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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시 Jun 08. 2022

안아주는 것

온기를 나누다 

몇 년 전, 우리는 각자 쓸쓸해진 일로 만나 술 한 잔을 나눴다.  

“기억나? 중국 배낭여행 때 징홍 고산족 마을에서 바람 송송 들어오는 나무집에서 잤던 거.” 


집 밖 무수한 별의 잔상을 끌어다 행복하게 눈을 감았던 일이 생각났다. 20대 초반 첫 배낭여행은 두려웠으며, 서툴렀고, 낯설었다. 친구가 있었기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 불편했지만 포근한 기분으로 잠들었던 그 날의 기억. 공 하나로도 천진했던 동네 아이들을 만났고,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걸 오랫동안 인사했다. 우리를 재워줬던 열일곱 살의 ‘옌’은 화장실 대신 풀숲 어딘가의 지점을 알려줬다. 아쉽고 아쉬워 더 있다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을 땐, 마침 비가 쏟아져서 버스가 끊겼고, 옌네 가족들과 더 진득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때 무수한 별빛이 잊히지 않아. 많은 밤하늘의 별을 봤는데, 그곳은 유독. 우릴 살뜰히 보살펴줬던 ‘옌’네 가족도 생각나고. 돌아갈 때 우릴 안아줬잖아. 또 보지 못할 것처럼.” 


아마도 별과 안아줬던 그 온기가 더해져 친구는 오래 기억했으리라. 먹먹한 기분으로 헤어지려는 찰나, 친구는 나를 가만히 안아줬다. 지구에서 가장 따뜻한 별을 만났던 순간이었다. 

그 후로 누군가의 어깨가 축 처져 있으면 가까웠던, 먼 사이였던 온 마음으로 안아준다. 상대방이 슬픔에, 힘듦에 고요히 떨고 있는 몸을 가만히 토닥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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