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B SaaS 마케터의 트렌드 리포트 작업기
동물병원을 대상으로 하는 SaaS 서비스에서 마케팅을 하다 보면, 늘 이 질문이 따라다닙니다.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야 원장님들, 수의사 선생님들이 우리 서비스에 관심을 가질까?'
그 고민의 답 중 하나로 올해 초에 선택한 것이 '2026 동물병원 경영 트렌드 리포트' 였어요.
매년 연말이 되면 많은 회사들이 트렌드 리포트를 내보내는 걸 보셨을 거예요. 저런 리포트를 통해 업계에 대한 전문성을 드러내고 브랜드를 조용히 각인시킬 수 있는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작년에 다른 작업들로 바빠서 타이밍을 놓쳤고, 올해 초에야 뒤늦게 착수하게 되었어요.
1. 레퍼런스 수집
B2B·B2C 가리지 않고 트렌드 리포트를 최대한 많이 찾아봤어요. 정말 많은 트렌드 리포트가 있었지만, 내용면으로 근거가 충실한 리포트와 디자인적으로 제 맘에 드는 리포트들을 참고하였어요. 젠데스크와 어도비, 올리브영 자료들이 개인적으로 내용도 디자인도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좋은 리포트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눈에 익히는 과정이었습니다.
2. 트렌드 정하기
반려동물과 동물병원, 수의사 관련 통계와 논문을 검색하고, 클로드와 제미나이, GPT를 번갈아 돌려가며 5가지의 트렌드를 확정했어요. 5가지의 트렌드가 올해를 위한 내용이 맞는지, 정말 설득력이 있는지 체크하는 것이 주된 일이었어요.
이때 제일 힘든 건 '이게 진짜 올해의 트렌드가 맞나?'를 검증하는 일이었어요. 아무리 논문과 통계를 근거로 삼아도 '충분히 논리적인가?'라는 의심이 계속 따라다녔거든요. 예측이라는 건 결국 틀릴 수도 있으니까요. 그 불확실함을 안고 그냥 밀어붙이는 것, 그게 이 작업에서 심리적으로 제일 어려운 부분이었어요.
3. 레이아웃 설계 및 작성
내용이 정해졌다면 이제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의 싸움입니다. 이 때도 AI와 많이 싸웠는데요. 내가 원하는 대로 디자인해달라고 해도 말을 못 알아 듣는건지 일부분이 마음에 안 드는 경우가 꽤나 많았습니다. 그 때는 피그마로 옮겨와서 피그마 속 제미나이로 수정하든지, 아니면 직접 유사하게 그려보기도 했어요.
4. 최종 디자인 및 마케팅 작업
완벽히 제 맘에 드는 결과물은 아니었지만, 배포 예정 시기가 있었기 때문에 표지까지 디자인하고 동시에 마케팅 작업을 진행했어요. 고객사를 대상으로 이메일을 돌리고, 블로그 글과 보도자료 작성하고, 메타 광고랑 재피어 통한 자동화로 다운로드 시 슬랙 알림까지...
사실 생각만큼 많은 다운로드는 되지 않았어요. 고생한 것에 비해 쪼금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용을 좀 더 알차게 보강해야겠다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이 업계에서 좀 더 필요로 하는 리드 마그넷을 작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그래도 뿌듯한 점도 있었어요. 다운로드 수가 전부는 아니더라고요. 제가 작업한 내용을 동물병원 수의사 선생님들 뿐만 아니라 제약사 임원분까지 받아보셨거든요. 숫자로는 잡히지 않는 방식으로, 브랜드가 업계에 스며들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제가 만든 트렌드 리포트의 진짜 역할이 리드 수집 그 이상으로 업계에서 '이 회사가 시장을 이렇게 바라보고 있구나'라는 인식을 심는 데 있는 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말엔 아쉬웠던 점을 보강해서 2027 트렌드 리포트를 발행할 예정이에요. 그땐 지금보다 더 나은 결과가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