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을 하기 전 연봉협상은 어떤 걸까 궁금했다. 프로야구 선수들처럼 구단과 선수 간에 만나서 서로의 요구조건을 제시해서 조건에 맞으면 사인하고, 그렇지 않으면 시간이 걸리는 그런 모습을 생각했다. 그런데 대부분 기업에서의 연봉협상은 위에 예시된 스토브리그 식이 아니라 사측의 통보안에 사인을 하는 형태로 진행되는 듯하다.
4년전 전 직장에 있을 때였다. 연봉협상 기간이었고 나도 호출을 받고 사장실에 들어갔다.
그때부터 마치 폭풍이 몰아치듯 추상(?) 같은 질책이 이어졌다. 물론 덕담을 바라고 들어간 자리는 아니었지만 때로는 '인신공격성'으로 느껴지는 말들도 있었다.
사장실에 들어가기 전 어느 정도 귀띔을 들었고 마음의 준비를 했지만, 그걸 넘어서는 혹독한 멘트들이 이어졌다. 내용을 요약하면 '나는 저성과자이며, 조직에 기여한 바가 없기 때문에 연봉을 5% 삭감해야 하지만 그래도 회사에서 선심을 써서 연봉을 동결하겠다'는 것이었다.
나도 몰아치는 지적과 비판에 대해 항변하고 싶은 마음도 처음에는 들었는데, 이내 포기했다. 어차피 연봉동결을 하기 위해 작심하고 비판을 했을 것이고,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대세'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계약서에 사장이 불러주는 금액을 적어 넣었다. 다른 선배들을 보니 10%가 넘게 인상 돼서 표정관리 하기도 했고, 보통 5% 이상은 올랐다. 10% 이상도 몇 명 있었다. 기자 중 동결은 나 혼자였다. 회사 전체적으로도 나를 포함해 2~3명만이 연봉동결을 당했던 걸로 기억한다.
물론 내가 업무 상 좋은 퍼포먼스를 보이지 못했기 때문에 연봉동결 그 자체에는 큰 불만이 없었다. 다른 사람들 다 오를 때 혼자 동결이라 자존심은 상했지만...
그런데 화가 났던 건 그렇다고 직원을 쓰레기 취급해야 할까 하는 점이었다. 연봉동결을 하기 위해 '기선제압'을 하기 위함이었는지, 아니면 내가 회사를 스스로 떠나도록 하는 압박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취급을 받을 때 서글펐다.
굴욕(?)의 연봉계약서에 사인하면서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 생각은 '이게 나에 대한 냉정한 평가구나. 이 회사 오래 다니지 못하겠다'였다. 그리고 두 번째 생각은 '이 굴욕을 씻을 만큼 보란 듯이 성공하겠다'였다.
그리고 4년이 지났다. 얼마 전 현 직장에서 연봉계약을 했다. 작년에 입사해서 이곳에서의 연봉계약은 처음이었다.
금액을 보니 4년 전의 생각이 났다. 당시 굴욕의 연봉협상을 통해 적었던 금액의 딱 2배에 해당하는 액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연봉 산정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4년 전에는 비록 내가 연봉동결에는 동의했음에도 회사에 대한 오만 정이 다 떨어졌는데(결국 그 해 퇴사했다), 현 직장에서는 나를 인정해주는 것 같아 더욱 열심히 일을 해서 회사 발전에 일익을 담당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직원에게 로열티를 부여하는 게 보다 '고차원'의 인적(人的) 관리가 아닐까 싶다. A회사에서 인정받지 못했다고 인생의 낙오자도 아니며, 때로는 다른 곳에서 다른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하여튼 그때의 기억은 다시 회상하고 싶지 않은, 내 '흑역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사회생활에 대해 많은 걸 생각하게 했던 계기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