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병원입니다

다시 수술과 입원

by 뮌헨의 마리
2023.10.6 입원 첫날. 입원실 창가의 저녁 석양.



갑작스러운 소식에 들 놀라시겠지만, 전하기로 하자. 떤 소식인들 갑작스럽지 않은 게 있겠냐 하면 변명이 될는지도. 다시 입원을 했다. 갯불에 콩 볶듯 한글날에는 수술도 했다. 암 걸리고 수술만 세 번째였다. 이번에는 또 뭐냐. 잘 지내다가. 역대급으로 건강한 모습으로 한국까지 잘 다녀와 놓고 말이다.


시작은 통증이었다. 9월 중순쯤 익숙한 허리 통증이 찾아왔다. 올해 방사선 치료 직전에 생겼다가 방사선 치료 중에 나았던 그 통증. 예감이 안 좋았다. 그래도 설마 했다. 아니길 바랐다. 통증이 있고부터 등산도 못 갔다. 카타리나 어머니와 시누이 바바라와 근교 호숫가서 산책으로 대신했다. 운동과 효 묶음 세트라 할까. 어머니뿐 아니라 바바라와 나 역시 만족한 나들이였다. 바이에른의 가을 풍광이 꽤 근사했기 때문. 운전도 바바라가 했으니 나는 어머니의 SUV 뒷좌석에서 긋하게 창밖 풍경을 감상하기만 하면 됐는데 허리와 엉덩이 통증이 문제였다. 무지 오가며 앉은자리가 편하지가 않았다.



주말에 3인실에서 창밖으로 보이던 가을.



지난주 목요일이었나. 날씨도 흐리고 통증으로 몸도 뻐근해서 집에만 있었다. 그날은 진통제가 잘 듣지 않았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와 넷플릭스로 K드라마 <힙하게>를 보았다. 재미있게 잘 보다가 무서운 살인 사건이 자꾸 일어나는 바람에 분위기를 깼다. 달달하고 즐거운 드라마를 보려던 건데. 저녁에 자러 가면서 진통제를 먹고 한밤중에 또 먹고 새벽에 일어나 또 먹어도 통증이 사라지질 않았다. 울고 싶은 통증, 이라고 할까. 다음날 아침까지 통증은 그대로였다. 남편에게 암센터에 연락을 부탁하고 당장 병원으로 달려갔다.


병원에 오자마자 모르핀 주사를 놔주었다. 살 것 같았다. 그런데 CT를 기다리는 세 시간 동안 통증은 반복적으로 찾아왔다. 온몸에 식은땀이 흘렀다. CT를 찍고 나자 더 심해졌다. 통증 있은 지가 언제냐고 묻더니 왜 이제야 왔냐고, 하필이면 그것도 금요일에,라면서 대놓고 눈치를 주던 무서운 간호사도 엄살이 아니란 걸 눈치채신 모양이었다. 의사가 CT 결과를 보더니 허리 쪽 뼈에 금이 갔단다. 에구머니나, 세상에! 뼈 임자는 누구? 난 금시초문인데. 암만 생각해도 언제 어디서 뼈에 금이 갔는지 짐작도 안 갔다. 나도 참! 둔한 건지 미련한 건지.


다시 MRI를 찍었다. 독일에서 이런 일사불란함은 좀처럼 보기 드문데 내 경우가 좀 급박하긴 한가 싶었다. MRI는 올초 방사선 결과를 다시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척추 주변을 둘러싼 정체불명의 근육 같은 게 무엇인지 명확하게 결론이 나지 않았기 때문. 이번 MRI 때는 종양으로 판단되어 바로 수술로 제거하기로 했다. 더 자라서 신경을 누르기 전에. 수술도 월요일 오전으로 잡혔다. 난 왜 이리 운이 좋을까. 이런 속전속결은 정말로 드문데. 독일에서 말이다. 거기다 허리 수술 전문가까지 계시다니 수술을 하기도 전에 안심이 되는 구조였다.



입원한 주말에 먹은 병원 밥이 왜 그리 맛있던지. 물론 우리 가게 사장님께서 보내주신 비×고 호박죽이 단연 최고였지만!



금요일 오후에 바로 입원을 했다. 남편과 아이가 필요한 걸 챙겨 왔다. 입원실은 3인실이었다. 할머니가 두 분 계셨다. 80살쯤 되신 할머니들. 한 분은 매주 2박 3일씩 입원하셔서 항암을 받고 계시고, 한 분은 수술을 하신 분 같았다. 입원 첫날 창밖으로 바라본 석양이 아름다웠다. 문제는 오후 5시 저녁 식사가 끝나자마자 6시부터 불 끄고 주무시는 분위기. 7시에는 두 분 다 코를 고시며 주무시더라는. 침대 위 독서등을 켜고 책을 보던 나도 8시 반에 마법처럼 잠이 들었다. 아침인가 하고 잠을 깨니 밤 12시. 아침저녁으로 모르핀 약을 복용해서 수술하기 전까지 통증과는 두 번 다시 마주치지 않았다. 다시 아침까지 꿀잠을 잤다.


토요일에는 한글학교에 간 아이에게 우리 가게인 한국 식품점에 들러 비×고 호박죽을 사 오라고 시켰다. 사장님께서 돈도 받지 않으시고 아이를 통해 한 보따리 챙겨주셨다. 그 호박죽을 먹던 주말은 행복했다. 난 호박죽을 제일 좋아한다. 너무 고운 단호박죽 말고 시골 장터에서나 먹을 법한 할머니표 덩어리 지고 거친 호박죽 있잖나. 길고 큰 자주콩이 씹히는 식감까지도 사랑한다. 이번 여름에 갔을 때는 못 먹고 왔네. 내년에는 꼭 먹고 와야지! 창밖으로 따뜻한 햇빛이 비쳐드는 창가가 내 침대 자리였다. 책을 읽다가 스르르 잠들기도 여러 번. 신기하게도 2박 3일 밤낮을 잘 잤다. 에서 잘 때보다 더.


그리고 한글날에는 수술. 전날 일요일은 우리 스님께서 돌아가신 지 100일째였다. 스님께서 지켜주실 거라 믿었다. 날씨도 좋았다. 남편과 아이가 수술 전에 와서 용기를 주었다. 난 한 번도 걱정이 되거나 불안하지 않았다. 독일의 의술과 의사를 믿었다. 푹 자고 일어나면 수술은 끝나있을 것이고, 수술 전에 병원밥도 잘 먹고 푹 쉬었으니 회복도 빠를 것이라 믿었다. 연 그랬다. 수술은 잘 끝났고, 수술 다음날인 오늘은 물리 치료사와 함께 침대에 앉고 일어서서 몇 발 내딛는 연습까지성공리에 마쳤다. 혼자 돌아눕거나 움직이진 못해도 침대 머리맡을 높여서 혼자 물을 마시고 밥을 먹는 미션 정도는 거뜬하게 할 수 있다. 당연히 책도 읽고 글도 쓴다. 이것도 걱정 마시라고 쓰는 글이다. 1주일 정도는 입원해 있을 것 같다. 그사이에 나는 다시 일어나 앉고 서고 걸을 것이다. 내년에 한국에 가서 다시 해운대 바닷가에서 맨발 걷기를 하고, 절친 J가 소개해 준 한의원에 가서 침도 맞고, 지금도 눈에 삼삼한 고소한 채×당 솥밥도 실컷 먹고 오기 위해서. 러니 희망은 언제나 내 편이다.



2023.10.9 수술 후 1인실로 옮겨오자 나를 반기던 꽃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