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랑블루 판타지 리링크>(2024) - 이거 왜 이렇게 재밌지?
미디어: 게임
개발: 사이게임즈 (Cygames)
유통: 사이게임즈 (Cygames)
제목: 그랑블루 판타지 리링크
장르: 액션 RPG
발매일자: 2024.02.01
플레이타임: 15시간 (싱글) + 15시간 (멀티) + ... (노가다)
사이게임즈의 신작 <그랑블루 판타지 리링크>가 8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중간 협업 종료 때문에 개발 완료 일자가 계속 밀리면서 엎어지는 거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그래도 무사히 발매가 되었고 그 결과는...
발매한 날부터 계속해서 열심히 달리고 있다. 하면서도 '이거 왜 재밌지?'라는 생각을 수백 번 한 것 같다. 늘 먹던 치킨인데 하 이거 이상하게 맛있단 말이지... 노가다 요소를 크게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그랑블루 판타지 리링크>는 나도 모르게 궁극의 무기를 얻기 위해 노가다를 하고 있었다. 많이 느꼈던 맛인데 왜 이렇게 재밌는지 모르겠는 <그랑블루 판타지 리링크>. 왜 특별히 요 녀석만 맛있었을까?
뽕맛 GOAT
<그랑블루 판타지 리링크>가 유독 재밌었던 이유는 게이머의 심금을 울리는 뽕맛이 잘 살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시작하자마자 게이머를 반기는 건 용족 바하무트와의 공중전이다. 하늘에서 용이랑 싸운다는 것은 게임의 대미를 장식하는 게이머들의 로망이지만, 놀랍게도 <그랑블루 판타지 리링크>에서는 바로 보여준다.
바하무트와의 공중전을 끝내고 나면 기공정 그랑 사이퍼가 망가져 숲 속에 잠시 착륙하게 된다. 이제부터 튜토리얼 시작인데 끝도 없이 전투가 몰아친다. 과장 하나 안 보태고 전투 -> 전투 -> 전투 -> ... 일 정도로 끊임없이 게이머에게 도파민을 투여한다.
맵 끝에서는 튜토리얼 마지막을 장식하는 보스전이 나온다. 나는 여기서 박수를 쳤다. 그리고 '이거 갓겜이다'라고 육성으로 외쳤다.
단지 튜토리얼만 끝냈을 뿐인데 벌써 다음 모험이 기대됐다. 도저히 게임을 멈출 수가 없었다. 대사도 대충대충 읽으면서 '다음에는 뭐가 나올까?'라는 기대감을 한껏 품고 게임을 진행시켰다.
사실 <그랑블루 판타지 리링크>는 전형적인 왕도물에 속하는 게임이다. 스토리는 클리셰 범벅에 맵 디자인도 풍/빙/지/화 각각 속성을 대표하지만 <테일즈 오브 어라이즈>나 <파이널판타지 16>에서 많이 느꼈던 맛이다. 위에서 느꼈던 뽕맛도 다른 맛일 뿐이지 <테일즈 오브 어라이즈>에서도 비슷한 뽕맛을 느꼈을 것이다.
그렇다고 심심한 왕도물이라는 뜻은 아니다. 왕도물임에도 불구하고 몰입이 굉장히 잘 되는 게임이었다. 바삭바삭 잘 튀겨진 치킨, 간이 딱 적절한 제육볶음, 국물이 유독 시원한 돼지국밥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늘 먹던 맛이었기 때문에 연출만으로는 무언가 부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킬 이름을 외치면서 게임을 진행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순전히 전투 자체가 너무 재밌었기 때문이다. 순수 재미를 잘 살린 전투 시스템에 맛있는 연출까지 더해지니 흥분이 되지 않을 수가 없다.
사실 전투 시스템은 4인 팀을 꾸려 진행하는 액션 시스템으로써 얼핏 보면 <테일즈 오브 어라이즈>와 유사해 보인다. 예전에 많이 해보았던 스타일인데 왜 그렇게 전투가 재밌었을까?
전투 GOAT
첫 번째로 데미지 숫자에서 큰 강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데미지 숫자 크기가 큼직큼직해서 시원하고 반짝이는 이펙트 덕에 때리는 맛이 난다. 소리 없이 들어도 타격감이 느껴지는데 실제로 게임을 해보면 내가 진짜 싹 다 부수고 있는 느낌이 든다. 물론 점점 익숙해지면 이것이 곧 단점이 된다. 데미지 숫자가 너무 커서 내가 어디 있는지, 보스가 무슨 공격을 하는지 잘 안 보인다.
'그럼 패링 할 타이밍이 잘 안 보여서 스트레스만 쌓이지 않을까요?'
맞는 말이다. 그래서 <그랑블루 판타지 리링크>에서는 <파이널판타지 14>처럼 피격 장판을 깔아준다. 대부분의 큰 공격은 피격 장판이 나오기 때문에 위의 단점을 어느 정도 해소해 준다. 게다가 처음 하는 게이머들은 패링에 익숙지도 않아 단점으로 다가오지 않을 것이다. 단점을 최소화하고 미쳐버린 타격감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데미지 크기 선택은 굉장히 잘하였다고 생각한다. 사실 제일 베스트는 옵션으로 타협을 보는 것이지만 크기 조절에 관한 옵션이 현재로서는 없는 것이 흠이긴 하다. 추후 업데이트를 통해 조절이 가능해지면 좋을 것 같다.
두 번째로 쉬운 캐릭터 조작이다. X와 Y만으로도 다양한 콤보를 구사할 수 있는 것이 큰 특징이다. 내가 주로 하는 샤를로테는 X연타 - Y가 콤보의 끝일 정도다 (샤를로테가 제일 단순한 캐릭터긴 하다). 그러면 자칫 전투가 단순해질 수도 있지만 다양한 캐릭터와 스킬의 커스터마이즈화로 다양성을 주었다. 다양한 캐릭터 덕분에 플레이어가 여러 캐릭터를 시도해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캐릭터마다 스킬도 여러 개 존재하기 때문에 파티 멤버를 서포터와 탱커로 둔 후 내 스킬은 딜로만 세팅하는 등의 여러 조합이 가능해진다. 덕분에 각자 플레이스타일에 맞게 즐길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절묘한 난이도 조절이다. 전투가 복잡하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더라도 자칫 잘못하면 지루해질 수 있다. 그런데 같은 전투가 오래될 것 같을 때 즈음 보스가 죽어버린다. 그렇다고 너무 금방 죽는 것도 아니어서 파훼하는 재미도 준다. 이러한 절묘한 딜컷 덕분에 지루해질 틈 없이 계속해서 전투를 진행하게 된다.
유저 친화적인 UI/UX 디자인 (패드 한정)
앞서 말한 데미지 크기 시스템도 그렇고 유저 친화적인 UI/UX를 도입하려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랑블루 판타지 리링크>의 입력 UI/UX를 보면, 내가 어떤 버튼을 눌러야 하는지보다 어느 위치의 버튼을 눌러야 하는지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나는 8bitdo 컨트롤러를 사용하기 때문에 A-B와 X-Y의 위치가 바뀌어져 있어 게임을 할 때마다 종종 불편했다. 하지만 <그랑블루 판타지 리링크>에서는 전혀 불편함 없이 즐길 수 있었다. 이런 사소한 점들이 큰 장점으로 다가왔다.
물론 전체적으로 UI/UX가 훌륭하냐고 하면 그렇지는 않다. 숨어져 있는 트레저 등록 버튼이나 이것저것 눌러봐야 알 수 있는 프로필/감정표현 편집. 칭호 달성도마다 아이템을 준다는 것도 모르는 플레이어도 분명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게임을 진행하는 데에 필수적인 요소가 아니어서 큰 불편함을 느끼진 않은 것들이다. 따라서 게임 플레이의 핵심인 부분들에서 경험의 질을 높이기 위해 세심하게 신경 썼다는 것에 점수를 주고 싶다.
지금까지도 너무 재밌게 하고 있는 <그랑블루 판타지 리링크>. 궁극의 무기를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극한의 노가다가 필요하기는 하지만 전투 시스템이 질리지 않아서 노가다도 할만하다. 게다가 노가다가 끝나면 해야 할 도전 컨텐츠들도 즐비해서 정말 오랫동안 즐길 것 같다. 차후 업데이트로 나올 신규 캐릭터나 신규 보스몹들이 너무 기대되는 사이게임즈의 신작이었다. 업데이트를 기다리면서 한동안은 다 같이 프바하를 잡아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