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들은 고달프다.
연차가 쌓여도 자신에게 누적된 정보에만 입각해서 결정을 내리고 실행으로 옮기기에는, 그 판단 기준이 객관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닥치는 대로 뉴스 기사를 읽고, 신기술에 눈독을 들이며, 청소년부터 노년층까지의 커뮤니티를 방황하는 다른 의미의 디지털 노마드가 된다. 혁신에 혁신을 거듭해야 살아남는 마케터의 업의 결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이 말에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이며 동조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내가 아는 것은 충분해! 나는 내 인사이트에 100% 자신이 있어!'라며 고개를 좌우로 돌리고 있다면, 축하합니다. 당신은 위너입니다.
2018년의 끝자락을 간신히 붙잡고 있는 마케터들에겐 2019년은 또 다른 도전이자 숙제다. 여기저기서 범람하는 트렌드 리포트와 SNS 사용 보고서들만 봐도 뒤처지지 않기 위한 마케터들의 노력과 불안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이 불안을 완전히 소강하기엔 역부족이겠지만, 도움이 될만한 책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주관적인 판단하에 리스트업 한 도서들이니, 넓은 마음으로 바라봐주길 바란다.
'마케팅 불변의 법칙' 이런 이론서가 아닌 '에세이'에 가까운 마케팅 서적 중 2018년 올해의 베스트 오브 베스트로 손꼽는 책이다. 기획자로서 지녀야 할 습관을 크게 '기획자의 생활습관, 기획자의 공부습관, 기획자의 생각 습관'과 같이 3가지로 나누어 말한다. 이 책의 저자는 '최장순'이라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현재 엘레멘트 컴퍼니(LMNT COMPANY)의 대표를 역임하고 있다. 이 책을 베스트로 선정한 이유는 단 하나로 축약해서 말할 수 있겠다. 이 책은 '본질'을 이야기한다.
아버지에게 어릴 때부터 귀에 못이 박히도록 배운 영어의 본질이다. '문장이 아무리 길고, 복잡하더라도 모든 문장 구조는 형식을 벗어나지 않는다.' 이 가르침 덕분에 우스갯소리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나의 전국 모의고사 영어성적은 항상 백분율 97% 위를 맴돌았다. 실제로 중학생 때 이해하기 어려운 '막스 베버'의 원문을 영어 사전 하나만 옆에 껴고 독해하는 데 성공했다. 내 자랑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만큼 '본질'을 파악하는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역설하는 것이다.
'기획자의 습관'을 읽으며 문득 이런 의문이 고개를 들었다. 과연 나는 이 업에 대해 '본질'을 얼마나 파악하고 있을까?
Gedanken ohne Inhalt sind leer,
Anschauungen ohne Begriffe sind blind.
내용 없는 사유는 공허하고,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적이다.
크리에이티브 없는 전략은 공허하고,
전략 없는 크리에이티브는 맹목적이다.
책에서 발췌한 내용 중 일부이다. 책에서 말하는 내용 대다수는 되새김질하기에 좋다. 이 책은 한번 읽고 버리는 책이 아니라, 책상 위 혹은 침대 머리맡에 손 닿는 거리에서 두고두고 읽기에 좋은 책이다. 본질 없이 궤변을 늘어놓는 기획자가 되기 싫다면 이 책을 읽는 것을 추천한다.
그렇다. 트렌드 코리아 2019. 매년 연재되는 도서로 서점 가판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이 책의 구성은 '2018년 소비트렌드 회고'와 '2019년 소비트렌드 전망' 2가지로 되어있다. 사실 이 책은 앞서 말한 최장순(기획자의 습관 저자)이 추천하지 않는 도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내가 아직까지 본질을 파악하기에는 역부족인 탓이다. 만일, 나와 달리 '본질'을 파악할 줄 아는 마케터라면 과감하게 이 책을 건너뛰거나 혹은 서점에서 속독하는 것을 추천한다.
하지만 반대로 '본질'에 다가가기 위해 아직 학습 중인 마케터라면 '트렌드 코리아 2019'를 정독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주관적 견해임을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카피책은 이름 그대로 카피라이팅과 관련된 책이다. 이 책은 '이렇게 연필을 씁니다.'와 '이렇게 머리를 씁니다' 2가지 인덱스로 나뉘어 있다. 이 책을 읽으면 '카피라이팅'에 대한 개략적인 '감'이 잡힌다.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카피라이팅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지만, 그것을 효과적으로 이미지화한 디자인 레퍼런스까지 함께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디자인을 간혹 디자이너의 전유물이라고 오해하는 자들이 있는데, 이것은 위험한 태도다. 마케터도 디자인할 줄 알아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카피라이팅을 할 때 임하는 나의 자세에 대해 곁들여 말하자면, '본질을 담는 그릇이 글이 된다'는 것이다. 서술형 중장문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보다 짧은 한 문장에 전달하는 것이 몇 배로 어렵다. 개인적으로는 카피라이팅 할 때 다음 3가지를 염두에 두고 쓴다.
첫 째, 본질을 이야기한다.
둘째, 읽는 사람이 단번에 이해할 수 있게 쓴다.
셋째, 참신하게 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많이 읽고 많이 써보는 것이다. 길거리에 놓인 광고판 하나도 무심히 지나치지 말자. 생각보다 주변에 무수히 많은 '카피'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단, 기왕이면 사진을 찍어놓고 기록해놓자. 참신함은 평범함을 뒤틀 때 탄생하기 좋으므로, 최대한 많은 것들을 눈에 담아 놓자. 정철의 '카피책'은 양질의 레퍼런스를 기록해놓은 책이라 도움이 될 것이다.
브랜딩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마케터라면 누구나 한 가지씩 채널을 운영하고 있을 테다. 나의 경우엔 워드프레스와 브런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을 운영하고 있다. 콘텐츠 마케터로 근무하며 데이터 분석에 대한 필요성에 갈증을 느꼈던 터라, 나만의 온드 미디어를 갖고 이것저것 실습해보고 싶은 마음에 시작하게 되었다.
데이터 분석에 대한 기반을 닦는 것이 GA(Google Analytics) 공부라고 한다면, 심화 과정은 HTML과 CSS, 더 나아가 파이썬과 SQL 정도가 있을 수 있겠다. HTML과 CSS로 개인이 운영하는 웹사이트의 UI(User Interface)를 효율적으로 배치하고, 그 의도에 맞게 행동 패턴이 일어나는지 GA를 통해 분석해보면 어떨까?
HTML5+CSS3는 뼛속까지 문과생인 나에게도 더듬더듬 따라 할 수 있게 내용이 튼실하다. 이 책과 함께라면 적어도 웹상에서의 창세기 정도는 만들 수 있는 마케터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