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수사 마리오

아이스크림과 성모님

by 진동길


금세 비를 쏟을 듯한 아침 하늘인데, 꼬마 수사가 급하게 수도복을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고양이 마리를 품에 안은 채 1톤 더블캡 트럭으로 달려간다.

아침 식탁에서 마태오 수사가 성모상 주위에 심을 넝쿨 장미 묘목을 사러 가는데 같이 가자고 했던 터라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다.

트럭에는 벌써 마태오 수사님이 운전석에 앉아서 꼬마 수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수사님! 오라이~."

조수석에 앉자마자 꼬마 수사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조수석 창문을 내리며 외쳤다. 고양이 마리도 오랜만의 외출에 설레는지 트럭 뒷좌석에서 뛰어다닌다.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손님~! 안전벨트는 착용하셨나요?"

"네~~. 착용했습니다...."

"반려동물은 안아주세요. 운전에 방해되고 위험합니다!"

"네~~. 제가 꼬옥 안았습니다...."

"그럼 됐습니다. 이제 출발합니다...! 즐거운 여행되시기를 기도합시다."

"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읍내로 가는 길은 여느 시골 풍경과 다르지 않지만, 사람 얼굴 보기 드문 시골에서 읍내 장에 간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설레게 하고 들뜨게 한다.

그다지 크지 않은 시골장이라도 어린 꼬마 수사에게는 시장에 나온 모든 것들이 낯설고 신기하다.

꽃가게와 종묘상에는 계절마다 바뀌는 수많은 꽃들과 채소 모종이 있었고, 농기구를 파는 상점에는 쓰임새를 정확히 알 수 없는 농기구도 많았다. 과일 가게 앞을 지날 때는 계절을 앞선 과일들이 달고 향긋한 향기로 코끝을 자극했다. 중국집과 치킨집, 떡볶이집과 피자가게를 지날 때에는 그 독특한 짜장면 냄새와 호떡, 떡볶이, 순대, 핫도그, 피자, 스파게티, 그리고 후라이드 치킨 냄새가 입에 군침을 돌게 했다.

마태오 수사는 꽃가게와 농기구 상점에서 호미 한 자루와 넝쿨장미묘목 일곱 그루를 샀다. 꼬마 수사는 벌써 지쳤는지 품에 안은 고양이 마리와 함께 연신 하품을 했다.

"마리오. 물고기가 있는 풍물시장은 다음에 구경할까?" 마태오 수사가 눈치를 채고 물었다.

"네ㅡㅡ. 수사님. 빨리 수도원에 가요."

"그럼 우리 마리오가 제일 좋아하는 아이스크림만 사서 집으로... 갑시다...!"

마태오 수사는 꼬마 수사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종류별로 사는 것을 잊지 않았다.

돌아오는 길에 비가 내렸다. 비가 오는데도 논에서는 이양기로 모내기가 한창이다.

"이제 모들도 시집을 가는구나~." 차창밖으로 모내기에 바쁜 농부들의 일손을 보며 마태오 수사가 혼잣말을 했다.

"수사님. 모들도 시집을 가나요? 어디로요?" 벌써 아이스크림을 두 개째 먹고 있는 꼬마 수사가 입 주위에 아이스크림을 잔뜩 묻힌 채 물었다.

"그럼! 볍씨가 작은 모판에서 어느 정도 자라면 어른이 되기 위해서 어머니 땅의 품에 심어주면 이내 튼튼한 뿌리를 내리고 어른으로 자란단다. 시간이 지나서 가을에 토실토실한 낱알을 맺은 노란 벼로 자라면 농부들이 수확을 하지."

"우와...! 땅은 성모님의 마음을 닮았네요. 무엇이나 뿌리를 내리고 자라도록 품어주고 키워주니까 말이에요." 꼬마 수사가 한 입 남은 아이스크림을 마저 다 먹으면서 말했다.

"그렇지... 마리오. 프란치스코 성인의 노래처럼 땅은 성모님의 마음처럼 하늘과 맞닿아 있으면서 산과 바다와 강뿐만 아니라 살아있는 생명이든 죽은 생명이든 가리지 않고 다 품어주고 끌어안아주지."

"... 성모님처럼 고마운 땅!..." 꼬마 수사는 아이스크림을 두 개나 먹고 졸고 있었다.

"또 땅은 생명을 잉태하고 낳는 어머니의 모태처럼 세상의 모든 씨앗에게 생명을 주고, 그 씨앗 속에 감추어진 가능성을 북돋아주고, 더 잘 자라도록 다독여주지.

"... 사랑하는 성모님... " 꼬마 수사는 잠꼬대를 하고 있었다.

"땅은 또 우리에게 성모님의 영성을 일깨워주는데, 가장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가 하느님의 조건 없는 사랑을 그대로 남김없이 전해주신다는 거야. 쫌 어려운 말로 '일치와 반영'이라고 하지..."

"......"

마태오 수사가 말을 끝맺기도 전에 꼬마 수사는 자고 있었다. 고양이 마리를 품에 안은 채. 아마도 성모님과 함께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나누어 먹는 꿈을 꾸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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