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제품 만들기에 도전!
( 이 글은 지난 글 에서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
시간은 흘러흘러 2022년 7월이 한창이었다. 날씨는 생각보다는 덥지 않았고 비가 엄청 많이 왔다. 비와 관련된 여러 사고들이 있어서 약간은 침울했던 시간이었다. 다행히 우리는 재택을 병행하고 있어서 비가 많이 오는 날엔 집에서 일에 몰두했다. 무엇보다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 자리를 받아 같이 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주 좋았다. 당시는 지금만큼 느끼진 못했지만 사무실 사용 혜택이라는 것은 정말이지 소중한 일이다. 목동 청년창업사관학교 창 밖의 풍경이 정말 좋았다. 일하다 머리가 지끈거릴 때면 창 밖을 보기만 해도 조금은 마음이 시원해지는 기분의 공간이었다.
이전 프로젝트들의 시행착오를 통해서 우리 팀은 다짜고짜 제품을 만들어내기보다는 누가 어떻게 사용할 지 조금 더 많이 관찰한 다음, 구체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제품을 만들어보자 싶었다. 우리는 이번에는 친환경 제품을 만드는 회사를 고객으로 정했다. 우리의 가설은 ‘친환경 제품을 만드는 회사는, 자신의 제품에서 발생하는 탄소발자국을 알고 싶을 것이다’ 였다. 그래서 당시 공개된 환경성적표지 DB 기반으로 탄소 저감에 도움이 되는 항목을 체크할 수 있는 설문을 만들고 그 결과를 바로 다운로드할 수 있는 이미지로 만들어주는 간단한 계산기를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탄소발자국’을 계산할 수 있는 것에 사람들이 관심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했다.
이전에 1달 정도의 개발 기간을 가지고 고객들과 소통했을 때, 팀에서 간단하게 증명하고 싶은 가설을 위해 1 달이라는 시간은 길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이번엔 약간 허술한 부분이 있을 수 있어도 2주 정도만에 제품을 만들고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가면서 발전시켜 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막상 제품을 만들고 나니 우리 팀이 제품에 크게 만족하지 못했다. 팀 내부에서도 ‘이걸 누가 사용할까?’ 이런 분위기가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철판을 깔고 사람들에게 막 써보라고 했을 텐데, 당시엔 굉장히 멋진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욕심이 있었던 것 같다. 첫 번째로 기술적인 준비가 부족했다. 당시에 탄소발자국 계산을 위해 준비한 제품 종류가 많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몇몇 고객에게 제품을 소개했을 때도 ‘아 우리 제품은 해당하는 품목이 없어요’와 같은 반응이 나왔다. 두 번째로 빨리 만들다 보니 제품 사용성이 좋지 않았다. 이미지를 업로드하는 기능도 잘 구현되지 못했고 마지막에 다운로드하기도 종종 에러가 발생했다. 당시에 큰 기억이 없었던 것으로 보아 약간은 흐지부지하게 프로젝트를 끝냈었던 것 같다. 첫 번째 제품처럼 본격적으로 지인이나 고객에게 아웃바운드로 알리지도 않았다.
7월과 8월에는 회사의 생계를 위해 벌려놓은 일들의 양이 생각보다 많았다. 그래서 다 같이 열심히 일을 했다. 다시 돌아보니 그 양이 상당했는데, 모여서넷제로 프로젝트(종로구민들과 함께하는 탄소 저감 챌린지 앱), 갑자기 교육 업무가 들어와 교육 준비, 팝업스토어 준비 등등... 이런 일들과 함께 제품을 만든다고 한 두 달 열심히 달렸더니 그 반동으로 전체적으로 속도가 느려지기도 했다. 당시 12월에 있을 팝업스토어를 위해 상품 소싱도 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당시는 12월이 아니라 9월 목표였지만 미뤄졌다) 여름이니 잠깐이나마 휴가도 다녀와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제품 개발에 시간을 내는 일은 정말 힘들었다.
왼쪽부터 1. 갑작스런 MVP 프로토타이핑 강의 2. 모여서넷제로 워크숍 3. 모여서넷제로 신규개발 미팅
왼쪽부터 1. 상품 소싱을 위한 비건 페스타 구경 & 영업 2. 팝업스토어를 위한 브랜드 대표님 인터뷰 촬영
그러다 보니 8월이 지나갔다. 청년창업사관학교 프로그램을 수행하다 보니, 발표를 할 일도 많았다. 여태까지 우리가 만든 제품을 포장해서 사람들에게 발표하는 일도 했다. 대체로 피드백은 ‘탄소 상쇄’ 라는 어렵다. 시장이 있는지 모르겠다. 였지만 우리 팀은 피드백의 의미를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 같다. 상쇄를 쉬운 표현으로도 바꾸지 못했고 실제로 상쇄를 하고 싶은 기업 고객도 찾지 못했다. 이때부터 ‘어떻게 해야 제품을 더 잘 만들까’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고민을 시작했다. 두 번의 실패는 뼈아팠고 시간은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