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해지는 줄 알았던 코로나가 다시 폭증하면서 전일 재택근무로 바뀌었다.
회사도 안 나가고, 친구도 안 만나고, 폭염으로 외출까지 안 하다 보니 유일한 낙이 배달음식이 되었다. 우리 집은 번화가와 가까워서 다양한 음식과 음료들의 배달이 가능했다.
그래서 골라 시켜 먹는 즐거움이 있었다.
그중 커피는 회사에서 점심 식사 후 마시던 습관 때문에 거의 매일 새로운 가게에서 배달시켜 마셨다.
그날 선택한 가게는 한 번 먹어본 적이 있는 가게였는데 아이스라떼가 맛있어서 두 번째 주문을 했다. 그날은 달달한 커피가 마시고 싶어서 생크림이 들어간 커피를 주문했다.
커피가 곧 도착했고, 달달함을 기대하며 한 모금 마신 순간 당황스러웠다.
생크림라떼가 아닌 아이스라떼가 온 것이다.
나는 바로 배민에 전화를 했고 상담원은 커피를 다시 받을지 환불받을지 선택하라고 했다.
달달한 커피가 꼭 마시고 싶었던 나는 커피를 다시 받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고, 잠시 후 배민에서 전화가 왔다. 가게 측과 통화를 했는데 제대로 보낸 게 맞다고 했다. 이해가 안 갔던 나는 가게 사장님과 직접 통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런데 상담원의 대답은 나를 또 한 번 당황하게 만들었다. 가게 번호를 알려줄 수 없다고 한 것이다. 가게 사장님의 동의를 받아야 알려줄 수 있다고 했다. 개인 휴대폰 번호를 물어본 것도 아닌데 가르쳐줄 수 없다니 의아했지만 규정이 그렇다니 어쩌겠는가?
그럼 사장님과 통화할 방법이 없는 거냐고 물으니 포털사이트에서 상호명을 검색하면 나올 거라고 했다. 매끄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사장님과의 통화를 위해 전화번호를 찾았고, 사장님의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생크림을 정량으로 넣어서 제조한 게 맞고, 생크림을 넣는다고 커피가 달달해지지는 않습니다."
"저는 달달한 커피를 마시고 싶어서 생크림이 들어간 커피를 주문했어요. 제가 먹어본 생크림 커피들은 달달했었거든요. 이런 맛일 줄 알았다면 아이스라떼보다 1500원이나 더 내고 주문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달달한 맛이 나려면 설탕을 추가로 넣어야 합니다."
이런 대화가 오갔고, 잘못 온 커피가 아니었므로 나는 알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결과적으로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서로 기분 좋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
사장님은 레시피대로 커피를 만들었고, 나는 이전에 마셔본 생크림 커피에 기대감으로 주문을 했던 건데 이렇게 돼버렸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내가 원하던 달달함이 없어서 그렇지 커피 맛 자체는 괜찮았다.
하지만 꽁한 기분은 어쩔 수가 없었다.
당분간 이 가게에 커피를 주문하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의도와 상관없이 서로 또는 혼자만 기분 상하는 일이 주위 사람들과도 가끔 생긴다.
상대의 잘못이 아닌 걸 알지만 내가 예상한 기대감이 깨지면 마음이 그리 쉽게 풀리지 않는다.
특히, 가까운 관계일수록 서운함, 꽁한 마음 등은 더 크다. 가까운 관계에서는 사건 자체보다는 관계에 따른 감정적인 부분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아마 좀 더 나를 이해해주고, 생각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커서 그럴 것이다. 그래서 상대의 잘못이 아니라 따지지는 못하는데 서운함은 남아 있어서 그 서운함을 표현하려다 속 좁은 사람으로 보일 것 같아 속앓이를 하는 경우도 있다.
나도 이런 종종 이런 경험들이 있어서 나름의 해결 방법을 찾았다.
'살다 보면 이런 일도 있지, 뭐~' 하며 최대한 빨리 잊어버리는 것이다.
그나마 정말 다행인 건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노력하지 않아도 그때의 기분은 잊힌다.
나도 아마 시간이 좀 지나고 나면 이 꿍한 마음이 사라지며 그 아래 깔려있던 맛있는 아이스라떼를 기억하며 다시 주문하는 날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