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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첼리나 Nov 10. 2024

일몰과 야경

여행할 때 저녁에 돌아다니는 유일한 이유

나는 등산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평소에는 작은 동산도 잘 올라가지 않는데, 여행만 가면 어디든 높은 곳에 꼭 가는 편이다. 탁 트인 도시 전경을 바라볼 수 있으니까. 그리고 어지간하면 그곳이 일몰, 야경 맛집일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해가 떨어지면 집밖으로 나가지 않는 편인데, 여행지에서만큼은 일몰과 야경을 보기 위해 한 도시에서 하루쯤은 늦은 밤에 나돌아 다닌다. 현재 내가 있는 오클랜드의 전경을 360도로 볼 수 있는 곳은 ‘마운틴 이든’이다. 화산 분화구가 작은 산을 이룬 지형이 바로 마운틴 이든인데, 제주도의 오름을 생각하면 된다.


사실 마운틴 이든 자체의 풍경, 즉 분화구는 다시 봐도 큰 감흥이 없었다. ‘산굼부리’에 온 것 같은 느낌이 강렬했으니까. 하지만, 높은 건물이 없는 탓에 오클랜드 시티의 전경을 바라보면 절로 탄성이 쏟아진다.


나는 같은 날 마운틴 이든에 두 번 올랐다. 푸른 바다와 하늘을 보기 위해, 일몰과 야경을 보기 위해. 일몰을 보러 다시 산을 찾았을 땐 낮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풀밭에 앉아 서쪽을 응시하는 사람들, 그 뒤로 펼쳐진 도시와 바다, 낭만이 넘실댄다.



오후 8시에 해가 지는 뉴질랜드. 일몰의 절정은 그로부터 30분 뒤에 찾아왔다. 신기한 건 눈으로 보는 것보다 영상이나 사진으로 찍으면 더 예쁘게 나온다는 사실.


어둠이 깔리자 반짝거리며 빛나는 오클랜드 시티.


대낮에 찍은 같은 풍경은 이렇다.



도심에 랜드마크가 하나 우뚝 솟은 모습은, 때론 흉물스럽기도 하지만 확실히 인상적이긴 하다. 14년 전에 스카이시티에 오르기도 했었지.



일출도 아름답지만, 개인적으로는 일몰을 더 사랑한다. 솔직히 일출을 보러 갈 때는 잠에서 덜 깨서 정신없을 때가 많다. 그래서 해가 뿅, 하고 솟으면 ‘빨리 숙소에 돌아가서 자야지.’라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


반대로 일몰은 푸른 하늘이 서서히 다채로운 색깔로 변하다가 붉은 기운을 마음껏 뿜고, 종국에는 까만 어둠과 반짝이는 불빛으로 마무리 짓기 때문에 더 사랑하는 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일몰 직후보다 30여 분을 더 기다려야 만날 수 있는 붉은빛의 향연도 우리의 인생처럼 느껴진달까.


앞으로 가게 될 세 개의 도시에서도 아름다운 일몰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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