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을 메고 여느 날과 다름없이 카페로 향했다.
멀리서 2층카페를 올려다봤는데 이게 웬일, 익숙했던 카페 간판은 없어지고 안은 어두컴컴했다. 가까이 가보니 "공사 중"이라고 쓰여있었다. 한동안 안 가다가 오랜만에 가봤더니 이런 일이... 순간 머리가 멍했다.
이제 난 어디로 가야 하나? 길 한복판에서 갈 곳을 잃은 채 우두커니 서 있었다.
정말 없어진 게 맞나... 내가 뭘 잘못 본건 아닐까, 하고 몇 번을 올려다보았지만 그 카페는 정말 없었다.
주말이면 항상 그 카페에 가서 일기를 쓰며 생각을 정리했었다. 오전에 운동을 했을 때도 꼭 그 카페에 가서 조금이라도 앉아있다가 왔다. 사람이 많이 없는 오전에, 조용한 그곳에 잠깐 있기만 해도 에너지가 충전되었다.
카페는 2층에 있었는데 문을 열고 계단을 올라갈 때마다 잔잔한 재즈음악이 흘러나오곤 했다. 현실세계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 그 카페에만 가면 어느새 나는 뉴욕의 어느 한 카페로 순간이동을 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큰 통창문을 통해 햇빛이 내리쬐고 있었고 어둡고 칙칙했던 마음이 금방 환기가 되었다.
잘 가던 카페가 없어지자 마음이 안 좋았다. 집에서는 집중을 잘 못해서 책이라도 한 줄 읽으려면 꼭 카페에 가야 했는데 집 근처에서 그 카페만이 유일하게 가던 곳이았다. 볼륨이 적정한 재즈음악을 들으며 혼자 가서 앉아있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가방을 메고 리뷰가 괜찮은 또 다른 카페에 갔다.
조용해서 혼자 커피 마시며 여유 부리다 왔어요,라는 글을 철석같이 믿고 바로 향했다.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바로 밖으로 나가고 싶어졌다. 이른 아침시간이라서 빈 테이블이 많았지만 케이팝 노래 볼륨이 너무 커서 두 귀가 먹먹했다. 할 수 없이 밖으로 나왔다.
아, 이젠 어디로 가야 하지. 근처에 새로 생긴 스타벅스가 있어서 몇 번 가봤지만 재즈음악이 사람이 너무 붐볐다.
다시 네이버 지도를 켜고 갈만한 카페를 찾아보았다.
그러다 오전 11시에 오픈하는 다른 카페를 가보기로 했다. 내가 도착한 시간은 10시 58분. 넓은 2층 카페였다.
아직 사람들이 안 와서 카페 안은 텅텅 비어있었다. 그리고 노트북을 쓸 수 있는 공간도 따로 있었다.
여기 괜찮은데? 하면서 가방에서 책과 노트를 꺼냈다. 이곳에는 재즈도 케이팝도 아닌 클래식 피아노 연주가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아뿔싸, 볼륨이 너무 컸다.
내 귀가 너무 예민한 걸까? 차라리 스터디 카페를 갈걸 그랬나? 7,000원이나 주고 주문을 한 찻값이 너무 아까웠다. 그래도 좀 있다 보면 괜찮지 않을까, 하고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펼쳤다.
그런데 책이 눈에 안 들어왔다. 계속 앉아있다 보니 몸도 너무 추웠다. 패딩을 입고 앉아있는데도 추웠다. 주문한 따뜻한 차를 다 마셨지만 여전히 한기가 느껴졌다. 귀는 먹먹하고 몸은 춥고 갑자기 졸음이 쏟아졌다.
좀 더 버티면 괜찮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빨리 집에 가서 눕고 싶었다.
영하의 추운 날씨를 뚫고 간신히 집에 도착했다. 도착하자 모자와 장갑과 패딩을 벗어던졌다. 훈훈한 난방 덕분에 집안은 따뜻했다. 옷을 갈아입고 침대 위에 있는 전기장판을 켜고 누웠다. 이불을 덮자 너무 편했다.
하지만 그렇게 누워있으면서도 맘은 안 편했다. 책도 읽고 글도 써야 하는데 어떡하지. 아무것도 못하고 이대로 또 주말이 지나가겠구나. 한숨 자고 일어나자 배가 고파서 이것저것 챙겨 먹다가 유튜브를 켰다.
아, 역시 난 집에 있으니 아무것도 못하네,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 그리고 누워서 계속 유튜브를 봤다. 몇 개 챙겨보는 유튜브를 다 보자 곧 흥미가 떨어졌다. 그러다 세탁기를 돌려야겠다는 생각에 얼른 일어났다.
빨래를 돌리고 싱크대 옆에 있는 작은 아일랜드 테이블 앞에 앉았다. 자연스럽게 핸드폰을 보는데 이렇게 주말이 끝난다는 게 너무 아쉬웠다. 아무것도 한 거 없이 이렇게 끝내면 내일 아침에 분명 후회할 것 같았다.
그런데 갑자기 따뜻하고 조용한 이 집이 갑자기 눈에 들어왔다.
지금 내가 있는 이 공간은 조용했고 따뜻했고 아늑했다.
뭐라도 해야 될 것 같은 충동이 순간 일었다. 가방에 있는 노트북을 꺼내 전원을 켜고 아이패드로 평소 즐겨듣는 재즈음악을 틀었다. 옷장 어딘가 있는 스탠드등을 꺼내와 무드등으로 연결하니 갑자기 그토록 원하던 장소가 짠, 하고 나타났다.
집에서는 아무것도 못한다고 생각했던 내가 지금 이 글을 집에서 쓰고 있다. 아침형 인간이라서 오후와 저녁에는 집중을전혀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이 시간에 글을 쓰고 있다니.
아마 매번 가던 카페가 안 없어지고 계속 있었더라면 영원히집에서는 아무것도 못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밖에서 그렇게 원하는 곳을 찾아 헤매다 결국 못 찾고 돌아오니 최적의 장소가 바로 이곳, 집에 있었다.
이곳에서는 내가 원하는 음악을 마음껏 들을 수 있고, 또 멈출 수도 있었다.
은은한 조명이 더해지니 집중이 더 잘되었다.
집에서도 노트북을 켜고 키보드를 두드리며 집중을 할 수 있어서 내심 뿌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