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만드는 비효율

'10X 생산성'이라는 달콤한 거짓말에 대하여

by 마케터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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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X의 시대

요즘 실리콘밸리도, 한국의 스타트업 씬도 온통 '10X'를 이야기한다. AI를 활용해 업무 속도를 10배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1시간 걸릴 기획안을 5분 만에 쓰고, 3일 걸릴 이미지를 3초 만에 뽑아내는 세상. 틀린 말은 아니다. 나 역시 AI 덕분에 지루한 반복 업무에서 탈출했으니까.

이처럼 AI의 도래는 '속도의 혁명'처럼 보인다. 당연히 그 결과는 압도적인 생산성 향상이어야 한다고, 우리는 믿는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더라.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좀 더 '비효율적인' 시간을 보내고 다.


사서 고생하는 직장인들

이유는 단순하다. AI 덕분에 '할 수 있는' 업무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최근 진행한 광고 제작 업무가 그랬다. 효율만 따지자면 정답은 정해져 있다. 디자이너에게 배너 한 장을 요청하면 30분이면 끝난다. 아니, 미드저니로 그럴듯한 이미지를 뽑아 카피 한 줄 얹으면 10분 컷이 가능하다. 아마도 이것이 사람들이 기대하는 'AI 활용의 정석'일 것이다.


하지만 AI는 그동안 '기술이 없어서' 포기했던 영역으로 나를 밀어 넣었다. 단순 노출되는 이미지 배너가 아니라, 잠재고객과 인터렉션할 수 있는 소재, 더 집요하고 다양한 배리에이션. AI로 가능해진 순간, 그것은 내 일이 되었다.


효율의 역설

AI는 인간을 노동에서 해방시켜 줄까? 요즘 내가 겪은 AI는 좀 다르다.

AI는 굳게 닫혀 있던 '불가능'의 빗장을 열어버렸다. 덕분에 나는 기획자이면서 동시에 개발자가 되어야 했고, 디렉터이면서 동시에 크리에이터가 되어야 했다.

내가 건드릴 수 있는 영역이 무한대로 확장되면서, 일의 총량은 늘어났다. 전략을 짜야 할 시간에 난생처음 보는 코드와 씨름하며,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비효율적으로 일하고 있다.

남들이 10X 속도를 외칠 때, 나는 0.1X의 속도로 AI의 시대를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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