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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멋지게 돌아오다.

꿈은 이루어진다

by Mariposa

여러분 혹시 기억하시나요?

제가 사회초년생인 20대 때 친구와 둘이 동남아에 왔다가 고급호텔 라운지에서 와인을 홀짝이는 사람들을 보고 “우리 꼭 다시 오자! “고 하며 편의점 캔맥주를 홀짝였던 그곳.


제가 이곳에 전남편새끼와 신혼 때 같이 온 적이 있습니다. 제가 결혼을 결심하자마자 남편이 전역을 결심했기에, 그때는 앞으로의 미래가 깜깜한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늘 그랬듯이 어떤 상황에도 행복을 찾는 사람이라 지금은 우리 둘 다 돈을 벌고 있으니 여행이라도 가자고 했고 자기 의견이라고는 내세울 줄 몰랐던 남편은 알겠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온 저희는 비싼 호텔(친구와 제가 꿈꿨던)에 묵을 수는 없었지만, 제가 열심히 서치 한 끝에 가성비 좋은 호텔(?)을 골랐습니다.


동남아 여행을 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호핑투어라는 것을 하는데요, 저희가 묵고 있는 호텔 이름을 툭툭이(트라이시클) 기사들이 몰랐던 이슈로.. 그 좋은 호텔까지 저희는 걸어와야 했고 그 삼엄한 경비와 철조망 너머에 있는 호텔을 물끄러미 구경했습니다. 저는 원래 가성비를 정말 좋아합니다. 남편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저희 또래의 부부들 혹은 연인들이 그 호텔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남편은 그놈의 자격지심이 있었나 봅니다. 그걸 묻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던 저는 일부러 남편에게 그랬습니다.


“나는 이런 고급 호텔에 묵는 사람들을 진짜 이해할 수 없어. 어차피 이 예쁜 바다로 나가서 하루 종일 놀텐데 호텔이 좋아서 뭐 해? 에어컨만 나오면 되는 거 아니야? 그리고 저 경비는 이 호텔을 지키는 분이지만 나는 전담경호원이 있는데? 그리고 맛있는 조식? 나 일어나지도 못해서 어차피 못 먹어. 세상 부러울 게 없어 나는~“

이라며 유난히 작아져 있는 남편의 어깨를 툭툭 쳤습니다.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이번 생에 이런 호텔은 글렀다고.


저 지금 그 도시. 그리고 제가 부러워했던 그들이 있는 그 호텔에 있습니다. 혼자 있습니다. ㅈㄴ 비쌉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고 싶었습니다. 아마 다시 오지는 않을… 여전히 가성비를 따지는 사람이지만 이곳은 저에게 너무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기에.. 제 인생의 짐처럼 여겨졌던 남편이 없는, 그리고 20대의 제가 동경했던 사람이 된 지금. 와야 했습니다. 그것도 화려한 싱글로:) 내돈내산으로.


낮에는 다이빙을 했고, 아마 곧 다시 와서 자격증을 딸 거 같습니다.


이제 제 삶을 진짜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벅찬 감정을 풀 곳이 없어 아직도 떠나지 않고 계시는 독자님들이 있는 이곳에 떠들어대고 있습니다. 잘 지내시죠? 잘 안 지내셔도 괜찮습니다. 아무렴 어떻습니까.


여기에 오기 전, 제 필명을 새긴 비치타월을 주문했습니다. 성보라가 별 ㅈㄹ을 다 떤다며 조롱했지만 꿋꿋하게 가져왔습니다.


내일 이곳에서 마리뽀사 비치타월 위의 저를 보신다면 뭔지 아시죠? 우리 암구호. 외쳐주세요. 제가 커피 한 잔 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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