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물고기 배 속에서

너를 다시 만나며

by 진동길




파랗게 밀려오는 서러움을 쓸어안고

아픈 상처들을 돌아보던

지난 여름 밤들은

추억이라는 서랍 속에 넣어두자

이정표도 지시등도 없던 날들

향기와 색을 잃고 병들어 가던 사과밭에서

넋 나간 가슴만 쥐어뜯던 서툰 농부의

가을 한 낮도 저문 지 오래

내일, 우리 다시 만난다면

서로 낯 선 사람처럼

처음 보는 얼굴처럼

해맑은 웃음으로 다가갈 수 있기를

너를 다시 만나려 하나는 지금

비워진 캔버스를 바라보는 화가의 눈처럼

원고지 앞에 앉은 시인의 마음처럼

설레면서도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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