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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린레이 Oct 04. 2022

망이용료에 관해서

한국에서만 트위치 화질이 720p로 제한된다고?

나는 깨어있는 시간의 절반을 인터넷 스트리밍 플랫폼인 트위치와 함께한다. 그렇다면 트위치는 내 인생의 반쪽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지금 이 순간, 인생의 반쪽이 망가지려고 하고 있다.


트랜스코드가 제공되는 채널에서 한국 내 동영상 화질은 최대 720p가 됩니다.


2022년 9월 30일부터 트위치는 국내 채널 대상으로 최대 화질 720p 제한을 걸었다.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것이 화질인데 제한을 건다? 스트리밍 기업 입장에서는 자살 행위나 다름없다. 도대체 왜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일까? 자세히 찾아보니 이런 문구가 있다.


그러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용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Twitch는 한국에서의 서비스 운영을 지속하기 위해 대안적인 해결책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트위치가 한국에서 운영하는데 운영비를 낸다고? 도대체 무슨 운영비길래 이런 난리가 난 걸까 찾아보니 바로 망이용료라는 운영비 때문이라고 하더라. 여기서부터 내 의문은 시작되었다. 도대체 망이용료가 얼마나 비싸길래 스트리밍 기업 중 톱클래스인 트위치가 이런 결정을 할까? 


첫 번째로, 망이용료에 대해서

두 번째로, 왜 트위치는 이러한 선택을 하였는지

마지막으로, 트위치는 옳은 선택을 한 걸까에 대해 정리해보려 한다.



망이용료의 정의는 망을 이용하는 비용이다. 망은 인터넷 네트워크를 뜻한다. 즉, 인터넷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기업에서 자기네들 인터넷을 이용하는데 요구하는 비용이다. 자기네들 서비스 이용하는데 돈 내라고 하는 것이니 여기까지는 합당하다.


망이용료는 망접속료망사용료로 나누어진다고 한다.


망접속료는 내가 다른 사람의 인터넷 망을 접속하기 위해 내는 요금이다.

망사용료는 내가 다른 사람의 망을 사용하는 만큼 내는 요금이다.

더 들어가면 복잡하니까 이번 사태를 이해하기 위한만큼만 정리하려고 한다.

다음과 같이 소기업에서는 K나라의 망을 담당하고 있고, 대기업에서는 A~D나라의 망을 담당하고 있다고 해보자. 소기업에서는 A~D나라 망까지 사용할 수 있으면 자기네들의 매출이 오를 것 같다고 판단을 내렸다. 이때, 소기업은 A~D나라에 망을 만드는 방법이 2가지가 있다.


1. A~D나라에 망을 직접 설치한다.

2. 대기업에 빌붙는다.


사실 A~D나라에 망을 직접 설치하는 건 비용도 많이 들고 리스크가 클 것이다. 따라서, 대기업에 빌붙는 선택을 하려고 한다. 그러나, 대기업 입장에서는 자기네들이 구축한 망을 공짜로 제공해 줄 이유가 전혀 없다. 오히려, K나라에 망을 직접 깔아서 K나라의 사용자들을 자기네들의 고객으로 만들면 그만이다. 그래서, 소기업은 부탁한다.

돈 좀 줄테니까 너네 망 좀 접속하게 해 줘. 너네는 돈도 받고 K나라 망도 접속할 수 있고 일석이조잖아?


이것이 바로 망접속료다.


또, 다음과 같은 상황을 생각해보자.


기업 1은 인터넷을 미친 듯이 사용하고 있고, 기업 2에서는 인터넷을 조금 사용하고 있다고 해보자. 대기업의 입장에서는 둘에게 같은 비용을 받아내는 것보다 사용한 만큼 받아내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것이 바로 망사용료다. 뿐만 아니라, 기업 1은 K나라 망을 원활하게 이용하기 위해서 소기업이 대기업에 내고 있는 망접속료를 부담해주고 있다. 가 아니라 인프라 구축을 도와주는 형식으로 기여를 하고 있었다.

이때, 기업 1이 K나라에서 대박을 터트려 버린 것이다. K나라 사람들이 기업 1의 제품을 너무 많이 사용해서 소기업의 망 사용량이 너무 많아져 버린 것이다. 소기업 입장에서는 어디선가 돈을 더 받아오지 않으면 망의 유지조차 힘들어져 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망의 사용량이 대폭 늘어나게 된 원인인 기업 1에게 돈을 더 받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래서 소기업은 기업 1에게 망접속료가 아닌 망사용료를 내라고 요구하게 되었다.

이것이 지금 현상황이다. 소기업은 이동통신사, K나라는 한국, 그리고 기업 1은 트위치인 셈이다.



우리는 두 번째 질문에 답할 수 있게 되었다. 트위치 입장에서는 원래 망접속료로 내던 돈이 망사용료로 지출이 급격히 늘어나게 된 것이다. 그래서 망사용료를 내는 대신 한국에서의 인터넷 사용량을 줄이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화질 저하의 원인이었던 것이다.


사실 이 문제는 트위치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SKT vs 넷플릭스, 대한민국의 국회 vs 구글 또한 이러한 문제 때문에 벌어진 것이다. 만약 우리나라의 이동통신사가 승리한다면 다른 나라의 인터넷 제공업체가 바보가 아닌 이상 자신들도 망접속료가 아닌 망사용료를 받게 될 것이다. 트위치 화질 저하 문제는 사실 각 나라의 인터넷 제공업체 (한국은 이동통신사) vs 콘텐츠 제공업체이라는 빙산의 일각이었던 것이다.



이제 마지막 질문에 대해 정리해보자. 한국 이동통신사와 콘텐츠 제공업체들이 내세우는 명분은 소비자를 위해서이다.

이동통신사 : 기업에게서 망사용료 못 받아내면 우리 망의 품질 유지를 보장할 수 없거나 고객들에게 돈을 더 받아야 한다.
콘텐츠 제공업체 : 서비스를 확장할 때마다 망사용료를 내면 누가 콘텐츠를 만들려고 하겠는가? 시장이 위축되고 이것은 결국 소비자들의 손해로 이어진다.

둘 다 일리가 있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부딪힌 것일 뿐, 누가 옳고 그른지 단정 지을 순 없다. 트위치도 자신들의 명분을 내세워 화질 저하라는 결정을 내린걸 것이다. 


사실 나는 콘텐츠를 많이 소비하는 입장에서 단기적인 시선으로는 콘텐츠 제공업체에게 손을 들어주고 싶다. 당장 트위치 화질을 돌려받아야 할 테니까. 장기적인 관점으로 바라본다면... 그래도 콘텐츠 제공업체에게 손을 들어주고 싶다. 한국 이동통신사의 재무제표를 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옛날 단통법 때 나왔던 한마디를 다들 기억하는가?


이통사 수입이 남으면 틀림없이 요금을 내릴 겁니다


단통법으로 인해 이동통신사 수입이 늘어나도 나에게 돌아온 것은 높은 가격대의 아이폰뿐이었다. 이번 사건에 대해서 이동통신사의 손을 들어주면 콘텐츠 시장은 위축되는 것은 분명하다. 과연, 이동통신사가 벌어들인 수입이 나에게 다시 돌아올까? 이것은 아직 의문형이다. 단점은 확실하지만 장점은 불확실하다. 그러나, 내가 콘텐츠 제공업체에게 손을 들어준다면? 이동통신사에게 돈을 더 내는 대신 콘텐츠의 질은 좋아질 것이다. 장단이 분명하다. 그래서 나는 단기적 뿐만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도 콘텐츠 제공업체에게 손을 들어주고 싶다.


뭐, 어찌 됐건 누군가의 승리가 소비자의 이익으로 돌아오기만 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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