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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러너 Aug 22. 2024

스마트폰을 방에서 내쫓고

이번주에는 한 가지 도전을 실천 중이다.


스마트폰, 태블릿 등의 전자기기 방 밖에 두고 잠을 청하기



방이 아닌 거실에 두고 있다. 그러니까 잡으려고 하면 누군가의 눈총을 받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지금은 아빠는 출장 중이라 엄마만 있기는 하다.


일단 졸음을 일찍 겪는 편이라서 도전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는 않다. 10시에 책을 읽고 눕고 눈을 감으면 잠에 든다. 하긴 요즘 안 하던 일도 하고, 커핑 다닌답시고 거의 매일 나가서 좀 피곤할 만도 하다.


전자기기 없이 잠을 자는 건 점진적인 변화가 아니라 즉각적인 변화를 일으켰다.


전에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보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딱히 볼 것도 없는데 말이다. 아무튼 그런 걸 한 두 번 보면 5분에서 10분은 훌쩍 지나간다. 심한 경우에는 몇 시간까지 가기도 했다. 전자기기를 밖에 두고는 잠에서 깨는 일이 있었을지도 모르겠으나, 한 번도 잠에서 깬 상태를 의식하지 않았다. 


슬프게도 아직까지 숙면을 하지는 못했다. 그래도 잠을 자는 시간이 길어 저니 덜 피곤한 것은 맞지만 개운하다는 단계에 이르지는 못했다고 할까. 


한편으로 밤만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또 스스로를 조금이나마 객관적으로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밤에 스마트폰을 보는 경우가 적으니까. 자연스레 놓치는 유튜브 영상이 많이 생겼다. 근데 그걸 안 본다고 해서 내 인생에 어떠한 지장도 없었다. 그저 보지 못해서 아쉬운 미련만 남았지만, 곧장 휘발된다. 마치 인스타 스토리처럼


그리고 어제 낮에 외할머니와 있는 자리에서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나를 느끼면서 약간의 현타가 왔다. 마치 그 물건의 노예가 된 것 같다. 하지만 누구도 제지하지 않았고, 그래서 스스로 쉽게 빠져나오지 못했다. 현실세계에 존재하고 이동하는 와중에 어떠한 일에도 집중하지 못했다. 


한심했다.





딜레마


일상생활에서 빠르게 체감하였으므로, 변화를 더해볼 계획이다. 무언가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영화관에서처럼 방해금지모드를 켜두고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둔다면 더 집중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다만 여전히 사람들의 연락을 받고 싶다는 강박이 있기는 하다. 최근 많은 관계가 인스타를 통해 형성되었고, 실제로 만나게 된 사례도 꽤 있다. 갑자기 끊었을 때 이런 관계마저 사라질까 봐 겁이 난다. 물론 이렇게 쉽게 끊어질 관계라면 언젠가는 끝날 것임을 알고는 있다. 하지만 지금 나에게는 가족 외에 그보다 깊은 관계가 없어서, 이마저 끊어버리면 작년처럼 아무도 없는 상황으로 돌아갈까 두렵다.


또 행사를 참여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인스타를 사용해야 하는 측면도 있어서 완전히 끊을 수는 없다. 최근의 주요한 활동 중에 하나가 '퍼블릭 커핑'을 통해서 여러 가지 커피를 접하는 것인데 이를 참여하기 위해서는 인스타를 통해 게시글을 확인하고 신청을 받아야 하는 구조라서 그렇다. 이런 딜레마들 때문에 아직도 고민이 많다. 디지털 디톡스와 소통의 균형을 어떻게 맞춰야 할지, 다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다. 혹시 비슷한 경험이 있으신 분들은 어떻게 해결하셨는지 의견을 들어보고 싶다.

 


이 도전을 시작하기 전에도 내가 전자기기에 의존하고 있다는 걸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밤에 디지털 디톡스 시간을 가지면서 그 의존도가 얼마나 심각한지 확실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잠자리에 들기 전 습관을 바꾸는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해보니 내 일상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걸 알게 됐다. 이제는 전자기기 사용이 나한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앞으로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전자기기와 더 건강한 관계를 맺고 싶다. 어쩌면 이 작은 밤의 변화가 내 삶의 질을 크게 높여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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