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수사 마리오

꿀벌과 말벌

by 진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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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새 촉촉하게 내린 비로 수도원 주위가 깨끗해졌다. 바스락거리던 해묵은 가랑잎들도 어머니 땅의 품으로 한걸음 더 들어갔다.


"저 잎들은 곧 어린 나무들의 양식이 되겠구나!" 꼬마 수사가 산책길을 앞서 가고 있는 복돌이에게 말했다. 복돌이도 말을 알아들었는지 꼬리를 흔든다.


"산책 나오니까 기분 좋지? 복돌아!"


복돌이도 신이 났는지 꼬마 수사를 돌아보며 헥헥거린다.


아카시 나무가 군락을 이루어 자라고 있는 곳에 이르자 벌들이 음악회를 벌인듯하다. 우우웅... 날개 부비는 소리도 클래식 음악소리 같다.


"오랜만에 비가 그쳐서 그런지. 벌들도 바쁘구나! 힘내 벌들아...!"



꼬마 수사가 아카시 나무 꽃향기에 취해 있는 사이 벌을 쫓던 복돌이가 인기척 소리에 꼬리를 치며 앞서 달려 나갔다. 산책 길에서 돌아오던 에드몬드 수사님을 보았던 것이다.


" 할아버지 수사님~!"


"오! 마리오~~! 마리오도 이제 다 컸구나. 혼자서 산책도 하고...." 반가운 얼굴로 손을 내밀며 에드몬드 수사가 꼬마 수사를 반겼다.


"하얀 머리카락을 날리며 산에서 내려오시는 수사님의 모습이 꼭 도인 같아요." 꼬마 수사도 환한 얼굴로 말했다.


"허허허. 그래? 도인이 따로 있나? 피조물을 사랑하고 창조주 하느님과 함께 사는 사람이 도인이지... 그러고 보니 우리 마리오도 도인이구나! 착한 꼬마 도인... 허허허"


"근데요. 할아버지. 저는 착한 아이는 아닌 것 같아요." 꼬마 수사가 시무룩해져서 말했다.


"엉? 그게 무슨 소리냐? 우리 착한 마리오한테 누가 뭐라고 했구나?" 에드몬드 수사가 걸음을 멈추고 마리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할아버지한테만 말씀드리는 건데요. 제 안에 악마가 살고 있나 봐요." 꼬마 수사의 얼굴이 급 울상이다.


"엉? 악마가? 그건 또 무슨 소린고?" 에드몬드 수사가 꼬마 수사를 무릎에 앉히며 물었다. 아카시 나무 향기가 더욱 진하게 느껴졌다.


"이따금씩 고양이 마리나 복돌이가 말을 제 말을 듣지 않을 때는 화가 나서 간식을 주고 싶지 않아요. 특히 마리가 밤에 밖에 나가서 늦게 들어올 때면 걱정을 많이 하다가도 화가 나서 간식을 주고 싶지 않아요. 이런 제가 나쁘죠?"


"허허허. 아주 귀여운 악마가 살고 있구나!" 너털웃음을 웃고 난 에드몬드 수사가 마리오의 머리를 다시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마리오. 우리가 하느님이 아닌 이상 화가 나거나 시기와 질투, 슬픔과 욕심들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단다. 다만 문제는 그 마음을 어떻게 다스릴 줄 아는가에 따라서 성인과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가려지지."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양과 염소의 비유처럼요?"


"그렇지! 이런 이야기가 있단다. 우리 안에는 두 마리의 벌이 살고 있는데. 한 마리는 선한 꿀벌인데 이 녀석은 네 마음에서 일어나는 기쁨과 평화와 사랑, 그리고 희망과 겸손함과 친절, 자비심과 공감, 너그러움과 친절, 진실과 연민, 그리고 믿음이라는 양식을 먹고 산단다."


선한 꿀벌인데 이 녀석은 네 마음에서 일어나는 기쁨과 평화와 사랑...


"우와...! 정말요?"


"그럼! 정말이고 말고. 그리고 또 한 마리 벌은 말벌인데. 이 고약한 놈은 네가 화를 내거나 질투하거나 슬퍼하거나 오만과 죄책감, 욕심, 억울함, 열등감, 거짓말, 우월감과 헛된 자존심을 부릴 때 잠에서 깨어난단다. 그리고는 꿀벌의 양식을 빼앗아 먹지."


"정말 나쁜 벌이네요. 그럼 그 말벌을 죽이면 안 되나요?"


"음... 그건 하느님의 뜻을 거스르는 일이지. 우리 안에 선과 악, 두 마음을 심어주신 하느님의 뜻을 살피는 게 먼저겠지. 그리고 우리의 말벌과 같은 좋지 않은 마음과 감정을 살피고 다스리는 게 우리가 해야 할 몫이 아닐까?" 말을 마친 에드몬드 수사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꼬마 수사를 마리오를 등에 업었다.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훗날 할아버지의 말을 기억해다오. 하느님의 뜻은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곳에 있다는 것을... 으이차! 우리 마리오 많이 무거워졌구나. 허허허."


"할아버지의 등은 여전히 따뜻해요. 무겁지 않으세요? 몸 무게가 갑자기 늘었던데...."


"인석아! 자꾸 할아버지 할아버지 하지 말어. 듣는 할아버지 기분 나쁘다. 허허허. 할아버지 다리는 아직도 짱짱하단다. 아직까지는 학생 수사들도 등산할 때 할아버지를 못 따라 올 정도로 건강하단다."


"하긴 그래요. 할아버지가 우리 식구 중에서 제일 건강하시잖아요. 감기도 안 걸리시고."


"얼른 내려가자꾸나... 벌써 저녁기도 시간이 가까워지니...."


산을 오를 때는 두 발자국이 산을 내려올 때는 한 발자국만 남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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