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장 피티가 두려웠던 나
"자, 여러분 저는 지금 운동을 다녀왔고요, 오늘은 한국에서 가져온 돈가스로 점심을 한번 해 먹어 볼까 합니다"
즐겨보는 해외 브이로그에서 한국 직장인 여성분이 헬스장에서 데드리프트를 하는 모습이 나왔다. 연한 연두색 레깅스와 브라탑을 입고 땀을 흘리며 열심히 운동을 하는 그녀의 모습이 왠지 멋있어 보였다.
곧이어 그녀가 에어프라이어에 바싹 구운 돈가스를 썰어 이쁜 접시에 담아 먹는 화면이 나왔다.
"여러분, 저는 먹으려고 운동합니다" 하며 그녀가 치즈 돈가스를 한입 크게 베어 먹었다.
매주 업데이트되는 그녀의 영상을 볼 때마다, 그녀가 열심히 운동을 하고 맛있게 음식을 먹을 때마다 아, 나도 데드 리프트 같은 근력운동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계속 맴돌았다.
하지만 왠지 용기가 나지 않았다.
헬스장에 도착해서 스트레칭을 잠깐 하고 바로 천국의 계단을 탔다. 계단을 10분 정도 타다 보면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고 숨이 찼다. 헉헉거리다 딱 10분이 지나면 계단에서 내려와 바로 샤워장으로 들어갔다.
작년 여름, 매일 아침 나의 루틴은 헬스장에서 천국의 계단을 타는 걸로 시작했다. 누가 보면 참 부지런하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천국의 계단만 탄 이유는 사실, 다른 기구들을 사용할 줄 몰랐기 때문이다. 계단을 타는 동안 내 옆으로 열심히 근력운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나는 모르는 기구들을 자유자재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10년 전쯤이었던가, 피티를 처음 받았었다.
당시, 남자 트레이너와 일대 일로 운동을 시작했는데 수업을 받을 때마다 왜 이렇게 매번 긴장이 되던지.
"회원님, 왜 이렇게 긴장하세요?"라고 트레이너가 말하는데 너무 부끄러웠다. 긴장하는 걸 감췄다고 생각했는데 상대는 그걸 다 알고 있었다니.
이후, 수업을 받을 때마다 여전히 긴장했지만 적지도 않은 등록비를 이미 결제를 했기 때문에 그만둘 수도 없었다. 결국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운동을 계속 나가게 되었다. 피티를 받는 건 긴장되었지만 땀을 흘리고 샤워를 하고 나오면 새로 태어난 사람처럼 기분이 너무 좋았다.
그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 동네 헬스장에 등록했지만 피티는 망설여졌다. 땀 흘리고 샤워만이라도 하자,라고 마음으로 출근하기 전, 일주일에 2번 이상은 헬스장에 갔었다. 하지만 근력기구들을 볼 때마다 왠지 아쉬웠다. 저 기구들을 사용해보고는 싶지만 어떻게 쓰는지는 잊어버렸고 그렇다고 피티를 받을 용기는 나지 않았다.
나 자신이 겁쟁이처럼 느껴졌다.
"불편함을 감수해야 성장할 수 있어"
새해를 맞아 아는 언니와 만나 점심을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러다 내가 피티를 받고는 싶은데 불편해서 망설여진다,라고 말하자 언니가 내게 한마디 해주었다. 그리고 정신이 번뜩 들였다.
편한 것만 찾으면서 우리 자신을 바꿀 수 없다는 언니의 그 말에 트레이너가 부담이 돼서 배우고 싶은 운동을 미루는 나 자신이 보였다. 용기를 내지 못하고 망설이기만 하는 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결국 회사 근처에 있는 헬스장에 등록을 했고, 피티도 시작했다.
다행히 10년 전보다는 긴장이 덜 되었다.
천국의 계단만 타며 근력운동 기기를 바라만 보다가 직접 다룰 수 있게 되니 속이 후련했다.
어떤 기구는 몸이 기억을 해서 자세가 바로 나오기도 했고, 무엇보다 망설임 없이 기구에 다가갈 수 있게 되어서
자신감도 생겼다.
불편함을 조금만 감수하면 되는 걸, 너무 오랫동안 고민만 하고 있었다.
앞으로는 불편하다고 피하지 말고 성장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단계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사실,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경우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