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귀가 혹사당하고 있다.
만식아~ 만식아~. 여러분의 일꾼 만식이를 찍어주십시오. 만식아. 불러 주십시오.
아침부터 만식이를 찾아대는 선거유세가 귀를 찌른다. 공약 내용 같은 것은 없다. 그저 이름을 기억에 심으려는 수작이다.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쉬어버린 목소리가 쇳소리를 머금고 만식이를 외친다. 18층 오피스텔에서 문을 닫고 있어도 귀에 정확하게 꽂히는 그 이름. 5일 동안 100번은 넘게 들었다. 어제 '만시가'란 이름표를 단 사람이 꿈에 나왔다.
공약이라는 것도 비슷비슷하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지하철이든 광역전철이든을 쭈욱 이어버리고, 건설하기로 논의 중인 문화 시설은 확 당겨서 지어 버리겠다고 한다. 정말 열심히 하겠다고 한다. 4년 전에 나왔던 내용들이 그대로 나온 것도 있다. 실행이 참 어렵다는 것은 비밀이다.
엄마 정치인을 뽑아달라고 한다. '엄마'라는 말은 정치판에서도 강력한 키워드인가 보다.
교육감은 정말 모르겠다.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이미 내 삶은 학생들의 교육과 너무 멀어졌단 말이다. 이래서 만식이를 외치는 것 같다. 익숙한 이름에 찍어 주라고.
시의원, 구의원들이 4년에 한 번씩 나와 선거 유세를 한다. 지역 행정 진행의 정책심의를 한다는데 어떤 성과를 지표로 삼는지는 모르겠다. 선거 사무실이 생겼다 없어진다.
이번 지방 선거 출마자 후보자 7531명, 전과가 있는 후보자 2,727명. 36.2%다. 이 중 음주/무면허가 40%이니, 음주운전에는 상당히 관대한 나라임에 틀림없다. 그까짓 거 사람이 술 좀 먹을 수도 있고, 운전도 할 수 있는 거지. 그렇게 해서 피해는 다른 사람들이 본다.
찐찐찐찐찐 이야.. 완전 찐이야.. 이 노래는 정당에 상관 없이 쓰고 있는 듯하다. 후보자를 소개하는 것인지 노래를 소개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선거에서 사용하면서 꽤 사용료를 낼 텐데, 돈 주고 노래만 선전하는 셈이 되었다. 500원 김종국 부산어묵 보다 못한 선거 노래다.
6월 1일. 선거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귀가 혹사당하고 있다. 하루는 빨간 물결, 하루는 파란 물결. 날짜를 정한 것인지 번갈아 가면서 길거리 유세를 펼친다.
나는 사전투표를 했다. 투표를 모니터링하는 6-7명이 투표장을 바라 보고 일렬로 앉아 있다. 그중에 3 명은 바쁜 일이 있는지 열심히 전화기에 무언가를 쓰고 있다. 아마 어디 어디에서 차출돼 일당이나 받으려고 앉아 있는 권태에 빠진 공무원들인가.
투표는 민주주의의 꽃이라는데, 그 꽃을 피우는 것이 이렇게 어려울 수가 없구먼.
선거 유세라는 게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하려는 것인지 아예 쳐다보기도 싫게 만들고 싶어 하는 수작인지 알 수가 없는, 시끄러운 일요일 오후가 지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