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트리를 내리다

오늘이야기

by 조이 영

어제 주일 미사는 주님 세례 축일로 예수님께서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 받으신 일을 기념하는 날로 성탄 시기의 마지막 날이었다. 성탄 4주 전에 시작하는 대림 시기부터 반짝이던 크리스마스트리를 내리는 날이다.

새해가 되면 캐럴이 낯설어지면서 점점 사라진다. 반짝이던 트리 장식도 새해 해돋이에 밀려 정리되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교회에서는 12월 25일 성탄 대축일 이후 8일간의 축제 기간이 지나 주님 세례 축일까지 불을 밝힌 후 내린다. 대략 크리스마스이브 이후 2주간이 된다.


지난 12월 초부터 집 구석구석 장식한 크리스마스 장식과 트리를 오늘 정리했다. 제일 먼저 걸고 제일 나중에 내리는 것은 거실 별 중앙 벽에 있는 자작나무로 만든 별이다. 그리고 그 옆으로 앵두 전구로 트리 모양 장식한 벽 트리를 내렸다. 만삭일 때 배운 퀼트로 만든 헝겊 크리스마스트리는 주머니에 넣었다. 어두운 복도를 밝혀 주던 작은 초록 크리스마스트리는 상자에 담았다. 현관에 붙여 놓은 벽걸이 모양의 루돌프 장식을 떼었다. 마지막으로 큰 화분에 꽂아 놓은 사기로 된 산타 할아버지와 루돌프 장식픽을 뽁뽁이에 감싸 테이프로 묶었다.


자작나무 별은 지네 전구를 감아서 빛만 반짝이는 소박한 별이다. 말 구유에 태어나신 예수님의 겸손하심을 기억하려 아무 장식을 하지 않았다. 크리스마스 특강을 하면서 화려한 장식물들이 내 손을 거쳐 갔지만 정작 우리 집 크리스마스를 밝히는 장식은 그지 없이 담백하다. ‘대장네 집에 식칼이 없다’는 속담을 생각할 수 있겠지만 아니다. 필요할 것 같은 곳에 정작 없는게 아니고 남의 일은 잘해 주면서 자신 일은 소홀히 하는 것도 아니다. 수업 시간에 장식을 너무 하다 보니 비어 있는 것의 자유로움이 좋아진 것 같다.


앵두 전구로 꾸민 벽 트리는 이사 오고부터 작은 아들이 맡아서 만들어 주었다. 줄 전구 하나로 벽 트리를 만들어 공간 차지하지 않고 장식할 수 있어 유용하다. 올해는 아들이 못하고 내가 처음 만들어 보았다. 혼자 테이프 자르고 붙이면서 아들이 결혼했다는 게 다시 실감 났다. 8년 동안 반짝이던 줄 전구 선이 하나 끊어져 반은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 아들 손이 아니란 걸 안 걸까. 한 깐 건너 반짝이는 불빛은 내 마음 같아 애달펐다.


퀼트로 만든 크리스마스는 유일하게 남은 나의 퀼트 작품이다. 임신으로 휴직을 하고 아기를 기다리며 만든 초록 천 트리이다. 조각 천을 모아 바느질로 바구니, 지갑을 만들어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 친정어머니에게 준 퀼트 파우치와 바구니를 보고 아버지는 놀라셨다. 온전한 천도 없고 미싱도 없어 천 조각을 모아 바느질해서 만든것으로 오해하셨다.


아이를 낳아 친정에서 몸조리를 하는데 멋진 부라더 미싱을 사 오셨다. 돈이 없어서 그렇게 만든게 아니라고 설명해도 누비질을 한 그 모양새를 이해하지 못하셨다.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임산부들이 고급 일본제 조각천으로 태교한다고 만들었다고 설명해도 딸이 했을 노고가 안타까우셨나 보다. 그렇게 바느질할 정도면 뭐라도 다 할 거 같으니 가져가라고 하셨다. 그렇게 내게 온 미싱은 커튼, 이불, 아기 턱받이까지 많은 것들을 탄생시키고 아버지의 유품이 되었다.


크리스마스 장식이 사라진 집안은 고요하다. 반짝이던 불빛들이 없어지고 나니 서운한 느낌마저 든다. 그냥 더 두고 볼 걸 그랬나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해가 길어지고 있는 태양의 힘에 기대야 할 것 같다. 트리 불빛으로 소외되었던 스탠드 조명의 스위치를 켰다. 아직 이렇게라도 마음의 등불을 하나 더 밝혀야 따뜻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