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짜리 루틴

아침마다 하던 일을 기계에게 넘겼다

by 마케터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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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이라는 이름의 세금

마케터의 아침은 대개 비슷하다.

출근해서 메일 확인하고, 어드민 페이지에 접속한다.
어제 자 데이터를 확인한다.
필요한 수치만 추려내고, 보기 좋게 다듬어 대행사나 유관 부서에 공유한다.

어려운 일은 아니다. 익숙해지면 10분이면 끝나는 단순 업무다. 우리는 이것을 '루틴'이라 부르며 성실하게 수행해 왔다.

고작 10분이지만, 그 10분을 위해 업무 흐름을 끊고 엑셀을 켜는 행위 자체가 소모적이다. 무엇보다, "단순히 데이터를 옮기는 일"은 기계가 가장 잘하는 일이다.


파이프라인을 잇다

그래서 그 10분을 없애보기로 했다.

원리는 간단하다. 데이터마트와 수신자 사이를 파이프라인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중간에 사람이 개입할 필요는 없다. "매일 아침 9시, 전날의 핵심 지표만 뽑아서 전송하라"는 규칙 하나만 심어두면 된다.

나는 SQL과 N8N을 썼다. 하지만 도구는 중요하지 않다. 노코드 툴도 있고, 구글 스프레드시트 + Zapier로도 가능하다. 핵심은 '사람이 직접 퍼 나르던 물'을 '수도관'으로 연결했다는 구조의 변화다.


투명해진 숫자, 여유로워진 아침

파이프라인을 연결한 뒤, 아침 풍경은 미세하게 달라졌다.

내가 출근하기도 전에 슬랙봇이 먼저 리포트를 보낸다. 숫자가 틀릴까 봐 리체크하던 시간도, 개인 사정으로 늦게 출근해 보고서가 늦어져 눈치 볼 일도 사라졌다. 나는 그 시간에 커피를 마시며 오늘의 전략을 고민한다.


게으른 마케터가 이긴다

AI나 자동화라고 하면 대단한 창작물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실무자에게 가장 필요한 건 생각보다 소소하다.

내 시간을 갉아먹는 아주 사소한 비효율을 찾아내 제거하는 것. 그렇게 확보한 시간으로 기계가 할 수 없는 '생각'을 하는 것.

성실하게 엑셀을 두드리는 마케터보다 게으르게 시스템을 만드는 마케터가 더 일을 잘하는 시대다. 그렇다고 진짜 게으르지는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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