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ter가 세상을 사랑하는 법 Vol.2
* 에겐남 : 에스트로겐 남성의 줄임말. 에스트로겐(여성호르몬)의 이미지가 강하다고 여겨지는 사람.
에겐남, 테토남, 에겐녀, 테토녀 라는 줄임말이 유행이 되어 자신의 성향을 간단하게 표현하는 단어로 사용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에겐남'은 다정하고 부드러운 한국 남자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단어로 사용되고 있다. 나라는 사람을 굳이 네 가지 항목 중에서 고르라고 한다면, '에겐남'에 가까울 것이다. 직설적인 표현이나 공격적인 대화를 선호하지 않고, 일상의 다정함을 옹호하며 부드러운 이미지의 착장이나 외모를 선호한다.
'에겐남'에 가깝다는 사실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에겐남'의 이미지를 선호하지는 않는다. 개성이 존중받는 시대를 뛰어넘어, 개인화에 가까워진 요즘, '에겐남'의 이미지 마저 유행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국민성의 하나로 느껴진다.
아이러니한 것은 개성이 지나치게 존중되어 개인화로 인해 대중성이라는 말이 희미해졌지만, 그 속에서도 유행은 카테고리 별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다양해진 카테고리 안에 유행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요즘말로 하면 '디폴트값'이라는 것. 그러한 개념으로 '에겐남' 역시 남자가 가져야 하는 디폴트값으로 유행처럼 만연하다.
언제부터인가 '눈썹문신' '다운펌'이 당연해졌다. 자기 관리가 중요해지며, 남자들이 외모를 가꾸는 것은 당연한 덕목이 되었다.
자기 관리를 하는 것에 단점이라는 게 있을까?
그러나, 획일화된 자기 관리법은 내게 유쾌하지만은 않다. 유행처럼 번진 '러닝크루', '헬스', '눈썹문신' '다운펌', 아이돌들의 가르마 헤어스타일. 자기 관리를 통해 자기를 사랑하는 태도는 존중할 만 하지만, 관리하는 방법 역시 유행이라는 틀 안에서 지독하게 비슷하다.
그래서인지, 그런 비슷함 속에서 비슷한 것들이 특별하지 않게 느껴진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스타일, 나의 추구미, 분위기가 아닌 '다운펌은 꼭 해야 해.' '눈썹문신을 해야 해.' '아식스, 뉴발란스 신발을 신어야 해.'라는 어떤 명제 안에서 숙제를 하는 듯하다.
자기 관리를 하는 남자가 '에겐남'이라는 단순한 연결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떠오로는 '에겐남'이라는 이미지가 자기 관리를 하며, 이성 또는 동성에게 다정하고 순한 심성을 가지고 있다고 느껴진다. 뿔테 안경을 쓰고, 카페에 앉아 책을 읽고, 와인에 치즈를 즐기는 지적인 느낌도 있다.
그런 긍정적인 이미지 뒤에는 우유부단하고 유행에 지나치게 민감하고 개인이 먼저인 부정적인 느낌도 있다. '테토남'이 희생에 가까운 이미지가 아니고, 통찰력이 있어 현명한 결정을 하는 이미지라는 이분법적 사고는 아니지만, 단어가 가진 이미지가 그러하다.
TV를 봐도, 대부분의 이미지는 '에겐남'에 가깝다. 뽀얀 피부에, 뿔테 안경이 잘 어울리는 가르마 머리. 유행에 뒤처지지 않는 패션과 자유로운 통바지 패션. 러닝과 헬스를 하며 몸을 가꾸고, 이성에게는 다정한 '에겐남.'
이성적으로 충분히 이성적인 이미지라지만, 내게는 그다지 특별하지 않다. 무례하지 않은, 가부장적이지 않은, 신사다운 톰포드의 수컷냄새가 매력적이다. 헬스로 몸을 가꾸어도 굳이 드러내지 않고, 러닝을 혼자 즐기며, 남들처럼 눈썹문신과 다운펌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멋들어진 사람들이 있다.
땀냄새가 불쾌하지 않고, 유행이 아닌 스타일도 멋들어지게 어울린다. 돌려 말하지 않아도 무례해 보이지 않고, 패션에 민감해 보이지 않아도 고급지게 어울린다.
근육이 있다고 테토남이 아니다.
난 그렇게 수컷향이 진한, 날 것의 신사들이 멋지다.
내가 '에겐남'이 싫은 이유다.
아, 배우 최우식 님은 예외다.
사랑스러운 에겐남이려면, 그 정도는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