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난 양말처럼

그래도 괜찮아

by 마론도


나는 구멍 난 양말 같은 사람이다.

어딘가 허술하고, 우스꽝스러운.

근데 들키지 않으려고 밖에서는 늘

스스로를 긴장시킨다.


완벽주의라는 프레임에 가둔 채

구멍 난 양말을 한껏 끌어내려 바닥에 꾹 누르고는

멀쩡한 척 애써 버틴다.


어쩌면 한바탕 웃어넘기면 될 일을

들키기 싫어 온갖 에너지를 쏟아붓는 꼴이다.


잔뜩 준 발가락 힘을 빼면

구멍 난 양말 사이로 '이때다!'하고

발가락이 튀어나와 버릴까봐.


그렇게 산지가 오래되어서인지

힘을 빼는 법을 잘 모르겠다.


유일하게 혼자 있는 시간이 나에겐

힘 빼고 쉬는 시간 같다.


남들 앞에서도 그래도 되는데,

그럴 수 있는 건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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