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널 트레이너 ①

by 매리지블루

물리치료사, 스포츠 마사지사, 혹은 접골사라고도 불리는 나는 지금 그녀의 퍼스널 트레이너로서 일하고 있다. 매일 밤 그녀는 딱 달라붙는 운동복을 입고 내 앞에 정 자세로 서서 몸의 윤곽을 검사받는다. 그녀 앞에 마주 보고 선 나는 눈과 손으로 그녀의 몸 도처에 퍼진 살집과 근육들의 상태를 면밀히 관찰한다. 사실 이렇게 몸의 전체적인 모양새와 굴곡을 파악하는 건 나의 전문적 소관이 아니지만, 그녀의 특별한 요청에 의해 매번 진료의 시작 전에 추가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내가 그녀의 퍼스널 트레이너로서 직접 관리하는 근육들은 딱 두 가지가 있는데... 그건 바로 대흉근과 대둔근이다.


나는 아직도 그녀가 처음 나를 찾아와 고객 등록을 위한 상담을 했을 때의 기억이 선명하다. 당시의 그녀는 한창 월경 증상으로 가슴 쪽 근육이 단단히 뭉친 상태라고 하면서, 아무리 괄사를 이용해 림프 마사지를 해도 이 뻐근한 뭉침이 해소되지 않아 결국 수소문 끝에 전문가를 찾아 헤매다 나에게까지 오게 됐다는 것이었다. 나는 사실 그녀의 사연보다 내 눈앞에 놓인 그녀의 거대한 유방의 사이즈가 더 궁금했었기에, 치료 목적이라는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며 그녀의 컵 사이즈를 물어봤다. 꽤나 결연한 다짐을 하고 방문했었던 건지, 그녀는 당황하지 않고 초연한 말투로 가슴 사이즈를 말했다. H컵. 살면서 처음 듣고 처음 보는 사이즈였다.


그 치수를 듣고서도 가늠할 수 없는 크기의 가슴에 나의 투박한 손을 갖다 대보았다. 아래 가슴을 살짝 받쳐 보기만 해도 그 탄력이 여실히 느껴졌고, 약간의 악력을 줘보니 유방 안쪽에서부터 단단한 저항감이 느껴졌다. 그 올곧은 심지를 손가락으로 이리저리 눌러볼 때마다 새어 나오는 그녀의 신음은 나의 직업 정신을 시험하는듯했다. 더 이상 손을 놀리다가는 진단이 아닌 내 개인적인 유흥이 되어버릴 것 같은 느낌에 다소 황급히 손을 떼냈다. 그녀는 옅게 홍조가 띤 얼굴로 내게 소견을 물었고 나는 버벅거리는 말투로 지속적인 물리치료가 진행되어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혹시 더 불편한 곳이 있느냐 묻자, 그녀는 최근 성관계를 갖다가 질경련이 와서 응급실에 실려간 이후로 음부 부근의 근육들의 긴장이 계속 풀리지 않아 더 이상 성관계를 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한다. 불가피한 섹스리스 상태임을 이해 못 해주는 남자친구와는 긴 실랑이 끝에 결국 헤어졌다는, 진단에는 불필요한 개인사도 함께 늘어놓았다. 나는 보라색 레깅스로 감싸진 그녀의 다리를 M자 모양으로 벌리게 한 후 음부 부근을 차례차례 눌러보았다. 엄지를 사용하여 최대한 무신경하게 눌러댔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마치 애정 어린 애무를 받는 것처럼 격렬한 반응을 뿜어냈다. 덕분에 나는 내가 누르는 부분이 환부인지 성감대인지 잘 구분이 가지 않았다.


그렇게 진찰을 마치고 대흉근과 대둔근 부근의 지속적인 수축 및 이완 작용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그녀에게 전달했다. 기구와 지압 마사지를 통해 치료를 진행할 거라는 계획을 공유하는 동안,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내내 나의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안절부절 못 해댔다. 어찌저찌 진료 계획에 대한 동의를 구하고 첫 치료일자를 약속한 뒤 나는 그녀를 문 앞까지 배웅했다. 괜스레 헛헛한 마음으로 사무실을 정리하다가 문득 그녀가 앉아있던 의자 위에 놓인 방석에 눈길이 갔다. 베이지색의 방석 가운데에는 타원형의 물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었고, 그것은 나의 마음과 음경을 동시에 부풀게 만들었다.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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