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의 워라밸에 대해
워라밸. 직장인에게는 상당히 중요한 단어일 것이다. 이전에 '국경 없는 포차'라는 프로그램의 덴마크 편에서는 한 독일인이 덴마크인들이 행복한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얘기했다. 덴마크의 많은 사무실들은 오후 4시 정도면 문을 닫기 때문에 일을 마친 후에도 자신들의 삶을 온전히 즐길 수 있어 행복한 것 같다고. (필자도 업무상 덴마크 사람들과 같이 일하고 있는데 확실히 그들은 같은 일을 하더라도 무엇인가 더 여유 있어 보인다.)
한국에서도 워라밸의 중요성은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특히, 세대가 젊어질수록 이러한 경향은 더 강해지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모습은 충분히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회사가 내 인생을 책임져줄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내 모든 것을 바쳐가면서 일할 필요는 없다.
그런데 워라밸을 잘 지켜나가는 젊은 세대들의 10년 후는 어떨까? 사원 때처럼, 대리 때처럼 워라밸을 챙기면서 살 수 있을까? 직급이 올라가고, 책임이 늘어나고, 배우자와 자녀가 생기고, 싱글로 산다고 해도 퇴직의 시기가 다가오는 그 상황에서도 과연 워라밸을 주장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
지금 자신의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팀장이나, 높은 직급의 사람들을 한 번 떠올려봐라. 그들은 왜 팀원들이 더 늦게까지 일하길 바라며, 회사에 주인의식을 갖고 일하길 바라며, '나 때는'을 외치는 걸까?
그들의 책임은 늘어나고, 선택지는 줄어들었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의 생계를 책임져주는 회사에 더 매달릴 수밖에 없다. 회사가 더 중요해졌으니 팀원들도 자신과 같이 보폭을 맞추며 본인을 제대로 지원해주길 바라는 것이다.
그럼 젊은 세대들에게 10년 후의 워라밸은 없는 것일까? 아니다. 확실히 책임져야 할 상황이 늘어나고, 삶의 선택지는 줄어들어 젊었을 때와 같은 워라밸은 불가하다. 그러나 여전히 워라밸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아직 책임져야 할 게 적은 젊은 시기에 '생각하는 시간'을 갖고 업무를 대하는 것이다. '이 일은 왜 이렇게 풀 수밖에 없을까? 이 일은 어떻게 하면 개선될까? 앞으로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등'생각하는 시간'을 갖고 업무를 대하다 보면 해당 업무의 문제점, 개선점 등이 눈에 보이게 된다. 그리고 문제점을 분석하고 개선점을 찾으면서 업무와 관련된 경험치가 늘어난다.
이런 태도와 경험은 쌓이고 쌓여 자산이 된다. 업무를 더 명확하게 이끌어나가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방향을 알려준다. 즉, 회사에서 나의 책임이 늘어난 시점에도 '어떻게 업무를 해야 할지 아니' 업무시간을 줄여갈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능력은 이직을 포함해 나의 선택지 또한 늘려준다. 즉, 10년 후에 워라밸 확보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추가로 업무 지시 또한 명확해지니, 팀원들의 업무 시간도 줄여줄 수 있다.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다고 헤드의 지시가 불명확하면, 팀원들만 고생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생각하는 시간'은 '적금'과 같다. 지금 쓰고 싶은 10만 원을 아끼면 나중에 돈이 필요할 때 문제가 없듯이, 지금 생각하는 시간을 통해 업무에 투자한 1시간은 나중에 가족과 보내는 시간 또는 사업과 같은 내 삶을 위한 중대한 결정에 들어갈 시간을 확보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