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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욱 Mar 22. 2019

아들과 함께하는 수학 시간 - "소인수 분해-보충수업"

아빠만 즐거운 수학 시간

얼마 전에 소인수 계산과 관련하여 장문의 설명을 했었다. 그런데 자꾸 질문을 받다 보니 결국 모든 질문의 핵심 요지는 다음과 같았다.


"아빠, 도대체 수학은 왜 배우는 거예요?"


답은 간단했다. 인생에 도움이 되니까. 나중이 되니 미분 적분도 도움이 되더라. 확률은 말할 것도 없다. 로또는 확률이다. 기본적으로 자동차의 연비는 미분이다. 요즘 핫한 머신러닝은 편미분 비용 함수가 핵심이고. 그런데 수학의 기초로 내려갈수록... 답이 단순해진다. 그냥 해놔 인생이 편해져. 


뭔가 더 고차원 적이고 설득될 만한 답변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문득 떠올랐다. '수학은 게으른 사람이 더 게으르고 편하게 살려고 만든 거야' 정말 그런 것 같다. 곱하기는 무엇인가. 결국 여러 번 더하는 게 귀찮아서 만들지 않았겠는가? 나누기는 여러 번 빼는 것이 귀찮아서였을 것이고. 합동은 무엇인가. 하나하나 맞춰보고 길이 재볼 필요 없이 삼각형은 3가지 요소, 사각형은 5가지 요소가 같으면 합동이라고 정의하고 합동이니까 같은 것이고 더 볼 필요도 없다는. 아 진짜 진리인 듯싶다.


뭔가 공부하는 게 귀찮은 아들에게 '게으른 자를 위한 학문. 수학' 너무 매력적이지 않겠는가?

그러나 아들에게 공부를 가르치면서 '넌 공부에는 게으르니 수학이 적성에 맞아'라고 하기에는 교육자적(?)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그냥 보충 수업으로 들어가야겠다.


"아들아, 헷갈리고 이해하기 어려운 소인수 분해. 확실히 이해하는 방법을 알려줄게"

"응? 어떻게요?"


"우선 소인수 분해를 정의해 보자"

"!"


"소인수 분해에 대해서 네가 알고 있는 것을 설명해 볼래?"

"음... 나누어지는 수... 약수로 곱하기로 표현한 거?"


"소인수분해를 조금 쉽게 표현하면, 숫자를 쪼개고 나누어서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숫자의 곱으로 나타낸 거야"

"글자 그대로 말해보면 소수로만 표현된 숫자의 곱이고, 반대로 얘기하면 숫자를 분해해서 소수가 될 때까지 계속 분해하는 거야"


"그런데 분해한다는 말이 잘 이해가 안 가요"


"그럼 이렇게 이해해 보자. 아들이 좋아하는 레고 블록 있지? 레고 블록은 비슷하지만 색이나 모양이 다른 여러 가지 블록을 결합해서 하나의 모양을 만들잖아?"

"네"



"블록으로 쌓아 올린 도형이 있다고 하자. 우리는 이 도형을 가지고 소인수 분해에 대해 알아볼 거야"

"이 블록을 한 번 보고 설명해 볼래?"


"삼각형 모양으로 쌓으려고 했던 것 같고. 빨간색 2개와 파란색 3개로 된 것 같아요"


"그래 만약, 빨간색 블록을 3이라고 하고, 파란색 블록을 2라고 할 수 있을까?"

"음 좀 이상하지만. 그렇게 해도 될 것 같아요"

"자 그럼 숫자 2 세 개와 숫자 3 두 개로 이루어진 숫자는 72라고 할 수 있을 거야"

"?"


"소인수 분해는 더 이상 나눌 수 없을 때까지 쪼개가 나눠서 그 숫자의 곱으로 나타낸다고 했잖아? 수학에서는 결합의 의미를 말할 때 곱셈으로 많이 표현을 해. 그리고 물리학과 화학에서도 그렇게 표현하고. 곱셈은 화학적 결합에서 많이 쓰는데 너무 복잡한 얘기는 나중에 네가 커서 알아서 이해해 보도록 노력하는 것으로 하고. ^^"


"72를 소인수 분해하면 어떻게 되지?"

"2... 나누면 36이고... 또 2 나누면 18이고... 3으로 나누면 6이고 6은 2와 3이니까... 2의 4 제곱 곱하기 3의 제곱 (2^4 x 3^2)"


"응 맞아 오늘은 이게 숫자를 나누고 쪼갠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그리고 나누는 숫자와 몫이 어떻게 인수가 되는지 또 나누는 숫자와 몫을 곱하면 항상 원래의 숫자 즉 나누어지는 수가 나오는지 같이 알아볼 거야"

"네가 계산한 것처럼 72는 2의 4 제곱 곱하기 3의 제곱 (2^4 x 3^2)으로 표현이 돼. 이 분해한 소수의 곱들은 약수로도 쓰일 수가 있어. 약수가 뭐라고 배웠지?"


"어떤 숫자를 약수로 나누었을 때 나누어 떨어지는 수요"


"응 맞아. 나누어 떨어진다는 것은 뭘 의미하지?"

"나머지가 없고 몫만 있는 거죠"


"그래 바로 그거지. 72를 9로 나누면 8이 몫으로 나오고 나머지가 0이지. 그래서 9가 약수가 되는 거지. 여기서 8도 약수가 돼. 그렇지?"

"네 맞아요"


"그래서 지난번 아빠가 약수에 대해서 알려줄 때, 아빠는 작은 수부터 차례대로 약수를 구하기보다 좀 다르게 한다고 했었지? 72를 예로 들어본다면 1과 자기 자신은 항상 약수가 되니까. 1, 72, 2, 36, 3, 24, 4, 18, 6, 12, 8, 9"

"네 그랬던 것 같아요"


"자 이 약수들은 모두 소인수의 곱으로 표현할 수 있고, 이 모든 약수들의 소인수는 원래 숫자 72의 소인수의 곱의 조합으로만 나와"

"?"


"자 살펴볼게. 72의 소인수는 (2^4 x 3^2)라고 했잖아? 위에 블록에서 나온 것처럼 2라는 블록이 4개고 3이라는 블록이 2개고"

"네"

"그럼 72라는 블록은 2라는 블록으로도 나눠지고 2x2라는 블록으로도 나눠지지. 여기서 결합은 곱하기로, 분리는 나누기로 생각하자. 그렇게 생각하면 72라는 블록에는 2라는 블록 하나로도 나눠지고, 2라는 블록 2개로도 나눠지고, 2라는 블록 하나와 3이라는 블록 하나로 결합된 블록으로도 나눠지는 수인 거야"


** 블록으로 소인수가 숫자의 구성요소임을 알려주려다가 난관에 봉착했다!! **


"음... 아빠 일단 아빠 말씀은 이해가 되는데요. 결합이 곱하기라는 것이, 더하기와 개념이 헷갈려요. 더한 것도 결합으로 볼 수 있지 않아요?"


"아들, 소인수와 곱하기를 알려주려다가 더하기를 헷갈리게 만들었네 아빠가... ^^;;"

"이렇게 생각해 보자. 더하기는 이런 느낌이야. 꼭 붙여 놓은 블록이 아니라 그냥 늘어놓은 블록의 개념으로 생각해봐. 더하지만 서로의 성질이 바뀌거나 하지 않아. 결합을 했다는 건 한 몸이 되었다는 거야. 그래서 더하기로 이루어진 건 각각 곱해줘야 하지만 곱하기로 이루어진 숫자는 한 번만 곱해주지."


"예를 들어볼게~"

"(2+3) x 2 =?  얼마일까? 이거 계산해 볼래?"


"5 x 2 니까 10이잖아요! 이렇게 쉬운걸 하하하"


"좋아 그럼 (2 x 3) x 2 =? 얼마일까?

"12지요. 6 곱하기 2니까요."


"자 그럼 (2 + 3) x 2를 다시 풀어보면 (2 x 2) + (3 x 2)가 돼. 이거는 이해돼?"

"어... 맞네요!!"


"이렇게 더하기로 되어 있는 아이들은 한 번씩 따로 곱해줘야 해. 왜냐하면 붙어있지 않거든. 블록으로 치면 단단하게 결합해 놓은 아이들이 아니라는 거야. 그래서 블록을 주려면 결합된 블록은 한 번에 한 블록만 집어서 주면 되지만, 결합되지 않은 블록은 하나씩 집어줘야 하는 거랑 똑같아"

Emmie Norfolk on Pixabay


"그래서 더하기로 계산되는 녀석들은 더 큰 숫자와 한 몸이 되어 구성요소가 되는 게 아니라 따로 놀거나 완전히 다른 녀석이 되는 거야. 그래서 더하기는 분리해 내는 게 어려워. 이건 좀 느낌적인 느낌으로 표현한 거니까. 곱하기와 더하기의 성질, 그리고 소인수 분해에서 곱하기와 나누기의 의미를 이해했다면 이제 좀 그냥 넘어가자... 부탁이야... :)"

"음... 어떤 느낌인지는 알겠어요. 하하" 


** 이제 다시 소인수로 복귀 **

 

"이제 다시 소인수로 넘어와서. 약수 중에서도 생각해볼 만한 개념이 하나 있어서 얘기해 보자"

"우선 모든 약수 중에서 1은 어떻게 표현이 될까?"

"1은 그냥 1 아니에요?"


"1도 소인수로 표현을 하는 거야. 수학은 예외사항이 많아지는 걸 좋아하지 않아."

"그런데 1을 어떻게 소인수로 표현해요? 가장 작은 소인수가 2인데... 2보다 작잖아요?"


"2^0 x 3^0이지."

"에이 그런 억지 가 어딨어요? 지수가 0이 돼요?"


"응. 네가 그걸 모르니까 지금 보충 수업하고 있잖니?"

"^^;;"


"그래서 72의 모든 약수는 72가 갖고 있는 소인수의 범위 내에서 다 표현이 돼"

"와.. 진짜요?"


"어디 한 번 볼까?"

"네"

"이렇게 모든 약수는 원래 숫자를 이루고 있던 소인수의 곱의 범위 안에서 모두 구할 수 있어. 약수의 원리도 사실 소인수의 곱에 바탕을 두고 있고. 이 소인수의 원리를 알면 2, 3 이렇게 작은 인수부터 무조건 나누면서 약수를 구하고 나중에 다시 검산해야 하는 그런 번거로움도 줄일 수 있지"


"음.. 조금 더 명확한 것 같아요"


"사실 분해해서 소인수의 곱으로 표현한 모든 숫자는 마치 신체검사할 때 '엑스레이'검사해서 보는 결과와 같아. 몸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뼈는 몇 개인지, 근육은 어떻게 붙어 있는지 그 구성요소를 다 알 수 있지. 그리고 우리 몸의 설계도인 DNA도 결합구조로 되어 있고, 물도 작게 쪼개면 물이라는 성질을 가진 최소 단위 H2O라는 물 분자가 나온단다. 수소 2개와 산소 원자 1개가 결합해서 물이 되는 것과 같이 이 모든 세상의 물질과 개념은 이런 작은 최소 단위의 결합으로 이뤄져 있어"

<H20 (물분자) - 수소 원자 2개와 산소 원자 1개로 이루어져 있다>
<원소 주기율표 - 세상의 모든 물질은 이런 기본 원소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람의 몸의 구조와 DNA 나선형 구조 - 가장 작게는 DNA의 정보에서부터 크게는 뼈와 살로 사람의 몸은 구성되어 있다>

"같은 방법으로 네가 지금 공부하는 소인수라는 개념은 '이 숫자는 어떤 녀석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거지?'라는 궁금증을 한 번에 풀어 줄 수 있고, 약수, 공약수, 최소공배수, 약수의 개수 등 많은 수학의 기본 내용을 하나의 원리로 이해할 수 있고, 앞으로도 굉장히 많은 수학 계산들을 틀리지 않고 빠르고 편하게 풀어낼 수 있게 만드는 중요한 개념이 바로 이 소인수 개념이란다."


"아.. 약수의 개수 구하는 것도 배운 것 같아요. 지수에다가 1을 더한 값끼리 곱하면 그 숫자가 나온다고... 2의 지수가 3이고 3의 지수가 2가 되니까 약수의 개수는 12개..."

"이그... 그런 거 외울 필요 없어. 오히려 원리와 정의를 더 정확히 외우고 익히는데 집중하는 게 좋을 것 같네. 이렇게 소인수로 약수를 구하는 기본 개념을 알고 있으면 약수의 개수 12개를 구하는 건 몇 초 밖에 차이가 안 날 거야. 만약 문제 유형 한 개마다 한 개의 공식을 외워야 한다면 아빠는 수학 공부 못했을 거야."


"수학은 원리를 이해하고 암기가 중요하지만 정의를 파고들고 규칙을 찾아내서 다른 분야에 적용하는 걸 연습하는 게 훨씬 중요한 거야. 원리와 정의에 집중하고 이런 공식과 정의가 왜 나왔는지 궁금해하는 아들이 더 멋질 것 같아"


"새로운 걸 배웠다고 생각하면 또 아빠에게 찾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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