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오케이, 저래도 오케이
내가 처한 상황을 다르게 인식하는 힘
"똑똑똑"
노크를 하자 젊은 남자 직원이 문을 열어줬다.
"여기가 혹시 000 회사 아닌가요?"
"아닌데요"
분명히 헤드헌터가 알려 준 주소의 사무실로 찾아갔다. 1층 로비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대기하는데 그 많은 회사 이름들 중 내가 찾는 이름은 없었다. 이상하다 싶었지만 뭐 그럴 수도 있지 싶어서 1층에서 좀 기다리 가다가 면접 시작 10분 전 사무실을 찾아 올라갔다. 그런데 나를 맞은 직원이 그 회사가 아니라고 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지? 헤드헌터가 알려준 주소를 다시 확인했다. 알고 보니 내가 가야 했던 건물은 건너편 건물이었다. 갑자기 등골이 오싹했지만 침착해야 했다. 네비를 보니 그 건물은 내 위치에서 걸어서 4분, 바로 앞 건물이었다. 엘리베이터 타고 1층에 도착하자마자 뛰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뛰니 숨이 너무 찼다. 약속시간에 늦는걸 제일 싫어하는데 면접시간에 늦는 건 말도 안 되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늦게 도착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설명하고 넘어가지 뭐, 라는 평소의 나답지 않은 베짱이 생긴 게 좀 믿기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해 버튼을 누르자 바로 문이 열렸다. 엘리베이터가 중간에 한 번도 안 멈추고 위로 올라간 게 아직도 참 신기하다.
사무실 앞에 도착해서 시간을 확인하니 면접 시간 3분 전이었다.
다시 면접을 보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오후 6시에 잡힌 면접을 보기 전까지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한 달 전부터 울리던 헤드헌터의 전화를 무시했지만 그분이 남긴 문자에 흔들렸다. 결국 이력서를 제출했고 면접 날짜까지 잡히게 되었다. 면접장소는 하필이면 예전에 잠깐 근무했던 곳 근처였다. 그곳에 다시는 안 갈 줄 알았다. 지하철역에 도착하자 인생, 정말 알 수 없구나, 라는 생각이 스쳤다. 삭막하기만 했던 그 콘크리트 건물들 사이를 다시 걷고 있게 될 줄이야.
한 시간 정도의 면접이 끝난 후 퇴근하는 직장인들 사이로 다시 지하철역을 향해 걸어갔다.
합격이 돼도, 안돼도 걱정이었다. 어쩌면 회사생활을 다시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새벽에 일어나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도 멈추게 되었다. 문자를 확인하고 전화를 걸지 않았다면 이런 걱정을 안 하고 있었을 텐데, 정말 회사를 안 가겠다고 결정했다면 처음부터 이력서를 제출하지 않았을 텐데.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는데 이미 출근을 해야 하는 사람처럼 힘들어하고 있었다.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
오랜만에 만난 지인에게 초조함과 두려움을 털어놓았다.
"그냥 가볍게 생각해. 합격이 되어도 오케이, 아니어도 오케이. 한 달 다니다 힘들어서 나오면 용돈도 벌고 얼마나 좋니? 불합격되면 또 혼자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면 돼"
그녀의 그 한마디에 무거웠던 가슴 한쪽에 숨구멍이 트였다.
심각함을 내려놓자 다시 글을 쓸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합격이 되어도 큰일, 아니어도 큰일이다,라고 생각했는데 합격이 되어도 오케이, 아니어도 오케이라고 하자
마음이 훨씬 가벼워졌다.
내가 처한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나의 생각과 행동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도 다시 깨닫게 되었다.
내 앞에 놓인 수많은 선택지들 사이에서 이래도 큰일, 저래도 큰일 대신 이래도 오케이, 저래도 오케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시선을 전환해보는 것 또한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