비 정보가 없네. 그럼 배송비가 무료일까 유료일까?)
- 할인, 프로모션 정보가 궁금
(고객: 다른 브랜드는 적립이나 할인 혜택이 많던데. 여기는 찾을 수가 없네. 혜택이 없으면 사기 싫다. )
질문 5.
여름에 입어야 하는데 바지 원단이 덥지 않을까 궁금합니다.
답변 5.
- 작고 촘촘한 상세 설명, 또는 부족한 설명
(고객: 읽기 싫다. 정보가 부족하니 딴 곳으로 가보자.)
어떤가? 온라인 쇼핑몰을 둘러보며 흔히 겪는 일 아닌가?
사이트의 한 요소가 고객의 요구에 효과적으로 답하지 못할 때 성질이 급한 사용자라면 즉시,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두 세 번 반복되면서 짜증을 느끼기 시작하고 곧 다른 사이트로 넘어간다.
온라인 쇼핑몰에는 쇼핑을 도와주는 직원이 없다. 실물도 볼 수 없다. 하지만 고객이 옷을 구매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와 궁금증은 실생활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럼 위의 질문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답을 줄 수 있을까?
질문 1.
이 쇼핑몰은 다른 쇼핑몰과 뭐가 다를까?
답변 1.
20년 경력의 명품 MD 출신 디자이너가 만듭니다
(고객: 아. 명품 MD 출신이라면 세련된 안목을 기대해 볼 만하겠다.)
질문 2.
바지를 사러 왔으니 바지를 검색해보자.
답변 2.
확연히 보이는 검색창, 빠른 검색 결과, 연관 검색어까지 모두 결과로 제시
(고객: 결과가 빨라서 좋다. 옷을 찾기 편한데)
질문 3.
색깔별로 바지를 보고 싶은데.
답변 3.
색상 아이콘을 누르면 모든 이미지가 바꾼 색상으로 대체
(고객: 모든 각도와 특징을 색상별로 볼 수 있구나)
질문 4.
가격은 어떻게 되나요?
답변 4.
가격 옆에 배송비 정보, 할인, 적립 정보도 잘 보이는 곳에 명기
(고객: 내가 낼 금액은 이 정도구나. 할인을 받으니 끌리는데, 조금 더 검색해보자)
질문 5.
여름에 입어야 하는데 바지 원단이 덥지 않을까 궁금합니다.
답변 5.
글씨가 읽기 좋게 배치되고, 꼭 필요한 설명이 필요한 위치에서 제공된다
(고객: 아, 이 원단이 냉장고 바지에 쓰는 원단이구나)
답변이 만족스러울수록 사람들은 더 오래 머물고, 사이트 제공자가 원하는 행동(구매, 참여, 회원 가입 등)을 할 확률이 높아진다.
디지털 매체에서 고객은 읽지 않는다.
필요한 대목을 눈으로 찾다가 찾는 정보가 있다면 그 부분만 읽어 보고, 필요한 정보가 없으면 바로 넘어간다.
2006년 닐슨 노먼 그룹에서 배포한 아이트래킹 자료로 이러한 웹 사용자들의 읽기 행태가 분명해졌다.
사람들의 시선이 많이 머물수록 붉은 색이 강해진다.
사람들은 첫 단락의 앞 부분을 보다가 다음 단락, 다음 단락의 앞 글자로 바로 넘어간다. 긴 글의 아래 단락으로 갈수록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이 색상은 F 모양을 띄고 있어 F shape 패턴이라고 부른다.
그럼 사람들은 왜 디지털에서 읽지 않으려고 할까?
『콘텐츠 UX 디자인』에서는 사람들이 읽지 않는 이유를 네 가지로 말한다.
1. 너무 바쁘다.
2. 필요로 하는 내용이 아니다.
3. 필요한 답만 보면 된다.
4. 정보 과부하에 걸려 있다.
당신이 싫거나 잘못 해서가 아니다. 그저, 사람들은 너무 바쁘다.
볼 것도 많고 읽을 거리는 언제든 넘쳐 있다. 업무도 많고, 할 일도 많다. 쉬기도 해야 한다.
몇 일 만에 세상의 정보가 두 배 씩 늘어나고, 공급이 넘쳐나 대안이 풍부한 현대 시대에 대충 훑어 보고 필요한 것만 취하는 행위는 삶의 노하우이자 정당 방위이다.
따라서 컨텐츠 기획자들은 짧은 문구 하나에 많은 내용을 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미지로 대체 가능한 경우에는 그나마 짧은 글마저 사라진다.
재니스 래디쉬는 웨비나 『Making Every Word Count』에서 바쁜 사용자들을 위해 컨텐츠의 핵심만 고르고 골라 최대한 짧고 빠르게 고객이 정보를 얻게 하라고 강조한다.
"우리 고객은 고학력 전문가라 글이 많아도 괜찮아요",
"그렇게 컨텐츠를 자르면 필요한 내용을 볼 수가 없잖아요"
라는 클라이언트에게
"컨텐츠를 자르는 게 목적이 아니에요,"
"고객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절약시켜 주자는 겁니다"
라고 답한다.
도주키의 Tech Writing Handbook에서는 독자에 따라 글의 난이도를 결정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쉬운 글을 좋아하므로 쉬운 글을 쓸 것을 권고한다. 아울러 그 어떤 고객을 대상으로 하더라도 고등학교 2학년의 문해력 수준을 넘어서지 말라고 제안한다. 약사를 대상으로 한 글이라도 그 약사가 약대에 입학하기 전에 무리없이 읽을 정도의 글을 써야 한다는 의미이다.
재니스 래디쉬 역시 전문가들도 쉬운 글을 선호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삶이 고단하고 바쁘므로 빨리 읽는 것을 선호하고, 생각보다 전문가 고객일지라도 전문 용어를 많이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제 컨텐츠 기획자들은 최대한 읽는 부담을 줄이면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짧게 축약했다고 해서 중요한 메시지가 누락되면 안된다. 그 어떤 경우라도 명심할 부분은 한 단어, 짧은 문구 하나일지라도 고객의 질문에 대한 답이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럼 대체 고객의 질문을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
문구 하나 만들 때마다 고객과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눠야 한다는 말인가?
실제 고객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인터뷰, 설문지, 고객센터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최대한 자주, 많이 듣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순간 고객과 이야기를 나누고 결정을 내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고객과 만나 이야기하고, 고객의 생각을 들을 수 있는 사용자 조사 기법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다루기로 하고, 이 글에서는 고객 시나리오-흔히 페르소나라고 부르는-에 대해서 다루도록 한다.
『콘텐츠 UX 디자인』에서 저자 재니스 래디쉬는 고객을 이해하기 위한 7단계를 제시한다.
1. 핵심 고객 목록을 만들어라.
2. 고객에 대한 정보를 모아라.
3. 고객군별로 주요 특징을 알아내라
4. 고객들의 의문점, 과제, 이야기를 수집하라.
5. 이 정보로 페르소나를 만들라.
6. 페르소나마다 목표와 과제 정보를 추가하라.
7. 이 정보로 시나리오를 만들라.
단계 하나만로도 글 한 편이 나올 정도로 내용이 방대하지만 여기에서는 마지막 7단계, 고객 시나리오 부분만 간단히 다뤄보자.
고객과 대화를 나누려면 고객이 누구인지 알아야 한다. 초등학생 조카에게 말할 때와 직장인 조카에게 말할 때 말투, 내용, 장소가 달라진다. 초등학생에게는 과자 한 봉지로 점수를 따지만 직장인 조카가 썰렁 개그와 과자 한 봉지에 만족할 리 없다.
그럼 나의 고객은 누구인가? 연령대는 어떤가? 어떤 일을 하는가? 무엇을 좋아하는가? 내 주제와 관련해서 가진 궁금증, 어려움은 무엇인가?
아래 페르소나 사례는 한 온라인 여성 쇼핑몰을 위해 만든 고객 페르소나이다.
이 쇼핑몰은 지난 몇 년 간 오프라인에서 의류를 제작해 판매해 왔다. 세계를 휩쓸고 간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미래의 언택트 경제를 체감하고 온라인으로 사업을 확장하기로 결심했다.
이 쇼핑몰의 디자이너는 세계적인 패션 스쿨 이태리 마랑고니 인스티튜트에서 수학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10 여 년 간 명품 브랜드의 MD를 맡았다.
높은 안목, 상위 5% 를 자부하는 품질 좋은 원단과 봉제, 품질에 비해 낮은 마진율을 보이며 오프라인 도매 시장에서 단골 고객을 확보해왔다.
패션 스타일은 언제 어디서나 입을 수 있는 기본 스타일 위주이고, 좋은 원단과 세련된 디테일로 유니클로와 같은 캐쥬얼 기본과 차별화되는 세련된 스타일을 자랑한다. 일상에서 멋스럽게 입거나 격식이 필요한 비즈니스 현장에서 두루 두루 입을 수 있다.
고객층은 주로 30~40 대. 유니클로, 탑텐 같은 캐쥬얼 기본과 구호, 르베이지같은 고급 기본의 사이에 고급 브랜드와 스타일을 선호하지만 비싼 가격대에 부담을 느낀 사람들을 중심으로 고객층이 형성되어 있다.
이런 상황을 바탕으로 두 고객군을 뽑아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첫 번째는 30대 전문직 싱글 여성
30 대 전문직 골드 미스이다. 한끗 다른 세련됨을 추구하지만 패션에 지대한 지식을 보유하고 최신 트렌드를 꿰차고 있는 패션 리더는 아니다. 전문성을 드러낼 수 있는 격식있는 의류와 척 걸치기만 해도 멋스러운 일상복을 겸하기를 원한다.
업무와 취미로 바쁘기 때문에 패션 정보를 얻을 시간이 많지 않다. 조금 더 비싸더라도 품질에 안심할 수 있는 브랜드 제품을 선호한다. 이들에게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개인 브랜드는 다소 위험해 보인다. 품질에 대한 신뢰, 구매와 서비스에 대한 안심이 이들에게 중요하다.
두 번째는 40대 부유한 주부
40대 부유한 주부로 자녀 한 두 명을 뒀다.
패션이나 명품에 관심이 많아 젊은 시절 쇼핑을 많이 했다. 40 대 주부가 되니 그동안 사들인 옷이나 가방이 다 부질없다. 일상에서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최고다. 단, 스타일은 중요하다. 티셔츠 한 벌만으로도 충분히 멋스러울 정도의 세련된 디테일과 고품질이 중요하다. 고급 의류를 많이 보고 경험했기 때문에 원단을 보는 안목이 높다.
자녀 교육비가 많이 들어가는 시기라 전문직 싱글에 비하면 소비 여력이 높지 않다. 거품을 뺀 브랜드가 백화점, 홈쇼핑 등 판매처를 다변화한 것도 위기이다.
이들은 편안하고 세련된 기본, 확실한 품질이 중요하다.
페르소나를 만들었다면 이제부터 이 페르소나와 친구가 되어라. 페르소나에 해당되는 실제 인물을 떠올리라. 이들을 관찰하고, 대화하라. 끊임없이 떠올리고 생각하라. 컴퓨터에 페르소나를 붙여두어라.
컨텐츠를 만들 때 이 페르소나는 왜 옷을 사러 올까, 어떤 궁금증을 느낄까, 어떤 말투에 안심할까, 지금 어떤 어려움을 가지고 있을까, 무엇에 만족할까를 끊임없이 생각하라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사람을 우리는 좋아하지 않는다. 상대의 생각을 읽고 들어주는 사람을 좋아한다. 컨텐츠도 마찬가지이다. 내 말이 아니라 페르소나가 원하는 답을 제공하는 컨텐츠를 고객들은 좋아한다.
나를 내려놓고 페르소나로 살아라.
보이스앤톤 디자인이란?
『마이크로카피』에서 킨너렛 이프라는 보이스앤톤을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보이스앤톤 디자인
브랜드가 모든 인터페이스에서 사용자와 커뮤니케이션할 때
사용하는 언어를 규정하는 가이드라인
이 책에서 제시한 개인 정보를 요구하는 두 기업의 사례를 살펴보자.
나이키: 어린이 온라인 개인 정보 보호 법령에서 요구합니다.
J. Peterman: 죄송해요, 우리 변호사가 꼭 필요하다고 전해주었습니다.
브랜드의 보이스는 이와 같이 말하는 방식을 규정한다.
2017년 구글 IO "How Words Can Make Your Product Stand Out"에서는 브랜드 보이스를 이렇게 규정했다.
보이스와 톤은 정보의 내용, 수준, 소통 방식, 분위기 등 모든 것을 결정한다.
톡톡 튀고 도전하는 20 대 패션을 선보이는 스타일 난다와 1년 중 10개월을 입을 수 있도록 포멀한 기본 스타일을 선보이는 텐먼스 사이트의 분위기와 말하는 방식,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이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보이스앤톤은 임의로 결정해서는 안되고 사업, 고객, 시장을 다각적으로 분석하여 결정한다.
사업
- 회사가 추구하는 바는 무엇인가?
- 추구하는 바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제품을 만드는가?
- 이 제품으로 인해 세상이 어떻게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는가?
시장
- 경쟁자는 누구인가?
- 경쟁자의 성공 원인
- 경쟁자와 차별점은 무엇인가?
- 약점은 무엇인가?
- 기회는 무엇인가? 위협은 무엇인가?
고객
- 고객의 인구통계학적 특성
- 고객의 니즈와 문제
- 고객의 꿈과 희망
- 고객의 거부감과 우려
- 고객의 선호도
- 브랜드와 고객의 관계
위의 분석을 바탕으로 브랜드의 성격을 결정한다. 성격은 아래의 성격 척도를 활용해 볼 수 있다.
위의 쇼핑몰을 대상으로 보이스앤톤을 규정해보자.
위 사이트의 고객은 주로 30~40 대 여성이고 소득 수준이 높다. 트렌디한 하이 패션보다 안정된 세련미를 추구한다. 확실한 것은 아낌없이 투자하지만 불필요한 것은 적은 돈도 아끼는 합리적인 소비자이다. 논리적이고 지적인 고객이라 감성에 소구하기 보다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정확한 정보가 중요하다.
패션 업계의 통념에 따라 "신비주의가 필요할 것 같아요", "상류층 분위기는 어떨까요", "고급스러움을 강조해야 할 것 같아요" 하는 사업주의 요구를 물리치고 이런 제안을 했다.
- 세계적인 패션 스쿨, 명품 MD 출신이라는 이력을 부각함으로써 높은 디자인력을 과시, 여타 자체 제작 쇼핑몰과 차별화를 시도
- 마진율을 줄여서라도 고품질의 소재를 사용하는 꼼꼼함과 장인 정신 부각
이미 고급스러운 세련됨을 표방하는 업계 선도 브랜드가 포진해 있고, 몇몇 패션 리더들이 상류층 이미지를 선점하고 있다. 이 사이트는 이보다는 품질을 향해 꼼꼼하게 노력하는 디자인 장인의 모습으로 사이트, SNS 에서 소통하게 될 것이다.
단, 그 어떤 보이스를 택한다 하더라도 사용자는 이해하기 쉽고 인간적인 대화체의 글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 바란다.
2017년 구글 IO에서는 "How Words Can Make Your Product Stand Out"라는프레젠테이션을 제공했다. IO 최초로 UX Writing 에 대한 주제를 다뤘는데, 여기에서 작가가 없거나, 작가를 고용할 여력이 되지 않는 회사를 위해 전문 작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시도할 수 있는 디지털 매체의 글쓰기 원칙을 제시한다.
디지털 글쓰기의 세 가지 원칙
1. 명료한 글
2. 간결한 글
3. 유용한 글
각각의 원칙을 적용한 구글의 사례를 살펴보자.
원칙 1. 명료한 글
구글은 글의 명료함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기술 용어, 전문 용어를 사용자의 일상 언어로 바꾸는 것
명료함의 핵심은 일상 언어이다. 전문가 용어, 기술 용어가 아니다. 누가 봐도 이해할 수 있고, 누구나 쓸 법한 언어가 명료하다.
명료함을 실제 사례에서 어떻게 적용했는지 살펴보자.
failure, authentication 은 어렵다. 일상 용어로 바꾸자.
sign in 이 failure, authentication 두 개의 전문 용어를 대체했다.
동사가 has occurred 이다. 동사는 행위를 담는 강력한 단어이다. has occurred 는 소프트웨어 상태를 가리킬 뿐 힘이 없다.
소프트웨어가 아닌 사용자가 주체가 되었다. 사용자에게는 로그인 상태보다 내가 잘못된 패스워드를 입력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사용자의 관점에서 생각하라.
원칙 2. 간결한 글
간결성은 짧다는 의미를 넘어 '효율적'이어야 한다.
아래 메시지를 다시 보자.
단어 하나 하나가 모두 독립적인 역할을 하는가?
Sign-in error 제목이 불필요하다. 제목이 없어도 내용 전달에 문제가 없다.
자리가 있다고 의미 없이 내용을 채우지 말아라.
내용을 먼저 생각하고 그에 맞는 디자인을 하라
Content First Design
제목을 제거했다.
내용 전달에 아무 지장이 없다.
중요한 원칙 하나 더.
가장 중요한 정보가 가장 앞에 배치되어야 한다.
위의 F 패턴을 떠올려보자.
핵심 문구인 incorrect password 가 가장 뒤에 배치되어 있다.
앞으로 빼보자.
원칙 3. 유용한 글
컨텐츠는 고객이 해야 할 것을 원만하게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위의 이미지를 다시 살펴보자.
비밀번호를 잘못 입력했을 때 "OK" 버튼은 부족하다.
잘못 입력했으니 그 사실을 받아들이라는 의미인가?
명령어를 수정했다.
비밀번호를 잘못 입력하면 다시 시도해 봐야 한다.
하지만 이것도 부족하다.
비밀번호를 잊은 사람은 재설정할 수 있어야 한다.
재니스 래디쉬는 모바일에 적합한 컨텐츠는 무엇입니까? 란 질문에 아래와 같이 답한다.
모바일에 적합한 컨텐츠는 없다.
좋은 컨텐츠만 있을 뿐이다.
반응형 디자인같은 기술을 적용하기 전에 좋은 컨텐츠가 더 먼저이다.
좋은 컨텐츠는
나를 알고,
고객을 알고,
나만의 목소리로
명료, 간결, 유용하게 쓰는 것이다.
이는 시대와 대상과 매체를 불문하는 원칙이기도 하다.
참고 문헌)
『콘텐츠 UX 디자인』, 재니스 래디쉬, 위키북스
『마이크로카피』, 킨너렛 이프라, 에이콘
『관계의 본심』, 클리포드 나스, 코리나 옌, 푸른숲
웨비나, 『Making Every Word Count』, 재니스 래디쉬, Nielson Norman Group
DOZUKI's Tech Writing Handbook(PDF)
2017년 구글 IO "How Words Can Make Your Product Stand 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