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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린레이 Jan 14. 2024

<리틀 위치 아카데미아> 리뷰: 앗코는 꿈을 꾼다

트리거의 <리틀 위치 아카데미아>(2017) - 앗코는 앗코


미디어: 애니메이션 TV

제작: 트리거

감독: 요시나리 요우

제목: 리틀 위치 아카데미아 (TV)

장르: 어드벤처, 코미디, 판타지

방영일자: 2017 1분기

편당 러닝타임: 24분

화수: 25분



<리틀 위치 아카데미아>는 오랜만에 재밌게 감상한 성장물이었다. 특이한 점은 주인공인 카가리 아츠코(이하 앗코)가 마녀로서의 재능이 아예 없다는 점이다. 애니메이션 전반적으로 재능이 없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려두었다. 그래서 보기가 답답해 중도하차한다는 글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 답답함 속에 있는 앗코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리틀 위치 아카데미아>는 앗코라는 인물을 묘사하기 위해 옴니버스 형식을 택했다. 다양한 인물을 보여주며 앗코의 감정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천천히 알려준다. 그 과정이 답답하기는 해도 분명한 성장이 눈에 보였다. 전형적인 왕도물이지만, 트리거는 자신들이 전해주고 싶은 메세지를 앗코라는 인물을 통해 내 머릿속에 박아 넣었다. 이제 잊으려야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한 감동에 젖어, <리틀 위치 아카데미아>를 앗코라는 인물에 초점을 맞추어 리뷰해보려 한다.


꿈을 꾸는 앗코

샤리오를 동경하는 어린 앗코

앗코는 샤리오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꾼다. 모든 사람을 즐겁게 해주고 싶어서이다.


샤리오처럼 되기 위해, 샤리오를 만나기 위해, 앗코는 루나 노바 마법 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이러한 순수한 마음은 참 귀엽지만, 한편으로는 '그게 되겠어?'라는 생각이 떠오른다. 애니메이션이니까 되긴 되겠지라는 느낌으로 말이다. 재능 없는 현실이 얼마나 거친 곳인지 우리는 알기 때문이다. 


앗코도 마찬가지였다. 애니메이션 초반부에서는 앗코가 아무리 사고를 많이 쳐도 쾌활하게 웃으며 다시 일어나는 모습을 많이 그려두었다. 그런데, 회차가 거듭될수록 앗코의 현실적인 고민이 조금씩 늘어난다. 진짜 보고 있으면 불쌍해질 정도였다. 재능이라는 벽에 부딪혀 떨어지고 있는 앗코의 모습을 보면 괜스레 내 어릴 때 생각도 난다. 그래서 보고 있으면 굉장히 찝찝하고 답답한데, 왜 사람들이 중도하차하는지 알 것만 같다.


앗코와 친구들


앗코를 바라보고 있는 수시와 콘스탄체

<리틀 위치 아카데미아>에서 앗코의 친구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수시와 콘스탄체였다.


수시는 앗코에게 "우리는 너를 보고 있다"라는 메세지를 의도치 않게 전달한다. 다들 각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 바쁘게 움직인다. 특히, 수시는 독과 버섯 말고는 큰 관심이 없어 보이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 속에 앗코를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부끄러운 감정이 숨겨져 있었다. 그것을 발견하는 과정은 돌발적인 것이었지만, 앗코의 마음에는 영원히 간직되었을 것이다.


반대로 콘스탄체는 앗코가 "나는 너를 보고 있다"라는 메세지를 전달해 주는 인물이다. 수시에게서 얻었던 것을 이제 앗코가 돌려줄 차례였다. 하지만 앗코의 캐릭터가 으레 그렇듯 한 번에 잘하지는 못한다. 콘스탄체에게 자꾸만 관심을 주지만, 괜히 사고만 일으켜 콘스탄체의 미움을 사는 앗코였다. 그러나 앗코는 수시에게서 배웠던 것이 있었다. 상대를 진심으로 바라보아주는 마음. 결국 콘스탄체는 마음을 열고 저렇게나 귀여운 미소를 앗코에게 보여주게 된다. 수시도 이런 느낌이었을까 하고 생각한다.


그란트리스켈과 아슬라 선생님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진 봉인된 마법이다. 모두 이 마법을 얻어 마녀의 위상을 높이고 싶어 한다. 딱 한 명만 빼고 말이다.


앗코는 샤이닝 로드를 샤리오에게 돌려주기 위해 그란트리스켈의 봉인을 해제하는 모험을 나선다. 이 부분이 앗코의 캐릭터를 잘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현실적인 고민에 부딪혀도 절대로 어릴 때의 꿈을 꺼트리지 않는 순수한 마음이 엿보인다. 


앗코 앞을 가로막는 수많은 벽들이 있었지만, 순수한 마음을 잃지 않았다. 흔들릴 때마다 곁에 있는 아슬라 선생님이 앗코를 지켜주었다. 앗코가 포기하지 않도록 아슬라 선생님은 늘 곁에 있어주었다.


그리고 앗코는 마침내 꿈을 이루게 된다.


꿈을 이룬 앗코

꿈을 이루었지만 복잡한 심경인 앗코

앗코는 드디어 샤리오를 만나게 된다. 샤이닝 로드를 돌려주며 앗코는 샤리오를 쭉 동경해왔다고 한다. 늘 샤리오를 만나고 싶어 했다며 털어놓는다. 그리고 그 꿈이 지금 이루어졌다고 담담하게 말한다.


이 장면에서 트리거의 인물묘사가 대단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앗코가 마법학교에 입학한 이유, 그란트리스켈의 봉인을 해제하고자 한 이유, 겪어온 모든 시련들, 배웠던 모든 지식들, 만났던 모든 인연들, 모든 것이 샤리오를 만나고 싶다는 하나의 목표를 위한 것이었다. 그래서 감격스러우면서도 더 이상 좇을 목표가 없어졌다는 복잡 미묘한 감정을 표현할 필요가 있었다. 트리거는 고개를 살짝 숙여 시무룩해하는 앗코의 모습으로 이것을 보여주었다. 나도 모르게 <리틀 위치 아카데미아>에서 벌어졌던 모든 일들이 머릿속에서 필름효과로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앗코는 자신이 경험했던 모든 것을 밑거름으로 다시 한번 꿈을 꾸게 된다.


다시 꿈을 꾸는 앗코

앗코는 모든 사람을 즐겁게 해주고 싶다는 꿈을 꾼다. 샤리오가 했던 것처럼 말이다.


샤리오는 샤리오. 저는 저예요!


앗코는 자신의 재능이 없다는 현실을 샤리오에게 탓하지 않았다. 오히려 재능이 없는 이 현실을 그저 담담하게 받아들이려 한다. 하지만 이것은 우울하거나 슬픈 장면이 아니었다. 반대로 앗코의 성장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더 이상 앗코는 샤리오를 꿈꾸지 않는다. 앗코로써 모든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고자 한다. 모든 사람에는 당연히 샤리오도 포함된다. 아슬라 선생님 밑에서 배웠던 모든 지식과 받았던 모든 사랑을, 이제 앗코가 샤리오에게 돌려줄 차례였다. 앞서 말한 수시에게 받았던 것을 콘스탄체에게 돌려주는 것과 같이. 


트리거가 <리틀 위치 아카데미아>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무엇을 전달해주자한지 깨달을 수 있었다. 비록 앗코는 샤리오가 될 수 없지만, 이것이 절대 불행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샤리오도 앗코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샤리오는 샤리오였기에 아름다웠고, 앗코는 앗코이기에 훌륭한 것이었다. 


트리거는 앗코의 일상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며 이 메세지를 간접적으로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고 있었다. 앗코는 여러 인물들에게서 많은 사랑과 응원을 받아왔다. 덕분에 앗코는 앗코로써 성장할 수 있었다. 그리고 앗코는 앗코로써, 다른 이들의 부족함을 채워주고자 한다. 그렇게 선순환의 구조가 시작된다. 이것이 7번째 언령 "모두와 만남으로써 꿈은 성장한다."의 의미가 아닐까 싶다.


마치며


<리틀 위치 아카데미아>는 앗코가 꿈을 따라가는 여정을 통해 "나는 나. 너는 너"라는 메세지를 주었다. 이것이 나와 남들을 구분 짓는 것이 아닌, 하나가 되기 위한 깨달음이라는 것도 알려준다. 


물론 분량에 구애받지 않았으면 더욱 완벽한 작품이었을 것이다. 어른들의 사정 때문에 생략된 것이 많았지만, 그럼에도 앗코라는 인물에 초점을 맞추면 정말 재밌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그러한 앗코의 여정이 궁금하다면 <리틀 위치 아카데미아>를 꼭 보도록 하자.


티아 플뢰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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