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재밌는 일

나의 적성에 맞는 커리어

by 마리고루도

정말 오랜만에 이런 식의 주제로 사고를 해본다.

그 주제는 '나의 적성에 맞는 커리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주에 나의 직속 상사분이자 이 Country Office의 최고책임자와 2025년 연말 평가 면담을 했다. 거기서의 피드백을 정리해보면, 나는 내 관심분야와 강점이 명확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내년까지 파견근무 기간 끝나면 2027년부터는 한국 본부로 복귀해서 일을 하게 되는데, 그 때 가고 싶은 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고 알려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잘 맞을 것 같다고 특정 팀을 제안해주셨는데, 그 팀은 그랜트사업을 따오기 위해 국제개발의 형식에 맞는 로직을 구성하고 사업제안 및 모니터링, 결과보고를 해야 하는 팀의 특성 상 업무가 논리적인 성격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내가 생각치 못하게 상사분은 그 팀의 팀장님이 나와 잘 맞을 것 같다는 것을 이유로 주로 언급하셨다.

내가 그 팀의 팀장님과 대화가 잘 통할 것 같다, 그 팀장님을 보완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서로 재밌게 잘 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셨다.

나도 그 분과 사업제안을 함께 해본 적이 있기 때문에 그 분 스타일을 어느정도 경험해봤는데, 나도 정말 동의하는 바였다. 같이 일을 했을 때 나의 직설적인 의견개진에 감정적으로 불편해하지 않으셨고, 토론다운 토론이 되었다.


이것과도 직결되는데, 나의 뚜렷한 강점과 관심분야는 M&E다. 분석적이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필터가 기본적으로 뇌에 장착되어 있는 느낌이다. 이게 뚜렷해서 단점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뭐만 하면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점, 문제가 어디에(누구에게..) 있는지를 자동적으로 생각하고 그걸 보다 보니까 내 사고의 흐름과 입술을 통제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두면 그런 피드백만 나가는 게, 좀 분위기를 해친다고 느껴졌다고 할까. 그랬다.

그리고 나는 하나님이 내 모든 가치관의 기반이다 보니 사실 모니터링/평가 보다 서비스 딜리버리가 좀 더 '형제자매를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명령에 맞다고 느껴진 것도 있다. 그래서 NGO가 나의 가치관에 맞다고 느낀다. 일단 형제자매를 사랑하려면 뭐를 해야 하는거니까. 반면에 그 뭐를 한 걸 잘 했는지 못했는지 따지는 성격의 모니터링/평가 직무는 뭔가.. '비판받지 아니하려면 비판하지 말라' 라는 말씀을 볼 때마다 오히려 찔리는 성격의 직무였다. (물론 그 목적이 더 나은 프로그램 실행이지만. 하다 보면 비판 쪽으로 가는 게 인간의 본성인가 보다.) 그리고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다 라고 하는 말씀에 비추어볼 때, 그게 효율적이었든 지속가능했든을 떠나서 그 지극히 작은 자 중 하나에게 서비스가 전달되었다면 그것이 더 중요한 것이었으니까. 그래서 서비스 딜리버리 분야, 그러니까 실행(implementation) 분야 중에서도 실행 분야인 NGO 현장 사무실로 오게 되었던 것 같다.


소위 국제개발이라고 하는 산업 내에서 NGO가 가장 실행 쪽에 있고, 그 NGO 내에서도 현장 사무실이 가장 실행 쪽에 있다. 내가 있는 현장 사무실은 전체 인원이 약 40명에, 오피스 갯수도 총 4개이기 때문에 운영관리 부분도 상당히 큰 축인데, 나는 직책이 그런 운영관리 부분이 아니고 현장 사업 전반을 담당하는 프로그램 매니저라서 정말 실행 of 실행 이다. 여기서 프로그램 '오피서'가 아니고 프로그램 '매니저', 즉 관리직인데 보다 관리감독 및 피드백 업무가 많지 않냐 라고 하면, 이 현장 사무실의 맥락을 잠시 설명하면 좋을 것 같다.

이 현장 사무실은 3~4년 전에 설립해서 지금까지는 정말 조직구조를 짜고 그에 맞게 스탭을 채용하고(이건 내가 오기 전), 그리고 내가 온 2024년부터는 이를 안정화시키고 이 구조에 맞게 각자의 포지션에서 적합한 일을 할 수 있게, 그러니까 뭔가가 '굴러갈 수 있게' 만드는 시기였다.

그 와중에 프로그램을 '런칭'하고 '돌리는' 게 내 역할이었다. 음.. 그러니까, 뭔가 한번도 작동하지 않았던 톱니바퀴같은 기계를 처음으로 돌리려면, 그만큼 '동력'이라는 게 들어갈텐데, 그 동력을 제공하는 역할이었던 것 같다, 되돌아보니. 그 와중에 한국의 업무기준에서는 기본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기본적이지 않은 현지 동료들과 함께.

일기장에 '안되는 걸 되게 하려고 애쓰는 걸 힘들어서 더이상 하고 싶지 않다'라고 써놨었는데, 정말 그게 돌아가게 하는 동력이 들어가야 하니까 힘들었던 것 같다.

올해는 2년차로서, 1년차에 쌓은 기본적인 현장 업무환경에 대한 적응도와 서로에 대한 파악을 바탕으로 프로그램이 '돌아가게 하는', 즉 실행되게 하는 성과를 낸 한 해였던 것 같다.

그런데 나는 그 실행이 정말 재미가 없다..그래서 요즘 업무의욕이 정말 없었다. 해야 하니까 하는 거였다. 그런데 정말 잘했다고 생각이 드는 건, 재미 없어도 그 순간에는 그래도 열심히 한 것 같다는 것이다. 이게 내 힘만으로 되는 게 아닌데, 그 순간 열심히 할 수 있게 도와주신 성령님께 감사하다.

올해는 정말 행사도 많고 방문팀도 많았다. 그리고 누가 다치기도 했다. 그 와중에 이 국가 사무소에서 처음으로 하는 그랜트사업 제안도 있었다.(그 몰아치는 일정 속에서도 이 업무는 그나마 재미있었다. 그래서 그 타이트한 일정 내에서 크게 스트레스 안받고 오히려 효능감을 느끼며 했다.)

그걸 지나오다 보니 소진이 되어 있었고 그 와중에 업무는 재미없지만 해야 하니 했던 성격의 업무이니 정말 노잼이었고.. 그 굴레 속에 어떻게 어떻게 좀 쉬어가자 라고 생각하며 지나왔던 11월 한달이었다.


그런데 내년 업무 분장이 정말 생각지도 못하게 흘러갔다.

나는 실행에서는 한발짝 물러나고, 그 자리를 현지 코디네이터 스탭이 맡아서 들어오기로 했다. 나는 그 한발짝 물러난 실행에서의 에너지를 모니터링/평가 체계 구축 및 현지 코디네이터 스탭에게 프로그램 실행관리의 경험을 전수하고 성장시키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

어제 이것이 논의 및 공식화까지 일사천리로 이루어졌고, 그것을 공식화하는 회의가 끝나고 내 자리에 돌아와서는, 정말 오랜만에.. 내가 의욕을 가지고 주도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경험을 하게 됐다.

내년에는 해야 하는 일이 재밌을 것 같다.

일이 재미가 다가 아니라는 걸 알고 경험해왔지만, 점점 느껴지는 건, 나에게는 일에 있어 재미가 상당히 큰 부분이라는 점이다. 거의 1위를 차지하는 요소이다.


1을 넣으면 1.5가 나오는 것이 내 강점이라고 했을 때, 내 강점인 직무는 명확하다. 그리고 그게 내가 재미를 느끼는 직무와 동일하다.

내 상사분도 면담에서 나는 연구직/전문직이 어울리는 것 같다고 했는데 나도 전혀 이견이 없다. 이제는 제 3자로부터도 그런 평가를 받으니, 그쪽 일을 하고 싶다. 왜냐하면 올해 내게 재미가 있지 않은 직무를 해보니 노잼이어서 참 힘들었기 때문이다. 노잼중에 그런 노잼도 없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측면은, 그 일이 솔직히 내가 보기에 전혀 멋있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기 일에 대한 만족도? 도 중요한 측면이라고 했을 때 그 만족도가 떨어진다.

나는 내가 잘하는 일, 재미있어 하는 일, 멋있다고 느끼는 일이 일치한다. 그래서 그렇지 않은 다른 일을 했을 때 힘든 정도가 더 큰 것 같다.

그래서.. 좀 더 그런 모니터링/평가 직무로 커리어를 쌓아가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석사를 하고 싶다. 라는 게 이 글의 결론인가보다.

그렇지만 그 동기는, 정말 서비스 딜리버리에 있다. 그 목적은 동일한데 그 안에서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부분은 좀 더 데스크 쪽에 있는 거.

그런데 내가 속해있는 NGO 내에서 그런 직무가 있는지 모르겠고, 없다면 또 내가 길을 만들어가야 하는건가 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나의 이런 기질을 만드셨고, 하나님께서 이 NGO로 나를 인도하셨으니까 잘할 수 있을 거란 걸 안다.

(식량안보 석사 점점 더 하고 싶다..ㅎㅎ 영어 성적이 잘 나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정말 이렇게 길게 쓴 내용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찾고 뭐를 하고 하는 모든 것의 동기가 나의 영광이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이 된다는 점이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가 나의 동기가 된다면 나는 성공하는 것이다.


마무리는 지난 주말 장보러 가서 본 메리크리스마스. 전세계가 축하하는 우리 예수님의 생신이다.

그때..나는 한국휴가 중에 있겠지. 그리고 한국에서 휴가 중에 만 서른 살 생일을 맞겠다. 라는 생각을 하니 뭔가 마음이 그렇다.

설레기도 하고 미묘하게 슬프기도 하고.

나는 정말 감사한 것이 20대를 보내고 30대를 맞이하는 이 시기에 3년을 이 나라에서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KakaoTalk_20251211_110940939.jpg 이 나라에 있을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작가의 이전글네가 주었던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