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세 히키코모리의 편의점 알바 1일 차
오늘은 처음으로 편의점 알바를 시작한 날이었습니다. 과거에 면접에서 떨어진 경험이 있어 조금 긴장되었지만, 새로운 시작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습니다. 아마도 남들은 이미 20대 초중반이 이러한 경험들을 시작했었겠죠. 저는 30대라는 늦은 나이에 출발해서 더 절박했습니다.
우리 편의점은 24시간이 아닌 19시간 운영하는 신규 오픈 점포입니다. 점장 부부님들은 나이와 건강 때문에 떡집에서 편의점으로 업종을 변경하셨다고 합니다. 제 전타임에는 따님까지 근무하셨습니다. 이런 배경 덕분에 편의점의 분위기가 조금은 가족적이고 따뜻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는 저녁 9시부터 새벽 1시까지 마감 시간을 담당했습니다. 처음이라 점장님과 자제분, 그리고 여자 사장님이 도와주셨습니다. 이런 지원 덕분에 첫날임에도 불구하고 큰 실수 없이 일할 수 있었습니다.
일을 시작하자마자 냉장식품 진열부터 했습니다. 아직 물건 위치에 익숙하지 않아 시간이 좀 걸렸지만, 이 과정에서 매장 구조와 상품 배치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었습니다. 예상과 달리 11시까지 손님이 꾸준히 있었고, 주로 술과 담배를 구매하셨습니다. 이를 통해 편의점의 주요 수익원과 고객층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담배 진열대는 전국 어디나 비슷해서, 오히려 고객들이 위치를 더 잘 알고 계셨습니다. 이는 편의점 업무의 특성 중 하나로, 고객과의 상호작용이 중요함을 깨달았습니다.
폐기 식품 처리 과정도 배웠는데, 사장님 덕분에 몇 개 가져갈 수 있었습니다. 이는 식품 낭비를 줄이는 동시에 직원 복지의 한 형태로 볼 수 있겠네요.
업무 자체의 난이도는 높지 않았습니다. 카페처럼 음료를 만들거나 서빙할 필요가 없어 체력 소모도 적었습니다. 하지만 정리 작업은 필수였죠. 이는 편의점 업무가 단순해 보이지만 꾸준한 관리와 정리가 필요한 일임을 보여줍니다.
시재점검은 꽤 복잡했습니다. 금고의 금액을 꼼꼼히 확인해야 했고, 오늘은 4,100원이 맞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차이가 나면 아르바이트비에서 차감된다고 하니 주의해야겠습니다. 이는 편의점 업무에서 정확성과 책임감이 매우 중요함을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포스기 사용법은 영상으로 미리 공부했지만, 실제로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실제 업무 환경에서의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줍니다. 대부분의 고객들이 포인트 적립 없이 바로 결제를 원해서 단순한 편이었지만, 다양한 상황에 대비할 필요가 있겠죠. 특히 현금은 시재점검과 직결되기에 더더욱 주의 깊게 계산해야 합니다
제일 문제인 것은 졸음입니다. 면접에서 붙은 이후 생체시계를 맞추려고 부단히 노력했지만, 1시 이전에 잠에 들어버리고 말았지요. 일을 하는 바쁜 와중에도 12시 이후에는 거의 비몽사몽이었습니다. 워치에서는 ‘취침 중’으로 인식하고 취침모드에 들어가기까지 했지요.
마지막 10분은 마감 정리 시간입니다. 바깥 물건을 안으로 옮기고, 아이스크림 냉장고를 잠그고, 내부 냉장고 커튼을 치는 등의 간단한 작업을 했습니다. 이 과정은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지만, 매일 반복되는 중요한 루틴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제 화요일부터 금요일에는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글을 올라갈 오늘부터는 낮과 밤 모두 일하게 되겠네요. 그러면서도 평소에 다니던 ’퍼블릭 커핑‘ 일정까지 소화할 계획입니다. 이러면 11시에 나가서 새벽 1시에 들어오는 삶의 완성이죠.
하지만 다들 이렇게 삽니다. 어제 고립청년 시절에 도움을 주신 복지사님과도 톡으로 이야기를 잠깐 나눴어요.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아침 9시까지 야간 알바를 하셨었다고요. 그보다 많은 사람들은 출근을 하며 저와 비슷한 시간을 일에 보내겠지요. 앞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런 시간들에
다행히도 저는 은둔형 외톨이로 살았을 정도로 극 I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일적으로 고객을 응대하는 데 감정적 어려움은 없습니다. 오히려 새로운 사람들과 잠시라도 인사를 나누면서 눈 맞추고 그들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웠어요. 술을 혐오하기 때문에 취기가 보이는 분들이 있으면 불편함을 느끼기는 했지만 표정으로 숨기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난동을 피우는 취객도 없었고요. 그리고 주말이 있는 삶이기도 하고요.
물론 아직 배워야 할 것도 많고 익숙해져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헤매는 게 스스로 자존심 상해서, 다른 분들에게 조언을 구해보니 한 달은 헤매는 게 당연하다고 해주셨어요. 너무 마음 상하지는 말라고 하시더군요. 그러니까 헤매는 부분을 고치는데 집중하고 감정이 상하지 않도록 노력해 봐야겠습니다.
전반적으로 이 일이 제게 잘 맞는다는 느낌이 듭니다. 은둔형 외톨이로서 사회생활의 첫 발을 내딛기에 편의점 알바는 무리가 가지 않는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이 일을 통해 돈을 조금이라도 모으고 기반을 다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