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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케팅 김이사 Nov 19. 2021

청년 J, 사업을 결심하다

퇴사는 현실이다

"네? 회사 그만두신다고요?"


"아.. 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인수인계는 김대리한테 다 해뒀으니 앞으로 그쪽으로 메일 주시면 되고요."


.

.


회사에는 일주일 전에 그만둔다고 말했고 팀장님께서 따로 불러서 형식상 말리는 듯한 말씀은 하셨지만 역시 회사가 어려운 건 사실인가 보다. 



한 달이라는 인수인계 기간 동안 업무를 후임인 김대리에게 전달하고 거래처 사람들과 통화하면서 이런저런 인사를 나누었다.



중소기업 치고는 오랜 기간 꾸준한 매출을 내고 있는 우리 회사는 대기업에 부품을 납품하는 전형적인 2차 밴더였고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취업한 그곳에서 벌써 8년이란 시간을 보냈던 곳이다.



동기였던 G는 빠른 과장 진급을 했고 나도 곧 진급 예정자였지만 이번에는 힘들 것 같다는 인사부장님의 말을 듣고 퇴사를 결심하게 된 것이었다.



대체 왜 이렇게 된걸까? 딱히 남들보다 못한 것도 없고 오히려 더 열심히 살고 있다고 자부했는데 이런 결과라니..



회사가 어려워져서 임금동결이 되고 더불어 진급 또한 밀렸다고 '네 탓이 아니다'라고 말씀해주신 건 감사했지만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회사를 다니면서 틈틈이 온라인으로 할 수 있는 부업이나 창업에 대한 강의를 들어왔다는 것이다. 자기 계발의 일환으로 시작한 게 어쩌다 창업이니 부업이니 하는 강의까지 듣게 되면서 나도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던 찰나였다.



내 사업을 마음껏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오히려 잘된 것이 아닌가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이번 기회에 사업으로 돈을 많이 벌어보는 거야! 그리고 비싼 차를 타고 금의환향해야지!' 동기 G가 부러워하는 모습을 그리며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아..'



회사를 그만두고 의기양양 사업자등록을 하고 강의에서 배운 대로 온라인 스토어를 오픈하는 것 까지는 좋았다. 강의에서 알려준 대로만 하면 월 300만 원을 버는 것 정도는 우습다는 강사의 말에 기대 또한 만발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판매는커녕 아무런 반응이 없다는 사실이 현실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출근을 하지 않으면 나태해질 것 같다는 생각에 평소와 다름없이 8시쯤에 집을 나섰고, 회사가 아닌 동네 카페로 향했다.



"어서 오세요~ 오늘도 아메리카노 따뜻한 거?" 


"네"


거의 한 달간 매일 오다시피 하니 이제 단골처럼 봐주셨나 보다. 처음에는 하루 종일 앉아 있는 게 눈치가 보여 오전에 와서 커피 한잔을 시키고 점심쯤에 집에 가서 밥을 먹고 오후에 다시 와 커피를 주문하는 식으로 했었는데, 지금은 사장님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셔서 편하게 커피 한잔을 시키고 오후까지 있게 되었다.



"J 씨는 대단한 거 같아요, 보통 회사를 그만두면 하고 싶었던 거 한다고 놀러 가거나 하던데."


"네?"


"그러니까 J 씨는 회사 그만두자마자 매일 이렇게 일하는 거잖아요? 그게 뭐가 됐던 꾸준히 한다는 건 대단한 거예요. 아마 잘 되실 거예요!"


"아~ 감사합니다"



커피를 두고 가는 카페 사장님의 뒷모습을 보며 속으로 한숨이 나왔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긴 한데 지금 뭐가 뭔지 모르는 상태인 데다 대체 뭘 해야 할지 고민이고 방향도 잃은 것 같았다. 호기롭게 시작한 온라인 스토어는 판매가 한건도 나오지 않았다. 뭔가 잘못된 기분이 들었다. 



'이게 맞는 건가? 아이템을 잘못 가져온 건가? 분명히 내가 좋아하는 걸 팔면 잘 팔 수 있다고 했는데.'



노트북을 켜고 온라인 스토어 메인보드를 보는 내내 한숨이 나왔다. 유튜브를 켜니 내가 좋아할 만한 영상을 알고리즘이 추천해준다고 하던데 과연 그런가 보다. 눈에 띄는 영상이 '전자책으로 0000만 원 벌었어요'라는 영상이었다.



최근에는 이런 영상이 자주 추천이 되는 게 온라인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고 거기에 관심을 갖는 나 같은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겠지.



'그런데 지금 와서 방향을 바꾸는 게 맞을까? 이제 겨우 한 달밖에 안됐는데 안된다고 포기하는 건 너무 이른 것 같은데..'



이런저런 고민이 쌓여가니 유튜브 영상을 보는 것도 싫어졌다. 그저 나에게 맞는 명쾌한 답을 듣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일이 어디 있을까? 결국 내가 부딪치면서 알아가야겠지.





저녁 시간이 되어 슬슬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나려는 중이었다.



"엄마!"


"응~ 왔니? 밥은 먹었고?"


"아니 아직~ 이따가 강의 들어야 해서 샌드위치 하나 먹으려고"


"그래 네가 가서 꺼내먹어. 마실 것도 챙겨가고"


"네~"



어쩌다 가끔 마주치는 사장님의 딸이었다. 


'저녁시간쯤에 오는 걸 보니 회사원인 거 같은데 무슨 강의를 듣는 걸까?' 



"따님은 회사원인가 봐요?"


커피잔을 반납하며 슬쩍 물어보았다.


"네~ 근데 사이드 프로젝트니 뭐니 한다고 저렇게 강의를 듣는 거예요. 뭔지는 모르겠지만 공부한다는 건 좋은 거죠"


"아, 사이드 프로젝트요? 대단하시네요 퇴근 후에도 저렇게 열심이시니."



처음 들어보는 말인데 회사에서 하는 프로젝트의 한 종류가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집에 와서 저녁을 먹는 동안 궁금증이 가시질 않아 검색을 해보았다. 



- 사이드 프로젝트, 소위 딴짓이라는 걸로 직장인들이 자기의 가치를 올리거나 단순한 재미를 위해 하는 프로젝트



'사이드 프로젝트가 회사일이 아니었구나..'



회사를 다니면서 자기 일을 하기 위해 강의를 듣다니.. 왜 나는 회사를 다닐 때 그런 걸 하지 않았을까? 미리 해봤다면 이렇게 큰 좌절감을 느끼지도 않을 텐데 말이다.



회사를 그만두고 한 달이 지나도 월급이 들어오지 않았고 이게 현실이라는 걸 받아들이는데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그동안 모은 돈과 퇴직금 정도면 사업자금으로 충분할 거라 생각했는데 월급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니 충분하기는커녕 도리어 부족한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달 나가는 월세 외에도 스마트폰 할부, 통신비, 식비 등 의외로 나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왜 그동안 이걸 모르고 살았을까? 매월 들어오는 월급으로 충분히 감당하고도 돈이 남았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월급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게 이렇게 무서운 거였구나




"어서 오세요~ 오늘도 아메리카노 따뜻한 거?"


"네네, 그리고 사장님, 부탁드리고 싶은 게 하나 있는데요"


"응? J 씨가 부탁을? 뭔데요?"


"어제 따님이 사이드 프로젝트한다고 하셨잖아요? 그걸 좀 여쭤보고 싶은데요"


"나는 뭐 아는 게 없으니까 딸한테 물어보고 싶다는 거죠? 그럼 직접 물어보면 되지 왜 나한테 부탁을?"


"아.. 그래도 실례이지 않을까 해서요.."


"호호 별 걱정을~ 우리 딸 아마 오늘 올지 모르겠는데 카톡 한번 남겨볼게요"


"아.. 네! 제가 진짜 궁금한 게 있어서요 부탁 좀 드릴게요!"



사실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다. 단골이 된 카페 사장님 딸을 소개해달라고 하는 게 이상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사이드 프로젝트를 한다고 하니 뭔가 나에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지금 체면치례를 할 형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뭐 뭔가 꼬이면 다른 카페를 가면 되지' 



이런 곳을 다시 못 올 수 있다고 생각하니 약간 아쉽긴 했지만 반면에 딱히 문제가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단순히 내가 궁금한 것을 물어보는 것뿐인데 큰 문제가 생길까?



"안녕하세요. J 씨, 저는 H라고 해요"


"아.. 안녕하세요"


막상 이렇게 마주 보고 앉으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일적인 이야기고 소개팅이나 이런 게 아닌 건 알지만 그래도 약간 설레는 느낌도 없잖아 있었기 때문에 잠깐 머뭇거릴 수밖에 없었다.


"궁금한 게 있으시다고요?"


"네, 사장님께 얼핏 들었는데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신다고 하셔서요. 회사일이 아니다 보니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기가 어려울 텐데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해서요"


"그게 궁금하셨구나~ 난 또 저한테 관심 있는 줄 알았죠" 


"네? 아니, 그건.. 그게 아니고, 저는.."


"농담이에요, J 씨가 너무 긴장하고 계시길래 분위기 전환해보려고요"


웃으며 말하는 H는 자신감이 넘치는 여성이었다. IT회사에 근무하는 그녀는 이번이 벌써 3번째 사이드 프로젝트라고 했다. 자신이 다니는 회사는 적극적으로 사이드 프로젝트를 권장하고 있고 필요하다면 강의 수강료도 지원을 해준다고 했다.


"좋은 회사네요.."


"그죠? 저도 매우 만족해요. 회사 입장에서는 어차피 근무 외 시간에 딴짓을 할 거면 이왕이면 발전적인 방향으로 하라고 지원을 해주는데, 이게 나중에 다 회사에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아직 이해는 안 되지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저는 열심히 해보고 있어요"


"이번이 3번째라고 하셨는데, 뭘 하시는 건가요?"


"지금은 반려동물에 대한 재미있고 유익한 정보를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플랫폼을 만들어 보려고 해요. 이제 반려동물 시장은 무시 못할 정도로 커졌잖아요?"


H는 자기가 이 프로젝트를 하게 된 계기라던가 고객이 왜 이게 필요하고 어떻게 이 가치를 전달할지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듣고 있자니 스스로 한심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회사를 다니면서도 이렇게 자기 사업을 연습을 하는 H가 대단해 보이면서 나와 비교가 되는 것이었다.


"H 씨는 대단하시네요.."


"네? 아니에요~ 저도 벌써 2번이나 실패했는데요~. 사실 이번에도 잘 안될 것 같긴 해요. 고객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시작했거든요. 지금 듣고 있는 강의를 프로젝트하기 전에 들었다면 애초에 이걸 안 했거나 다른 방향에서 시도했을 것 같아요"


"아, 맞다. 강의를 들으신다고 하셨죠? 무슨 강의를 들으시는 거예요? 창업 강의 같은 건가요?"


"아뇨, 창업에 대한 건 맞는데 그것보다 좀 더 본질적인 거예요"


"뭔가요?" 


궁금했다. 대체 무슨 강의길래 먼저 들었다면 프로젝트 실패를 하지 않을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한 걸까?


"공짜로요?" 


"네?"


"이런 귀한 정보를 공짜로 달라고요? 그거 모르세요? 궁금하면 500원?"


"아.. 네.."


"훗, 농담을 잘 못 받아들이는 타입이시네요 J 씨는"


"아.. 네.."


계속 '아.. 네.."만 남발하는 내가 우스워보였다. 나름 자기 계발도 열심히 하면서 자신감이 충만한 나였는데 고작 한 달 동안 한 사업이 잘 안된다고 주눅 든 모습이라니..


"혹시 원하시는 게 있으신가요?"


"네. 제가 이 정보를 알려드리는 대신에 몇 주만 제 고객이 되어주세요"


"네?"


H의 말은 이랬다. 자기가 배우고 있는 강의는 실습형 강의라 매주 강의를 듣고 실천을 하고 피드백을 해야 한다. 지난주부터 고객에 대해서 이해를 하고 그에 대한 실습을 해야 하는데 마침 내가 등장한 것이다. 아무래도 잠재고객에게 직접 물어보고 반응을 들어보는 게 좋기 때문에 나에게 이런 부탁을 하는 것 같았다.


"네 알겠어요. 그런데 고객이 되어달라는 건 물건을 사야 하는 건가요?"


"어머, 바로 승낙하시다니 감사해요. 그리고 뭘 사실 필요는 없어요. 그저 제가 뭘 좀 물어보면 고객 입장에서 대답만 해주시면 돼요"


"네 그 정도야 문제없죠"


"반쯤은 농담으로 말씀드렸지만 사실 저도 절박하거든요. 이번 프로젝트는 꼭 성공하고 싶은데 주변에는 다 제 지인들이라 좋은 얘기만 해주거든요. 이게 좋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도움이 안돼서 어쩌나 싶었는데, 마침 J 씨가 절 먼저 만나자고 해서 '웬 떡인가' 싶었어요"


아.. 그러던 건가? 그래서 흔쾌히 자리를 잡은 거구나.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괜한 기대를 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어쨌든 그 강의에 대해서 궁금했기에 주저 없이 물어보았다.


"아~ 그거요? 마케팅이에요. 마케팅 강의"


"마케팅이요?"


"네, 혹시 마케팅에 대해서 배워보신 적 있으세요?"


"네.. 대학교에서 교양과목으로 좀.."


"아~ 그러시구나. 그렇다면 괜히 뜸 들였네요. 마케팅 공부하셨으면 굳이 이렇게 안 해도 되는데 괜히 죄송해지는데요."


"아니에요. 교양과목이라 해봐야 제대로 공부한 것도 아니고 기억도 안 나는걸요 뭘"


사실이었다. 경영학과를 졸업한 나는 교양과목으로 마케팅원론이라는 수업을 듣긴 했는데 영어로 된 용어가 쏟아져 나오는 바람에 지레 겁먹고 학점을 포기하다시피 수업을 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마케팅이 창업에 있어서 그렇게 중요한 건가? 물론 판매를 해야 돈을 벌고 사업을 지속할 수 있기 때문에 마케팅을 하면 좋은 걸 알지만 대체 마케팅을 어떻게 사업에 적용시킬 수 있다는 거지? 


"지금 마케팅은 실전에서는 쓸모가 없다고 생각하고 계시죠?" 


마치 내 표정을 읽은 듯 H가 웃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죠. 사실 저도 처음 마케팅에 대해 그렇게 생각했거든요. STP니 무슨 전략이니, 4P 믹스 같은 용어만 가르치고 실제로 사업에 적용하는것과는 상관없다고 말이죠. 그리고.."


아, 들어본 용어다. 분명 교수님이 엄청 중요하다고 시험에 나온다고 했었던 건데..


"...라고 하더라고요"


아차, 잠깐 딴생각을 했더니 무슨 말을 했는지 놓치고 말았다. 내 표정을 본 H는 마치 예상했다는 듯이 말했다.


"뭐.. 저도 마케팅이라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그랬죠. 별로 관심이 없었거든요"


"아니.. 저는 그게 아니라.."


내가 지루해 한다고 느꼈던 걸까? 오해를 풀어야 했다. 


"잠깐 딴생각을 한건 죄송해요. 저는 마케팅이 사이드 프로젝트나 창업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을 못해봤거든요. 예전에 배운 것들은, 사실 기억도 잘 안 나긴 하지만, 대부분 옛날 방식이고 현재 온라인 시장에서는 도움이 안 될 거라 생각했거든요"


"음~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겠네요. 저는 그런 강의는 안 들어봐서 모르겠지만 지금 듣는 건 충분히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강의 내용은 들어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때 들으셨던 거랑 다른 게 없을 거예요. 특별한 스킬이 있는 건 아니라서요"


"그럼..?"


"원론적인 내용이긴 한데 실전에서 진짜 필요한 내용이라고 할까? 아이참, 저도 표현력이 딸려서 뭐라고 말하기 그런데, 한번 들어보세요"



그녀와 매주 목요일 저녁에 만나기로 약속하고 집으로 들어온 나는 저녁을 차리지도 않고 바로 PC를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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