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혼자여도 괜찮아
아직 해도 뜨기 전,
인천공항으로 가는 리무진 승강장에
남편을 데려다주고 돌아오던 길.
새벽 5시 50분,
그렇게 남편의 수학여행이 시작되었다.
처음으로 혼자 떠나는 해외여행.
여행지에서도 늘 가족을 먼저 챙기느라
긴장하고 바빴던 남편의 시간.
그래서 이번만큼은 아빠도, 남편도 아닌
그냥 한 사람으로 시간을 보냈으면 했다.
짐을 싸는 모습을 보며
낯설기까지 했던 남편의 모습.
그렇게 짐 싸는 데 꼼꼼한 사람인지 몰랐다.
가방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다시 확인하던 모습이
수학여행 전날의 학생처럼 들떠 보여서,
보기 좋으면서도 마음이 찡했다.
그 모습이 어쩐지 낯설지 않아서,
알 것 같은 마음이라서 더 그랬던 것 같다.
서로 다른 자리에서
비슷한 마음으로 사는 사이,
부부가 아닐까.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책임과 돌봄으로
나보다 가족을 우선으로 살아가는
부모라는 책임감.
가족을 돌보며 사는 동안
자신을 나중으로 두는 일이 많아지는 삶.
부부는 그래서 세월이 갈수록
서로가 안쓰럽고 고마워지는
관계 같기도 하다.
그동안 미뤄둔 내 삶을 되찾겠다고
무던히도 노력해 왔던 지난 시간들.
그 덕분에 다시 내 삶의 주인이
될 수 있었다.
그런데 남편은 그럴 기회와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렇게 가보고 싶어 했던 파리로
등 떠밀어 보냈다.
그렇게 안 하면 또 '언젠가'로 미루고
아쉬워만 할 성격인 걸 알아서였다.
일주일이라는 시간도 금방 지나가겠지만
남편도 자신만의 시간을 가졌으면 했다.
그에게도 그런 시간이 너무 필요했을 테니까.
여행하는 동안
내가 다 해줄 수 없는 위로와 응원을
충분히 받아 왔으면 좋겠다.
내가 그러했듯 남편도
온전히 자신을 위한 시간을 보내며
잊고 지낸 것들을 떠올릴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