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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isol Jun 06. 2024

한국 음식문화의 품격

‘빨리빨리’ 먹고 ‘빠이빠이’

  

 일상생활에 있어서 먹고 마시는 행위인 음식(飮食)이라는 단어에 문화(文化)를 붙여서 「음식문화」라고 하면 그저 배고파 쭈그러져있던 ‘위(胃주머니에 먹을 것을 꾸역꾸역 채워 넣는 단순한 ‘먹는다’는 의미보다 왠지 품격이 있을 것 같은 그럴싸한 분위기가 더해지는 느낌이다. 


 라틴어 「cultus」에서 유래한 문화 「culture」라는 단어는 경작이나 재배 등을 의미하며 자연상태의 사물이나 현상에 인간의 행위가 가해지면서 변화되거나 창조되는 현상을 표현한다. 즉 문화란, 인간의 행위와 개인, 집단, 종족의 공통적이며 총체적인 생활양식으로 정의할 수 있다. 


 그중, 음식문화는 국가와 지역마다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체험할 수 있는 독특한 개성과 매력을 가지고 있다. 


 먹고 마시는 음식이 「문화」가 되기까지 그 지역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비롯하여 식재료, 만드는 방법과 먹는 방법, 그 음식이 만들어진 유래, 기후와 지리적 특성, 역사와 사회적, 심지어는 종교적 배경 등이 바탕이 되어 자연스럽게 토착화되었을 것이다.


 때문에 여행지에서 음식을 먹으며 그 음식에 대한 유래와 탄생 배경을 알게 되면 그 지역을 여행하는 의미와 감동이 배가되는 시너지 효과를 얻게 된다. 


 그렇듯, 여행의 꽃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그 나라의 또는 그 지역의 음식을 먹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이 비교적 뚜렷한 천혜의 기후변화 조건을 갖추고 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산과 들이 많아서 생선과 가축, 다양한 곡식과 채소를 재배할 수 있는 지리적 특권도 갖고 있다. 또한 선조들의 현명함으로 개발한 된장, 고추장 등 발효식품은 다양한 맛을 내는 양념을 만들어 낼 수가 있어서 보다 더 다양한 음식을 창출할 수가 있다. 


 이상의 내용을 함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음식 카테고리가 있다.


 우리나라의 음식 중 ‘한정식’이라는 카테고리는 한 끼 음식의 한 상차림에 밥과 국 또는 찌개 등의 국물류와 김치, 나물류, 육고기반찬과 생선 반찬 등 식탁에 더 이상 오르지 못할 정도의 많은 반찬이 포함되어 있다. 그뿐 아니라, 떡과 죽, 부침개, 잡채는 식전 애피타이저이고 코스요리에는 기본 반찬 외에 고기볶음, 육회 등도 상에 오른다. 배가 부를 텐데 후식 음료로 식혜 또는 수정과까지 서비스로 나온다.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의 이 한 끼의 한 상차림은 다른 나라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독보적인 음식문화일 것이다. 이 독특한 한국의 음식문화를 한 테이블에 차려놓고 음식의 영양학적 특성과 역사와 유래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식사를 한다면 이 음식은 단순히 ‘독특한 지역 문화’를 넘어서 ‘자랑스러운 관광자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유 감 천 만 사례


 경기도 어느 지역의 한정식 식당. 나름 ‘맛집’이라고 알려져 있다.


 인근의 관광지를 방문하고 다음 방문지로 이동하면서 외국인 단체 관광객의 점심 식사를 예약받은 이 한정식 식당은 이른 아침부터 홀이나 주방의 직원들은 숨 고를 여유도 없을 정도로 분주하다. 몸의 움직임은 초 단위로 움직인다. 빨리빨리 테이블 세팅을 하고 음식도 빨리빨리 준비해야 한다.


 식당에 도착하자마자 음식을 빨리 먹게 해 달라는 여행사 가이드의 부탁이 있기 때문이다. 


 손님들이 도착하기 전에 테이블에는 이미 한 상차림이 빼곡하게 차려져 있어야 한다. 음식에 대한 설명도 필요 없다. 이 음식을 문화라고 설명할 여유라곤 더욱 없다. 특정 음식에 대한 특이 알레르기가 있는 몇 사람을 위해 사전에 조율한 음식을 제외하고는 모든 음식을 빨리빨리 테이블에 올려놓는다.


 예약시간보다 빨리 대형 관광버스가 주차장에 도착한다.


 가이드의 빨리빨리 인솔에 의해 외국인 관광객들이 우르르 안으로 들어온다. 


 40명 정도의 외국인들이 모든 음식이 차려져 있는 테이블에 빨리빨리 자리에 앉는다. 


 그리고 빨리빨리 먹는다. 


 자기네들끼리 뭐라 뭐라 떠든다. 


 계속 빨리빨리 먹는다. 


 식후 음료도 빨리빨리 마신다.

 

 그리고 다음 여정을 위해 빨리빨리 일어나서 화장실을 다녀온다. 


 가이드의 인솔하에 다시 빨리빨리 버스에 우르르 탄다. 

 

버스 창문 너머로 ‘빠이빠이!’ 하고 버스는 사라진다.

 

 그들이 남기고 간 테이블 위의 음식 그릇에는 젓가락질이 서툰 그들에 의해 한국의 「한정식 음식문화」가 이빨로 씹다가 남겨진 생선 조각과 함께 뜯겨져 버려져 있다.


 식당 사장은 한숨 쉬며 일상다반사라고 한다.


“외국인들만 그러는 게 아녜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더 심해요.”

 

 하긴, 빨리빨리를 외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급한 성격을 보여주는 행위는 식당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긴 하지.


‘아줌마, 여기 제일 빨리 되는 게 뭐예요’


‘사장님! 여기 아직 음식 안 나왔는데요!’


식당에서 많이 듣는 불만이다.

 

문화 「culture」라는 단어는 자연상태의 사물이나 현상에 인간의 행위가 가해지면서 변화되거나 창조되는 현상(※이 글의 앞부분에서 붙임) 임을 다시 한번 생각한다. 

 

음식에 문화라는 품격을 붙이기에는

인간의 품격이 우선 변화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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