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검문이 있겠습니다"

손을 잡고 쾌감(?)을 느끼던 때가 있었다

by 마르쉘

"잠시 검문이 있겠습니다.

운전자분 면허증이랑 옆에 동승자 분

신분증 좀 주세요"


조수석에 있던 동승자가 말한다.


"신분증요? 없는디...신분증을 안가져 왔는디?"


"그럼 실례지만 잠시만 내리셔서
확인 좀 하겠습니다"


"나 내리라고?"


"네, 신분증이 없으셔서 직접 조회가 필요하니
잠시 내려주세요"


"허매~ 뭔 일이라요...."


나는...
운전자에게서 면허증을 받아 들고
조수석 동승자는 검문소 안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그리고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았다.


경찰전산용 286 컴퓨터...
검은 화면... 녹색 글자... 간혹 흰 글자...
깜빡이고 있는 '커서'...


1990년~93년... 그 당시는
386 컴퓨터가 이제 막 보급되기 시작한 때라서
경찰서 등 관공서는 그때까지는 아직...
거의 286 컴퓨터를 사용하여 전산업무를 보던 때다.


우선, 운전자의 신분증먼저!


신분증 위조여부 판단을 위한 '주민조회'.
이상 없으니 바로 이어 '수배조회'.


"흠... 이상 없고..."


다음은...
데리고 들어온 조수석 동승자의 신분조회.


컴퓨터 앞에 앉은 상태로 동승자를 불렀다.


"선생님? 이 쪽으로 좀 오세요!"


"왔소"


1990년 9월부터 1993년 1월까지
나는 전투경찰순경이었다.


전라북도 정○경찰서

정○TG 상설검문소
수경 강창원


전투경찰이다.
의경(의무경찰)이 아니다.
전투경찰 출신에게 의경(의무경찰)이었냐고
그렇게 물으면... 그거... 큰 실례다.


의무경찰이 지닌 병역의무(군복무)에 대한
가치관과는 애초부터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가치관이 다르지.. 의경이 좋지 않다는 의미 아님)


하기사...
일반 육군사단 부대에서 군복무를 마치고

전역한 사람들은 전투경찰 다녀온 사람들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군역자가 아니라고 하면서
대부분 '전투경찰'의 군생활을 인정 못하고
급 낮춰 생각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입대영장도.. 시작도 똑같았고,
고생도 누가 더 많이 했네.. 덜했네 해봐야...
다 똑같다 계급도 똑같고... 다를 바 없다"
라고 아무리 얘기를 해봐야.. 입만 아프다.


군입대 영장이라는 종이 쪼가리로
국가의 부름을 받고 육군 신병훈련소에서 수료한 후
내무부(현, 행안부) 소속의 '전투경찰' 병력으로 차출(임대)되어 '전투경찰순경'으로 임용.
그렇게 내무부 소속으로 30개월 군 복무를 한 후

다시 국방부로 복귀..
대한민국 '육군 병장'으로 만기 전역 했다.


흔히들 '전경'이라고 한다.
혹자들은 의경과 전경을 잘 구분 못한다.


전경은 국방부 가문이고, 의경은 내무부 가문이다.
전경이 되면 시위(데모)를 진압하는
전경대(부대)에 소속이 되기도 하지만...
나 같은 경우는 전역을 하는 날까지 경찰이었다.


전국 지명수배자를 검거 및 체포해서
수갑 채워 경찰서 본서에 연락을 하면...
손가락 하나 까딱 안 하고 범죄자 검거 실적을

채울 수 있게 되어서 인지
연락을 받는 즉시 검문소로 바람같이 쌩~하고
10분도 안 걸려서 날아온다.


누가??
진짜 조폭보다 더 조폭 같은 얼굴을 가진
수사과의 조사계나 형사계 형사님들이..

말이다.


그렇게...
검문소에서 검거해 놓은 용의자를
형사들에게 먹잇감을 제공해 주듯...
또는, 선심 쓰듯이 인계하곤 했다.


살인, 강도, 강간, 폭력, 사기, 절도, 횡령, 유괴, 향군법
등등의 지명수배자를 검거하기 위한
검문이 주 업무이다 보니 근무를 설 때는 항상
실탄이 장전된 M16소총은 필수였고
유사시의 급박한 상황을 대비해서
45 구경 권총도 허리에 차고 근무를 섰다.


그 외에 음주운전이나 무면허등의 범법자는
법원에 즉심통고 후 바로 재판에 넘기기도 했다.


일례 실화로,
검문 중 도주하는 차량에 대해서는
타이어를 향해서 발포하라는 지침이 있었기에
검문 도중에 갑자기 도주하는 차량을 향해
실제로 M16 소총을 두발 발포하여
야밤 총소리에 전북 정ㅇ시 시내 일대가
발칵 뒤집히는 일도 있었다.


도주차는 무전을 받은 형사님들이 검거했었고
결국 보니,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즉, 지명 수배 중인 '폭력배'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날 아침 일찍,
검문소장과 나를 비롯한 검문소 대원 모두가
경찰서 서장실로 호출당해서 불려 가서
경찰서장님에게 모질게 한 소리 호되게 듣고
경위서까지 썼었다.
(지금 시대 같으면 잘했다고 표창을 받을 일이었다)


다시 여기는 검문소 안...


"선생님? 이 쪽으로 좀 오세요!"


"왔소.... 왜요"
(아무리 험악한 얼굴도 검문소 안으로 들어오면 고분고분해지고 반말도 안 하는 순한 양이 된다)


"주민번호랑 이름 불러보세요"


"550325 - 1****** 김철수"


나는 컴퓨터전산으로 주민번호를 해본다.


"손 좀 내밀어 보세요!"


"손요? 손... 뭐... 왜요~"


"신분 확인하게 손 좀 주세요!"


나는 이 조수석 동승자의 열손가락 지문을 확인한다.
그리고는....


"선생님?!! 김철수 아니잖아요!!
거짓말하지 말고 ...빨리 자기 본인 이름을 말하세요~"


"아~따 속꾸만 살았능가배요?
김! 철! 수! 거그 고로크름 써있잖여요!
고고이 나 이름이라 안하요~"


"김철수 말고 얼른 본명 이름 말하세요!
불러준 주민번호 조회하니까
지문이 선생님이 지문 아니니까~~
빨리 본명 이름 부세요"


"531210 - 1****** 김봉팔 요"


나는 또다시 주민조회하고
지문번호를 '조봉팔 씨' 손가락과 대조해 본다.
이번엔 본인이 맞다.


그리고 수배조회.


어쩐지...
이놈....'사기꾼'이다


죄목 : '사기'로 전국에 수배 중인 놈이다.


손가락의 지문은 총 열 가지의 유형이 있고
지문 유형별로 번호가 있기 때문에
신분증이 없다거나 위조신분증은
거짓말이 금방 들통난다.


지문 번호를 대조해 보고... 이놈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확신한 순간,

짜릿한 이라고 해야 할까 이상한 쾌감을 느끼기도 했다.

아마도 그건... 지명수배자를 또 잡았다는 확신에 찬 쾌감이었으리라.


그렇게 뒤가 구린 놈들을 지문 감별해서
내가 유치장으로 보낸 놈들이
전역할 때까지 총 100명은 되지 않나 싶다.


나는 전투경찰순경이었다.




지금은 2025년 9월 25일...
글을 쓰다 멈추고 물끄러미
내 손가락 지문을 하나씩 살펴본다.


사람마다 다~다른 지문...
지문에도 혹시 운명이 달려 있지는 않을까?
사람마다 인생이 다 다른 것처럼... 말이다.
(아주 잠깐 생각해 봤다)


그리고 나의 시선은 또 손바닥으로.... 간다
주위에서 얻어 들은 어설픈 역학 지식으로
내가 나의 손금을 바라보고 있자니...
우선 명줄이 길다.
(고생하면서 오래 사는 건 필요 없는데 말이다)


요즘 나는...
어떤 계획에 참 마음이 불안하다.
순조롭지 못하고 마음처럼 쉽지 않고 되는 게 없다.


그리고 또 나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 때문에 성질 나는
대한민국 국민 중 1인이기도 하다.


흠...
그래서 마음이 여유가 없고 또 마음만 바쁜가 보다.


어제처럼 욕실에서...
지난번에 샀다는 향기 나는 오이비누로
손을 박박 문질러 씻어대다가...
거품을 헹구고...
탁탁 손을 털고...
앞 거울에 비친 나의 얼굴을 찬찬히...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어라? 흰 눈썹이?"


흰 눈썹을 뽑으려다가
멀쩡한 검은 눈썹 두 개가 뽑혔다.


눈도 나쁘고...
눈썹도 나쁘고....


참...

"휴~~~"

다.


거실에서 마누라님이 부른다.


'분리수거' 같이 하고 동네랑 왕숙천

한 바퀴 돌고 오잔다.


아..
오늘이 목요일이었구나


일주일이 빠르다..
제법 서늘하다


어제 본 영화 '어쩔 수가 없다"
그 영화의 첫 대사.... 가 생각난다.


"와라 가을아!"


영화 어쩔수가 없다 삽입곡 '모차르트 23 번 2악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