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밝기 직전이 가장 어둡게 느껴진다고 했던가. 이 말이 이런 뜻으로 쓰이지는 않았겠지만, 새벽잠이 많은 꼬마 수사가 새벽잠을 떨치고 일어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런데 오늘은 기도시간 한 시간 전부터 하심이랑 복돌이가 짖어대는 바람에 눈을 떴다. 성모상 앞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도 났다. 안개가 잔뜩 낀 새벽인데, 마태오 수사가 어제 사온 넝쿨장미를 성모상 주위에 심기 위해 삽으로 땅을 파고 있었다. 부원장 수사인 요셉 수사도 함께 도와주고 있었다.
꼬마 수사는 잠이 덜 깬 눈을 비비며 성모상 앞으로 갔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성모님... 마태오 수사님 안녕히 주무셨어요? 요셉 수사님 안녕히 주무셨어요?"
"잘 잤니?" 배꼽 인사를 하는 꼬마 수사에게 요셉 수사가 손은 흔들며 밝은 목소리로 응답했다.
"우리가 형제들의 잠을 깨웠구나! 별 일 아니야 곧 끝나. 들어가서 쫌 더 자." 마지막 일곱 번째 구덩이를 파면서 마태오 수사가 말했다.
"수사님들이 장미나무를 심는 거 볼래요. 어떻게 심어지는지 보고 싶어요." 꼬마 수사는 연거푸 하품을 하면서도 그들 곁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고양이 마리는 벌써 자리를 잡고 앉아서 고양이 세수를 하고 있다.
깊은 구덩이가 다 파지고 수사님들이 밑거름을 주자 똥거름 냄새가 진동을 한다.
"에휴... 냄새! 수사님 그거 똥 아니에요?" 잠이 확 깨는지, 꼬마 수사가 코를 막고 뒷걸음질을 한다.
"이거? 영양제야." 마태오 수사가 거름과 흙을 섞어주면서 말했다.
"영양제요?" 꼬마 수사가 의아해서 되물었다.
"으응. 소똥과 하고 닭똥, 그리고 썩은 가랑잎을 섞은 영양제. 하하하. 냄새가 시큼하면서도 구수하지? 우리 몸에 필수 영양분이 필요하듯이 식물들에게도 성장하고 예쁜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질 좋은 영양제가 필요해. 잘 썩은 거름일수록 장미뿐만 아니라 식물들이 좋아한단다."
"그럼. 텃밭에서 자라는 채소들도 이거 먹었어요?"
"으응. 그래야 건강하게 자라지. 맛있는 열매도 많이 맺을 수 있고...!"
"우왝.... 저 이제 상추랑 호박이랑 야채 안 먹을래요. 으...." 꼬마 수사가 코를 막은 채 얼굴을 찌푸렸다.
"어어? 상추랑 호박은 마리오가 젤 좋아하는 건데? 오늘부터 진짜 안 먹을 거야?" 요셉 수사가 웃으며 물었다.
"아니요. 히... 먹을 거예요. 맛있게 냠냠."
"그럼... 맛있게 먹어야지. 싱싱하고 건강한 음식일수록 빠트리지 않고 골고루 먹어야 건강해지지. 몸이 건강해야 병에 걸려도 쉽게 이겨낼 수 있단다." 마태오 수사가 일손을 바삐 움직이며 말했다.
"이제 곧 새벽기도 시간이네. 거의 다 된 듯 하니 이쯤에서 정리하고 기도 준비하러 가야겠어요." 요셉 수사가 삽과 물조리를 챙기며 말했다.
"네. 수사님! 마리오랑 먼저 가세요. 뒷정리는 제가 할게요." 그제야 마태오 수사가 허리를 폈다.
우리 영혼에게 필요한 영양제 그게 뭐예요?
"상쾌한 아침이지? 오늘은 새벽에 안개가 꼈으니까 날씨가 맑을 것 같구나." 농기구를 정리하기 위해 창고로 돌아오며 요셉 수사가 맑은 공기를 한껏 들이마시며 말했다.
"이 맑고 신선한 공기를 주신 창조주께 감사드리자."
"네... 하느님 감사합니다." 꼬마 수사도 요셉 수사를 따라 가슴을 펴고 맑은 공기를 한껏 들이켰다.
"식물에도 영양제를 주어야 잘 자라고 병충해를 입지 않듯이 우리 몸도 그렇고 우리 영혼도 건강하고 튼튼하게 자라나기 위해서는 영양제가 필요하겠지?"
"우리 영혼의 영양제요?... 우리 영혼에게 필요한 영양제 그게 뭐예요?" 꼬마 수사가 고양이를 안은 채 물었다.
"이제 곧 영하게 될 거야. 매일 말씀과 성체의 식탁으로 초대하시는 삼위일체이신 하느님의 선물." 요셉 수사가 농기구를 정리하며 말했다.
"아! 말씀과 성체로 오시는 예수님 말씀하시는구나."
"그렇지! 사랑이시고 영원한 생명의 양식이신 분. 우리의 가난한 영을 일깨워주시고 성령으로 채워주시어 튼튼하고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하시는 하느님의 선물."
"아멘. 주님의 종이 오니 그대로 이루어지소서."
꼬마 수사는 생각했다. 오늘 새벽기도와 미사는 특별한 기억으로 남겨질 것이라고.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