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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아줌마 Aug 11. 2023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

엄마로 살아가기 17

아이들이 방학이다.

다행히 돌봄교실을 이용할 수 있어서 아이들의 점심을 챙기지 않아도 된다.

사실 돌봄교실을 이용하는 첫 번째 이유는,

바로 방학 때 아이들의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서이다.


아이들은 스스로 돌봄교실에 가지 않는다.

아이들이 씻는 것과 옷 갈아입는 것을 스스로 할 수 있지만, 엉덩이가 떨어지지 않으니 하라고 시켜야 한다.

물통과 필요한 물건을 챙겨주는 것 역시 엄마의 몫이다.

(아이들이 돌봄교실에 가는 것을 원하는 편이 아니다 보니, 보내야 하는 이유가 명확한 엄마가 움직여야지)


아이들을 돌봄교실에 데려다주고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사서 집에 오니 11시 40분쯤 되었다.

아이들에게 13시에 데리러 가겠다고 했으니, 나에게 주어신 시간은 대략 1시간 정도 된다.

아무리 아이들이 초등학생이라고 하더라도 아이들은 나에게 수시로 물어보고, 요청한다. 또 학원 스케줄과 공부도 챙겨줘야 하니 아이들이 있으면 내가 원하는 것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한다.

하루 24시간 중,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은 1시간이라니.. 내가 내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시간이 고작 5% 밖에 되지 못한다.





나는 첫째 4돌 즈음에 4년 동안 잊고 있었던 일을 다시 해보겠다고 아이들과 떨어져 사무실로 향했다.

1년 정도 워밍업 기간을 갖고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했다.

5년 만에 다시 일을 하니 너무나도 즐거웠다.

모두가 잠든 새벽시간 좁은 책상에 앉아 이어폰을 꽂고 영상을 확인하고, 노트북을 두드리는 그 시간이 기다려졌다.

낮에는 육아와 집안일을 해야 하니 업무 할 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웠고, 하루에 4-5시간만 자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지난 5년 동안 나는 <풀타임 근무+두 아이의 주양육자+주부>라는 세 가지 역할을 동시에 수행했다.

혼자 먹는 점심은 가볍게 패스하고, 일을 하다가 휴대폰 알람소리가 들리면 아이 픽업을 위해 집을 나선다.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는 집안일이 더해진다. 간식을 챙겨 주다가 세탁기 소리에 빨래를 꺼내고, 아이를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길에 장을 본다.




지난 5년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으로 열심을 다했다.

부족함이 있었겠지만, 나는 3가지 역할을 동시에 해야 했기에 이보다 더 잘할 수는 없었다.

분명 즐거운 일도 있고, 아이들을 보며 미소 지어지는 순간도 많이 있지만, 몸이 너무 무겁고 마음 한편이 답답해졌다.

'만성피로인가, 번아웃인가... K-직장인 누구나 이 정도의 어려움은 갖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버텨왔다.

고민 끝에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나를 위한 시간을 갖지 못하고 나에게 주어진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 애썼던 시간을 생각하면, 휴식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비록 육아휴직 기간일지라도 나에게는 <두 아이의 주양육자+주부>라는 2가지 역할이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그럼에도 회사업무를 위해 사용했던 시간을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아니 멍하니 있어도 괜찮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휴식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는 나를 위한 시간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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