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기부, 작은 선행
다행히 글을 쓴 이후, 아버지는 식사를 하시고 몸이 많아 나아지셨다. 지금은 전화 통화도 하면서 간단한 사무도 본다. 병원도 아침에 다녀왔다. 여전히 돌발성 난청이라는 병명을 들은 것 같은데, 부모님은 항상 나를 어린아이로 여기셔서 자세한 결과는 듣지 못했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당장 크게 우려할 부분은 없어 보인다. 다행이다.
아빠의 고통을 재료 삼아 글을 썼다는 죄책감이 들기도 했었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꼭 그럴 필요는 없어 보인다. 죽은 사람을 가지고도 글을 쓰는 시체 청소부도 있고, 자기가 진찰한 아픈 사람들에 대해서 글을 쓰는 의사도 있는 세상이다. 내 생각이 틀린 절지도 모르겠지만, 쓰고 공개한 이상 올린 글에는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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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받은 용돈의 일부를 복지관에 기부하고 있다. 사실, 이 기부를 시작한 계기는 인스타그램에서 누군가 매년 100만 원씩 기부한다는 게시글을 본 것이었다. 단순히 그 게시글을 보고 나서 기부를 시작하게 되었지만, 그 뒤에는 다른 이유도 있다.
내가 선택한 복지관은 단순한 기부처가 아니었다. 당시 나는 그곳에서 고립 청년 지원 사업을 통해 많은 혜택을 받고 있었다. 복지관 내에서는 간단한 심리 상담을 받을 수 있었고, 다른 사람들과 교류할 기회도 주어졌다. 이는 나에게 큰 도움이 되었고, 나는 이에 보답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기부를 시작했다.
기부를 시작하기 전, 복지사님께서는 한 번 시작하면 끊기 힘들 수 있다고 조언해 주셨다. 그때 조금 더 고민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정말 내가 할 수 있을까? 용돈으로 생활하는 내가 한 달에 만 원씩 기부하는 게 과연 맞는 걸까?”
수익이 없는 상태에서 용돈으로 생활하는 나에게 한 달에 만 원의 기부는 큰 부담이었다.
“괜히 시작한 거 아냐? 나중에 계속 못 하면 어떻게 하지? 그리고 기부금이 정말 제대로 쓰이고 있을까?”
“복지관이 내 돈을 제대로 쓰고 있는 걸까? 기부금이 낭비되거나 엉뚱한 곳에 쓰이는 건 아닐까?”
“정말 필요한 사람들에게 기부금이 가고 있는 걸까? 복지관 운영진이 정직하게 일하고 있는 걸까?”
그런 의심들이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떠올랐다. 그러나 그 부담을 버텨내며 어찌어찌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누적 금액은 36만 원에 이르렀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기부금의 금액이 크지 않아서 이게 과연 도움이 되는 걸까 의심이 들기도 한다. 그러면서 몇백 몇천 몇억씩 기부를 하는 유명인사들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금액의 크기와 상관없이, 자신의 돈을 다른 사람을 위해 쓰는 기부 행위 자체에 대해 더욱 존중하는 마음가짐을 갖게 되었다.
“내가 기부하는 이 적은 금액이 진짜로 도움이 되는 걸까? 복지관이 이 돈을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지 알 수 없으니 걱정이야.”
그러나 선행은 금액의 크기보다 그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의 기부에 영감을 받아 시작한 일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진정한 선행의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브런치 글을 쓰게 된 계기와 맞닿아 있다. 얼마 전 나는 나름대로의 선행으로 모임의 누군가가 팝업에 다녀왔다. 솔직히 주저하는 감정이 컸었다. 앞서 말했듯이 용돈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고, 주관적인 입장에서 퀄리티를 따지는 사람이라 그들의 미숙함에 실망하면 어쩌지라는 마음도 있었다. 사람이 오지 않는 상황이 있었고 와달라는 권유가 있었다. 당시에 나는 블로그에 일기처럼 글을 쓰고 있었고, 그 사람이 나를 이용하려는 마음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글로 적어냈었다. 하지만 거기에는 이용을 당하는 것 같지만 누군가 나를 필요로 하는 마음에 감사하니까 참석하겠다는 말도 했었다.
하지만 이 글을 누군가 보고 해코지를 했다. 당사자에게 말을 전해 듣는 과정에서 벌인 예의 없는 행태에 화가 나서 다시는 엮이고 싶지 않았다. 그 사람에 대한 실망감도 있었다. 평소 원두를 나누어 주는 등 모임에서 선행을 많이 하는 사람이지만 그 속에는 결국 자신이 대접받기 바라는 마음이 있었구나. 그런 사람이 되지 말아야겠다. 누군가에게 받을 마음으로 하는 건 내가 보기에 선행이라고 느끼지 않았다.
“맞아, 중요한 건 금액이 아니라 마음이야.”
선행은 결코 칭찬이나 보상을 바라지 않고, 진심에서 우러나와야 한다. 내가 기부를 계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복지관에서 받았던 도움에 대한 진심 어린 감사와 보답하고자 하는 마음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마음이 없다면,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지속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 내가 할 수 있는 한 계속할 거야. 이 마음만큼은 진심이니까.”
결국, 선행의 진정한 가치는 그것을 행하는 사람의 마음에 달려 있다. 기부금은 크지 않더라도 진심 어린 마음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믿는다. 앞으로도 나는 이러한 마음가짐을 잊지 않고, 작은 선행이라도 꾸준히 실천해 나갈 것이다. 앞으로 내가 더 많은 기부를 할 수 있는 사람으로 돈을 벌고 싶다. 그리고 돈이 부족하더라도 조금이지만 기부할 수 있다는 것을 오늘 글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꺠닫고 실천할 수 있다면 더욱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