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각에 대한 놀라운 5가지 사실

마음을 움직이는 향기의 힘

⠀

YES/NO Question

Q1. 사람들은 인지할 수 없는 정도의 미약한 향이라도, 향을 풍기는 공간에 호감을 느낀다?

Q2. 냄새가 없으면 맛을 느끼지 못한다?

Q3. 사람은 어머니 배 속에 있을 때부터 냄새를 맡을 수 있다?

Q4. 개는 사람이 느끼는 두려움, 스트레스, 신경과민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

Q5. 가스관이 샐 때 풍기는 냄새는 위험을 알릴 목적에서 부취제(냄새가 강한 물질)를 첨가한 것이다? 

로베르트 뮐러-그뤼노브 지음, 향기의 힘 / 글담출판사

 다섯 가지 퀴즈에 대한 답은 모두 YES이다. 후각은 인간의 감각 중에서 유일하게 뇌와 곧바로 연결되어 있다. 후각 자극은 시각 및 청각 자극보다 더 빠르게 인지하며, 어떤 감각보다 기억 능력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우리는 향기를 통해 주변 세계와 환경을 인식하고 재인지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디지털 기기의 보급과 보편화로 후각보다 시각에 의존하는 사람들이 급증했다. 저자는 책에서 후각이 퇴화되고, 평가절하되는 과정을 안타깝게 표현한다.

⠀

 일례로 전 세계의 젊은이 7,000명을 대상으로 한 2011년의 설문 조사에서는 후각을 포기할 것인지 아니면 소셜 미디어를 포기할 것인지 물었더니, 응답자의 과반수가 넘는 53퍼센트가 후각을 포기한다고 답했다. 이쯤 되면 일론 머스크가 계발하는 인간의 뇌를 컴퓨터에 동기화하는 작업이 굳이 필요할까라고 반문할 수 있겠다.

 인간에게는 태아 시절부터 어머니의 배 속에서 후각을 감지할 수 있도록 감각이 발달한다. 28주가 될 무렵에는 후각 신경섬유가 완성되고, 임신 말기에 태아는 이미 어머니가 인지하는 냄새를 거의 동일하게 맡을 수 있다. 인간의 뇌가 출산 시 온전히 발달한 상태가 아님을 감안하면, 후각의 완성은 실로 놀라운 결과물이다.

⠀

 성인이 된 이후에도 후각의 능력 발휘는 인상 깊다. 흔히 후각이 감정과 기억을 소환한다는 사실을 '프루스트(혹은 마들렌) 효과'라고 한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대학교의 마리케 토폴로(Marieke Toffolo) 박사는 프루스트 현상을 면밀히 살펴보기 위해 어떤 감각이 기억 능력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했다. 박사는 피험자들을 세 그룹으로 나누고, 모두에게 동일한 영상을 보여줬다. 대신, A그룹에게는 블랙커런트 향(쌉싸름한 내음)을 퍼트렸고, B그룹에게는 빛 신호를 보냈다. C그룹에는 영상을 보여주며 소리를 들려줬다. 일주일 뒤 피험자들은 영상에 대해 기억나는 것을 표현해야 했다. 그 결과, 향기에 노출된 A그룹이 소리나 빛에 노출되었던 그룹보다 세부 내용은 물론 감정까지 더 잘 기억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시각, 촉각, 청각 신호는 우선 뇌의 대뇌피질에서 처리되어야 하는 반면, 후각은 감정을 가공하는 대뇌변연계(Limbic)에 곧장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에 더 나아가, 향 공학 분야의 전문가이자 저자인 '로베르트 뮐러-그뤼노브(Robert Muller-Grunow)'는 이 책에서 삼차신경(trigeminal nerve)을 통해 인지되는 후각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삼차신경은 지류가 코의 점막을 통과해 지나가며 일종의 조기 경고 체계 역할을 하는데, 가령 홍어를 먹으면 얼싸함을 느끼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에는 홍어가, 아이슬란드에는 발효시킨 상어고기인 하칼이 있다. 두 음식 모두 부패 과정에서 암모니아를 증발시킨다. 그런데 같은 음식을 두고도 사람별로 호불호가 나뉜다. 이유가 무엇일까? 이스라엘의 신경생물학자 노암 소벨(Noam Sobel)에 의하면 우리가 썩은 고기 냄새를 싫어하는 이유는 유전자에 기록되어 있다고 말한다. 이는 쥐도 마찬가지다. 실험실의 쥐는 고양이를 생전 본 적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고양이 오줌 냄새를 두려워한다. 인간도 유사하다.

 그렇다면, 후각은 모두 선천적으로 구성된 것일까? 인간은 약 350개의 후각수용체와 1천만 개의 후각 세포를 갖고 있다. 노르웨이의 향 전문가 시셀 톨라스는 유년기 이전에 후천적으로 후각을 훈련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후각이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중요한 것은 우리 삶의 중대한 영역을 구성한다는 점에 있다. 조향사 게이자 쇤은 '사람들은 냄새가 없으면 맛도 느낄 수 없다는 것을 간과해요. 냄새 없이는 음식을 먹는 것도, 섹스도 즐겁지 않아요.'라며 후각을 쓸모없는 것으로 낙인찍는 세태를 부정했다.

⠀

전 세계 7,000명의 젊은이들이 소셜미디어 대신 기꺼이 포기한 '후각'. 당신에게 후각의 의미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