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나이로비에 한번 놀러 와"
"어... 그래, 나도 나이로비 국립공원에서 코끼리랑 기린을 보는 게 꿈인데 꼭 가보고 싶네"라고 대답은 했지만 이건 정말 불가능한 일이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아프리카가 무슨 옆집도 아니고, 내가 무슨 수로 그곳에 갈 수 있을까? 정말 꿈만 같은 일이었다.
미국에서 학교를 다닐 때였다. 케냐에서 유학 온 린다라는 친구를 알게 되었다. 수학수업에서 함께 조를 이뤄 문제를 풀다가 알게 되었다. 지루했던 수업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는데 린다와 우연히 캠퍼스를 걷게 되었다. 당시 미국엔 온 지 얼마 안 되어 아는 사람이 많이 없었다. 함께 걸으며 대화를 하다 보니 조용하고 부드러운 성향의 린다와 통하는 게 많은 것 같아 자연스럽게 어울리게 되었다.
린다도 미국에 온 지 얼마 안 되었고 우리는 둘 다 유학생이었다.
서로 전화번호를 교환했고 이후 가끔 캠퍼스에서 마주치면 서로 인사를 반갑게 나누었다. 린다도 내가 좋았는지 가끔 나에게 먼저 전화해서 주말에 같이 점심을 먹고 뉴욕 시내를 함께 걷기도 했다. 매일 학교와 도서관만 오가다가 이런 일은 어쩌다 한번 있는 휴식 같은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린다는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하고 부담이 없었다.
린다는 맨해튼의 어느 아파트먼트에서 살았는데 어느 날 아침을 같이 먹자며 자기가 머물고 있는 곳의 식당으로 나를 초대했다. 지하철을 타고 린다가 살고 있는 곳으로 갔다. 높은 건물의 입구에 경호원이 지키고 있었던 게 아직도 떠오른다. 그 건물은 조식이 월세에 포함이라고 했는데 식당이 꼭 레스토랑처럼 좋아 보였다. 분위기 좋은 식당에서 오믈렛, 베이컨, 빵과 커피를 먹는데 린다가 음식을 먹는 모습이 왠지 우아하게 느껴졌다.
책상을 식탁처럼 쓰며 방구석에서 혼자 밥을 차려먹는 내 모습과 너무 비교가 되었다.
그때 나는 미국으로 이민을 온 대만인 가족이 사는 2층짜리 주택에서 방을 하나 빌려 살고 있었다. 1층 주방이 낡고 지저분해서 냉장고에 간단하게 먹을 거만 두고 지냈었다. 배가 고플 때마다 1층으로 내려가 먹을 것을 챙긴 후 사람들과 마주치기 싫어서 후다닥 올라오곤 했다.
아침을 다 먹고 린다는 자기가 지내는 방을 보여준다며 날 데리고 갔다. 깨끗하게 정돈된 침대의 하얀 시트가 너무 인상적이었다. 방의 크기는 작았지만 꼭 호텔방처럼 느껴졌다. 같은 유학생 신분이지만 린다를 만날 때마다 그녀에게는 나에게는 없는 어떤 여유가 느껴졌다.
같은 유학생 신분이었지만 나와는 정반대의 그녀의 생활환경이 너무 신기했다.
린다가 건물 옥상을 구경시켜 준다고도 했다. 높은 건물이어서 그런지 뉴욕의 높은 빌딩들이 한눈에 다 보였다. 속이 뻥 뚫리는 뷰였다.
저 멀리 NEW YORKER라는 간판이 보였다. 그때 나는 쏘니 디지털카메라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 간판을 배경으로 둘이 함께 사진을 찍었다. 화려하고 거대한 뉴욕이라는 도시에서 마음은 항상 궁핍했고 나 자신이 한없이 작게만 느껴지던 시간이었다. 그래도 린다랑 그때 사진을 찍을 때만큼은 정말 멋진 뉴요커가 된 것처럼 설레고 신났었다.
뉴욕거리를 걸으며 한인타운을 근처를 지나치게 되었다. 한국식당을 쳐다보면 린다에게 언젠가 한국음식을 사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당시에는 그럴만한 돈도 여유도 없었기에...
어느 날, 린다가 말했다.
나중에 나이로비에 놀러 오라고.
응, 그래 좋은 생각이야!라고 대답은 했지만 속으로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