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치가 길을 찾는 방법

나의 길을 찾으려면

by 마론도




나는 길치다.

매번 가던 길도 내비게이션을 켜야

마음이 놓인다.


누군가와 함께 갔던 길은

유독 기억에 남지 않는다.

옆 사람을 믿고 따라갈 때는

어디서 방향을 틀었는지,

왜 그 길을 골랐는지

깊이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혼자 길을 찾을 때는 다르다.

아무도 대신 가줄 수 없다는 걸 알 때,

나는 더 천천히 걷고

주변을 더 살피게 된다.


그렇게 찾아간 길은

시간이 지나도 비교적 또렷하게 남는다.

길을 찾았다는 결과보다

그 과정에서 쌓인 감각이

몸에 남기 때문이다.


내 삶도 그랬던 것 같다.

누군가 정해준 방향을 따라갈 때는

확실히 편했다.


깊이 고민하지 않아도 되었고,

남들 하는 만큼만 해도

어느 정도는 갈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지쳐서 멈춰 서게 되었을 때,

다시 나아가야 할 이유를

스스로에게서 찾기는 쉽지 않았다.


그건 아마

내가 해야 할 고민을

미뤄두었던 탓일 거다.


그래서 요즘은

함께할 수 있어도

일부러 나를 혼자 두는 시간을 만든다.


중요한 방향만큼은

누군가 대신 정해주기보다,

내가 직접 생각해 보고 싶어서다.


혼자 길을 찾는 일은

여전히 어렵고 느리다.

그래서 예전보다

더 자주 멈춰 서고,

더 오래 망설이게 된다.


하지만 그 망설임은

주저함이라기보다

확인에 가까운 신중함이다.


내가 왜 이 길을 가려하는지,

얼마나 오래 지속할 수 있을지.


나만의 이유가 분명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길이라도

끝까지 걷기 어렵다는 걸

이미 여러 번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조금 늦어지더라도

그 이유를 먼저 찾으려고 한다.


앞으로 감당해야 할

크고 작은 감정들을

외면하지 않고

기꺼이 마주하기 위해서.


그리고 이번만큼은

멈추기보다

조금 더 오래가고 싶어서다.


그렇게 나만의 이유를 붙들고 있을 때

용기도, 끈기도 생겨나는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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