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더 가까이

일방기억

by 강동화

"민영아, 조금만 더 가까이 올 수 있을까?"


민영 옆에 누운 서아가 나지막이 읊조렸다. 깨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서아의 목소리는 다소 가라앉아 있었고, 민영은 그런 서아의 목소리가 유난히 귀에 거슬렸다. 민영은 서아의 부탁에도 그대로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눈을 감고 있었다.


"응? 민영아. 얼른."


서아의 재촉에 민영은 마지못해 눈을 뜨고 서아를 보았다. 침대는 두 사람이 누워있기에 충분한 크기였지만, 서아는 등 뒤에 빈자리를 실컷 만들어놓고 민영의 곁으로 와있었다. 서아는 한쪽 팔을 접어 고개 아래에 두어 턱을 괴고 남은 팔 한쪽은 자연스럽게 본인의 배 위에 올려둔 채로 민영을 바라보고 있었다. 민영은 서아가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이유가 궁금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불편한 기분이 들었다.


"왜 그렇게 보고 있어?"

"그냥. 가까이 와주기만 하면 되는데 참 말 많다."

"갈 수야 있는데 궁금하잖아."


서아는 민영에게 아무 대답을 하지 않고 민영의 품 속으로 파고들었다. 잠들고 일어나서 아직 씻지 않은 사람에게서 나는 살 냄새. 민영은 서아의 안김이 싫지만은 않았다. 안겨있는 서아의 어깨나 팔, 그리고 볼의 폭신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기분이 날아갈 듯이 좋은 것도 아니었다. 부스스한 머릿결의 간지러움에 왠지 모를 불편함이 들었다. 민영은 서아의 머리칼을 정리하기 위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서아는 배시시 웃기 시작했다.


"왜 부를 때 안 오고, 내가 와야지만 안아줘?"


이윽고 웃음을 그친 서아가 민영의 품 속에서 물었다.


"그냥. 일어난 지 얼마 안 돼서 가만히 있고 싶었어."


민영의 퉁명스러운 대답에 서아는 민영의 품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누운 자리에서 일어나 앉은 채 발을 뻗어 민영의 가슴팍에 다리를 올렸다. 민영은 답답하지만 서아의 발을 밀어낼 수는 없었다. 둘 만의 신호였다. 누군가가 누워있는 데 몸 위에 신체 부위를 올리면 조용히 말을 들으라는 약속이었다. 그러다가 이윽고 몸이 전부 포개어지면 서로에게만 집중하자는 게 서아와의 약속이었다.


"어젯밤에 내가 꿈을 꿨거든. 네가 나왔어."

"나?"

"응. 민영이 너."

"꿈에서 어땠는데?"


민영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질문하자 서아는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


"… 갑자기 말해주기 괜히 싫어지네?"

"그럼 말하지 마. 나는 안 들어도 돼."

"그러지 말고 한 번만 더 물어봐주면 안 될까? 아침부터 내가 먼저 안아줬잖아."

"한 번만 더 그러면 진짜로 안 물어볼 거야. 내가 어떻게 했는데?"


서아는 민영의 가슴에 올려두었던 다리를 꼬물거리며 움직이다가 어느새 자리를 옮겨 자리를 누워있던 민영의 허리 위에 올라탔다. 그리고 민영의 몸 위에 사근 자신의 몸을 포개면서 말했다.


"꿈속에서 네가 저 멀리에 있는데. 내가 아무리 다가가려고 해도 거리가 가까워지지 않는 거야. 너무 속상하게."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달려도 달려도 너랑 가까워지지 않아서 지쳐서 하늘을 봤거든? 근데 몇 마리 새가 날아가더라. 네가 있는 쪽으로 잘만 날아가는 새들이 너무 부러웠어."

"부러워할 게 없어서 새를 부러워해? 그게 나한테 오는 게 아닐 수도 있고 그냥 날아가는 거일지도 모르잖아."

"아니야. 확실해. 그 새들이 너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나를 비웃었거든."

"어떻게? 꽥꽥? 짹짹?"

"난 그 소리 들으면서 진짜 속상했거든?"


서아는 민영과 포개어진 몸을 더 숙여 마치 하나가 되려고 하듯 품으로 파고들었다. 민영은 서아가 자신의 몸에 올라탄 게 무겁다고 느끼면서도 그 무게감에 충실하게 기분 좋음을 느끼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하더라도 이 자리에서 벗어나지 않고 둘 사이의 이야기로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마음만이 가득했다.


"그리고 어두워졌어. 마치 밤이라도 된 듯이. 그리고 하늘에 별들이 너한테 가는 길로 쏟아지더라. 나는 여전히 제자리에 있는데."

"그래서 그다음에는 어떻게 되었어?"

"나는 민영이 너한테 다가가지 못하고 새들이나 별들이나 너한테 닿았지 뭐야. 그런 꿈이었어."

"왜 그런 꿈을 꿨을까?"


서아는 민영의 질문에 민영의 몸 위에서 포개어졌던 자신의 상체를 조금 떨어트린 뒤 고개를 돌려 민영의 얼굴과 마주했다.


"몰라. 내가 너에게 날아가 쏟아지고 싶었나 보지. 이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