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촌역'보다 더 오래 남는 길. 녘.

그냥 걸어갔다. 추억이다.

by 마르쉘


그때도 가을이었다.


서늘한 바람이 피부에 스미던,

하늘은 높고 푸르기만 했던

그런 날씨로 기억된다.


강촌역

기차에서 내려 발을 내딛으면

타고 온 기차는 덜컹거림 소리를 작게 줄이며

철길 따라 점점 멀어져 사라져 가고

발 디딘 플랫폼은 이내 고요해졌다.


그때 우리가 경춘선 기차 타고 와서 강촌역에 내린 건...

등선폭포... 그리고 구곡폭포를 보기 위해서였다.


기억은 가물하지만 누구한테 들었었던 것 같다.

그곳 강촌의 폭포가 좋다고...

뜬끔없이... 계획도 없이...

폭포를 보겠다고 강촌역을 찾았었다.


지금이야 뭐...

'등선폭포'를 지나 산을 오르면 '삼악산' 정상이라는 것을

작년에 '해발 654미터 용화봉 정상'을 올라봐서 잘 알고 있지만,

그때 20대의 나이에는

등산폭포가 삼악산 가는 길에 있는지...

어디로 가는 길인지 알지 못했고

산의 이름도 또한 관심도 없었다.


그저...

강촌역에 가면 등산폭포, 구곡폭포...

두 개의 폭포를 볼 수 있다 하기에...

간 것뿐.





우리는 강촌역을 빠져나와 뚜벅뚜벅 걸었다.


다리를 건넜고...

차들이 쌩쌩 달리는 4차선 큰 도로 큰 길가로 나왔다.


서울에서 양평 가는 국도 6호선의 길...

그중에 양수리에서 신원역까지 한강물 위로 놓인...

기~나긴 다리, '용담대교'의 길을 떠올리게 하는

그런 길이 눈앞에 펼쳐져 보였다.


다행히도 도로 길 옆으로 사람이 걸어갈 수 있게

인도가 따로 놓여 있었지만

등선폭포 쪽으로 향해 걷는 그 긴 길은

낭만과는 거리가 멀었다.


걸어가는 내내

쌩쌩 달리는 차들의 바퀴와 아스팔트가 마찰하는

굉장한 소리가 귓가를 괴롭혔고

덤프트럭, 버스 같은 큰 차가 우리 옆을 지나갈 때마다

먼지바람으로 샤워를 하기도 했다.


그때 그런 고약한 훼방꾼들이 없었더라면

그 추억이 이토록 생생하지도 않을 것 같기도 하다.


지금은 이렇게 편안하게 그때의 추억을 회상하지만

정말 그때 왜 그랫는지...


강촌역에서 등선폭포까지...

그 시끄럽고 긴 길을...

왜... 걸어서 갔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20대였기에 가능했던 아름다운 '끼'라고 해도

그렇게 마냥 마냥 걸어갔던 건...

그건 미친 짓이었다.


길게 뻗은 다리로 되어 있는 길 위를 걷는 동안...

북한강의 짙은 강물은

흐르는 시간처럼 잔잔하게 흘렀고...

가을 하늘이 그 강물 위로 떠있었다.


저 멀리 낡은 철교가 눈에 보였고..

그 위로 경춘선 기차가 또 춘천을 향해 지나가고 있었다.


얼른, 양손 엄지 검지로 네모다랗게 앵글을 만들어

그 안으로 기차를 보았었다.


사진작품이라고 해도 좋았다.


고개를 옆을 보니...

지금까지 풍경을 같이 보고... 같이 걷고 있었던..

내 친구.

비록, 중학생 때부터 미술반을 같이 하면서 친해진 사이지만

함께한 시간만큼 서로를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는 친구.

초등학교 동창이기도 한 친한 친구가

등선폭포 가는 길... 함께 걷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친구와 함께 강촌역에서 등선폭포까지

차도 옆 인도를 따라 그렇게도 긴~ 길을 걸어갔던 건..

어쩌면 내게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걸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날 어리섞게도 우리가 몰랐던 사실 하나가 있다.

등선폭포와 구곡폭포는 각각 다른 산에 있는 폭포였다는 것.

그건 어쩌면 아주 다행이지 않았을까..

싶다.


"힘들었다"


그래도,

그때 걸었던.. 그날의 햇살... 그날의 바람...

그리고 푸르렀던 강물은...

지금 건조하고 팍팍한 삶 속에서도

문득문득 떠오르는 소중한 추억이다.


그 시절 성북역에서 강촌역까지 타고 갔던

덜컹거리던 경춘선 기차는 이제 전철로 변했지만...

그 철길 위로...

내 청춘의 한 페이지를 기억에 싣고

추억이 지나고 있다.


- 2025년, 8월 27일. 경춘선 'ITX-청춘' 열차 안에서 글 쓰다 -


* 녘 : 방향을 가리키는 말. 어떤 때의 무렵.
* ITX-청춘 : 청량리-춘천 앞자를 따서 '청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