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개발자 출신 취미 코더가 코딩을 활용하는 방법
나는 코딩, 컴퓨터, IT 이런 것과는 무관한 삶을 살았다. 대학 전공은 상경계열이었고 직장도 개발, 코딩 이런 것과 무관하다. 블로그 생활을 십여 년 하면서 필요에 의해 코딩을 배웠다. 그리고 그건 꽤나 나와도 잘 맞았다. 나이 40대 중반에 찾은 또 하나의 적성이었다.
약 2년 가까이 코딩을 공부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그리고 많은 것들을 손수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구현하는 것은 '구글링' 문제였다. 내 부업이 수익형 사이트를 만드는 것으로 전환되고 있었지만 본업에도 코딩 지식을 적용해보고 싶었다.
IT 근로자가 아닌 사무직 직장인 취미 코더가 코딩을 활용했던 방법을 소개해 보겠다.
많은 회사들이 그런 것처럼 우리 회사도 전자문서 시스템이 적용되어 있다. 각종 공문, 품의서, 협조전, 청구서 등이 전자문서로 작성되고 결재가 된다. 우리 회사 결재 문서 작성 에디터에서 있었으면 좋겠다는 기능이 있었다.
우리 회사 결재 문서 작성 에디터에는 신기하게도 링크를 만들어주는 기능이 없었다. 물론 결재 문서에 무슨 하이퍼링크(Hyper Link)냐 싶겠지만 참고용 웹페이지를 그냥 주소를 문서에 쓰는 것보단 링크를 걸어 클릭 시 바로 이동하게 해주는 것이 문서를 이해하는데 편할 거라 생각했다.
링크 걸어주는 버튼은 없지만, 다행히 에디터에는 html 모드를 지원하고 있었다. 문서를 쓰고 링크를 걸고 싶은 곳은 html 모드로 바꿔서 <a href="~~~~" target="_blank">참고 사이트</a> 이런 식으로 작성해서 전자 문서에 링크가 걸릴 수 있도록 하였다.
또 하나의 문제는 문서에 표를 만들고 표 내부 색을 넣고 싶을 때, 에디터에는 단 6개의 색깔만 선택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왜 이런 식으로 에디터를 개발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주어진 6개의 색깔은 전혀 쓰고 싶지 않은 색깔이었다. 그래서 과거에는 표 내부에 색을 거의 넣지 않았다. 하지만 CSS를 배우고 나서는 표에 색깔을 넣기 시작했다.
https://htmlcolorcodes.com/에서 원하는 부드러운 파스텔 톤의 색을 골라 hex code를 따서 결재 문서 에디터 html 모드에서 입력해 준다.
<td style="background-color : #E7FCFF;">총 액</td>
<td style="background-color : #E7FCFF;">2,752</td>
TML, CSS를 배우고 난 뒤, 이렇게 남들과는 차별화된 결재 문서를 만들어 상신할 수 있게 되었다.
단점으로는 이렇게 꾸며도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나도 딱히 이런 것을 언급하지 않는다. 그냥 자기만족 수준에서 하고 있다.
한참 파이썬으로 웹크롤링을 배우고 있을 때였다. 팀 내 미션이 하나 떨어졌다.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자료를 만들라는 것이었다. 그중 하나가 용어 설명집이었다. 내가 일하는 분야에 대해 전공자도 있고 아닌 자도 있기에 누구나 열람 가능한 용어 설명집을 엑셀로 만들어 보라는 것이었다.
사실 굳이 만들 필요가 없는 게 이미 다른 사이트에서 용어설명 콘텐츠가 있다. 이걸 보면 되는데 이 자료를 엑셀로 만들라는 것이었다. 이 작업은 막내 사원이 맡았다. 대략 3000여 개의 용어가 그 사이트에는 정리되어 있는데 이를 엑셀로 옮겨 적는 단순 반복 작업이었다. 그 직원이 이 업무를 완수하는데 대략 5일가량 걸렸던 거 같다.
나중에 내가 이걸 파이썬으로 크롤링해보았다. 코드를 짜고 실행해서 결과값을 뽑아내고 엑셀로 정리하는데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물론 이 사실을 알리진 않았다. 굳이 끝난 일을 코딩으로 30분 만에 해냈다고 자랑할 일도 없을뿐더러, 나의 이 행위가 일거리를 없앨 수 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어느 날, 팀 내 진행하던 프로젝트에서 매일매일의 환율 정보가 중요한 때가 있었다. 특정 은행에서 특정 화폐의 환율의 변화에 따라 회사의 수익이 변동되는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부서장님이 막내 직원을 시켜 매일매일 환율 변화를 기록하게 했다. 특정 은행에서 고시되는 특정 화폐의 환율을 몇 달간 기록했다.
그러다 이 직원이 갑작스럽게 다른 부서로 이동하게 되었다. 몇 달간 혼자서 하던 환율 기록 업무는 중단되었다. 며칠 후 부서장님이 해당 자료를 찾았지만 작성하던 직원은 없었다. 인수인계가 안되었던 것이다.
이 업무를 다른 직원에게 새로 주려다 프로그램으로 자동화시키기로 마음먹었다. 매우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로써 프로그래밍 하기에 적합하였다. 그리고 그 직원도 프랑스 유학까지 다녀왔는데 환율 기록이나 하는 업무를 시키는 것도 뭔가 부적합해 보였다. 다른 직원들이라고 이 정도 업무를 매일 하는 것이 효율적이냐는 생각도 있었다.
그 업무를 내가 한다고 하고선 php를 이용해 웹페이지를 만들었다. 동적 크롤링을 이용해 그 은행의 환율 정보를 매일 정해진 시간에 가져와서 txt 파일에 저장하게 했다. 그리고 환율 변동 현황을 표와 그래프로 표현되게 만들어봤다.
누군가 자료를 찾을 때마다 나는 웹사이트에 접속해서 현재 환율과 이전 환율을 확인할 수 있으며 자료를 즉시 다운로드할 수도 있다. 굳이 내가 매일 정해진 시간에 이 환율 정보를 기록해 둘 필요 없이 말이다.
이때 코딩 배우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 더불어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의 발전은 많은 사람들의 일자리를 없앨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단순 반복 작업을 하는 직업이나 업무는 필연적으로 사라질 것이라 생각된다. 미래에는 일자리를 구하려면 단순 노무, 사무보다 좀 더 뛰어난 자신만의 가치를 증명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내가 프로그래밍을 업(業)으로 삼고 있지 않기에 코딩을 배워도 뭔가 대단한 사이트를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이 없다. 이건 장점이자 단점일 수 있겠지만 내가 만든 프로그램으로 나 또는 주위 사람들의 생활을 좀 더 편리하게 만든다면 그것만큼 뜻깊은 게 어디 있을까 싶다.
그래서 난 오늘도 코딩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