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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하 Dec 06. 2021

당신에게 목화를 드려요

솜처럼 폭신하고 포근한 분께 드리는 선물

나만의 가족을 꾸린 용기를 가진 당신을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가족에게 주시는 사랑만으로도 벅찰 텐데 언제나 관심을 담은 예쁜 말만 쏙쏙 골라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을 만나는 날을 잔뜩 칭찬받는 기분 좋은 날로 만들어주셔서 감사해요.

제 마음을 당신처럼 포근하고 순한 목화에 담아드립니다.




목화의 꽃말은 ‘어머니의 사랑’입니다. 어떤 마음인지 아직 깊이 알지는 못하지만, 삶이 통째로 바뀔 부모 됨을 선택하는 것이 여간 쉬운 일이 아님을 압니다. 꿈을 좇아 반짝이던 젊은 날의 나를 의무적 희생을 감내해야만 하는 엄마로 바꾼다는 게 얼마나 어려웠을까요.



꽃말 때문에만 목화를 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원래도 당신은 포근한 목화와 닮았거든요.

당신은 항상 생글한 미소를 머금고 편안히 말 걸어주십니다. 칭찬에 인색한 저에게도 당신의 칭찬은 불편하지 않습니다. 아마 애정 어린 관심과 진심이 담겨있어 그런 거겠지요. 그래서 특히나 더 포근할 당신의 목화에는 사각사각 뾰족한 일반 파스텔이 아니라 부드럽고 크리미 한 오일파스텔이 잘 어울립니다.

목화솜도 원래 민들레 씨앗처럼 바람을 타고 날아다녔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물에도 둥둥 떠서 더 멀리 갈 수 있도록 밀도 있는 솜으로 진화한 것이래요. 따뜻함을 멀리멀리 더 많은 사람에게 나눠주고 싶어서였을까요? 오일파스텔은 그런 목화의 솜털을 표현하기도 좋았습니다. 뭉툭하고 커다란 오일파스텔 덩어리가 울퉁불퉁한 종이 표면에 규칙 없이 묻어나니 목화솜의 몽글몽글한 느낌이 살아났어요.



목화 이야기를 더 해보자면요, 목화는 인류 역사상 가장 이로운 비식량 작물이래요.

목화솜에서 뽑은 무명실로 만든 옷은 마나 삼베, 비단과는 비교도 못하게 따뜻하지요. 옷감이나 이불 사이에 솜뭉치를 두툼히 채우면 시린 추위도 거뜬하고요. 그것도 모자라 솜을 피우기 전 열리는 목화 다래는 배고픈 아이들의 간식거리가 되었고, 뿌리와 씨앗은 여러 약물로도 쓰였대요. 인간이 오래 사는 데는 목화의 공이 참 커요. 그래서 돌에 무명실을 잡으면 오래 산다는 말이 나왔을지도 모르겠어요. 길기도 길지만요.

딸만 해본 사람의 입장이지만, 부모가 자식에게 주는 사랑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아요. 엄마의 사랑은 받아도 받아도 부족했거든요. 다른 누구에게도 받지 못하는 귀하고 순수한 사랑이라 끝없이 받고 싶은 마음이랄까요. 엄마도 마찬가지겠지요. 줘도 줘도 부족한 게 새끼를 향한 사랑일 거예요. 그 사랑이 더 특별한 이유는 조건 없는 희생에서 나와서란 걸 알아요. 아낌없이 베푼 희생으로 따뜻함도 모자라 아픔까지 이겨내게 한 한 떨기 목화처럼요. 그래서 너무나 귀한 목화솜은 예전부터 화폐 대신 사용했대요. 지금도 지폐를 면으로 만드는 건 목화에 담긴 사람들의 고마움 때문이 아닐까요?



목화는 꽃을 두 번피 운다는 말이 있어요. 그런데 사실 이 솜뭉치는 꽃이 아니라 열매랍니다. 목화는 원래 무궁화를 닮은 하늘하늘 노란 꽃을 먼저 피워요. 포근하고 차분한 목화와는 딴판이지요.

그래서 엄마가 된 사람들과 더 닮았어요. 목화도, 당신도 노란 꽃 시절만 알았을 텐데 솜뭉치가 되겠다는 결심을 한 거잖아요. 어떤 모습으로 바뀔지 전혀 알지 못하는데 나를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바꾼다는 건 저는 상상도 못 할 참 대단한 결정이에요.

아이에게 좋은 사랑을 주려면 그만큼 힘쓸 일도 많고 몸도 성한  없으시겠지요. 목화도 그렇대요. 주는  많은 만큼 물을 많이 먹고 지력 소진이 심한 식물 중에 하나라고 해요. 당신이 휴직을 마치고 돌아와서 운동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봤을  도움이   있어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마냥 신나지만은 않더라고요. 아이를 낳고 여기저기 아픈 데가 늘었다는 당신을 보고 마음이 아팠어요. 좋은 것도 많이 먹고 잠도  자고   챙기시길 바라요.



이래서 목화에 ‘어머니의 사랑’이라는 말이 붙은 건 당연한 일인가 봐요. 어쩌다 보니 원래도 포근한 당신에게도, 어머니로서의 당신에게도 어울리는 꽃이 되었네요.

당신과 똑 닮은 당신의 자랑이 당신처럼 사랑이 가득한 사람으로 자라길 응원해요. 당신만큼 포근한 사람이 한 명 더 생긴다면 그만큼 세상이 더 따뜻해질 거예요. 그 속에서 당신의 사랑이 점점 더 커지길 바라요. 생일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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