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준의 CEO 수필집
2001년 군대에서
우리 중대는 축구를 잘하기로 소문이 나있었다.
이번 대대 체육대회도 축구 우승은 우리 중대일 것이라 점 쳐졌고....
항상 상위권에 있는 우리 중대이기에 이번 대회는
중대장님이 사비를 털어 우리 골키퍼에게 새 옷과 장갑을 사주셨다.
보통은 보급 체육복에 목장갑을 끼고 대회를 치르는데
유일하게 우리 중대 키퍼만이 새 유니폼을 입었다.
폼이 났다.
헌데....
그게 엄청난 실수였을 줄이야.....
말도 안 되게도 우리 중대는 축구에서 예선 탈락하고 말았다.
이유는 유난히 골키퍼가 골을 못 막고 몸을 사리는 것이었다
그렇게 날고 기던 키퍼 박상병이
왠지 이번에는 공을 못 막은 이유는
바로
노란 새 유니폼과 장갑 때문이었다.
박상병은 앗세이(새것) 유니폼임에도 불구하고,
혹시 찢어지거나 떼가 탈까 봐 무의식적으로 조심스러웠던 것이다.
군대의 특성상 공공기물을 파손하면 큰 문제이기 때문에
골키퍼임에도 불구하고 흙바닥에 맘 놓고 점프를 못하는 것이다.
내가 CEO 명함을 들고 다닐 때는
대표이사라는 이유 때문에 머리를 숙이지 못했던 적이 많았다.
명함을 팀장 명함으로 바꾸고 나서야
날아다니며 비딩도 하고 영업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스타트 업하는 젊은 대표들도 꼭 이 이야기를 참고했으면 좋겠다.
잠시 새 옷을 내려놓으면
몸이 훨씬 가벼워진다는 것을 ^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