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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선진국인 미국은 엑셀러레이터, 엔젤투자, 벤처기업, 크라우드 펀딩(킥스타터, 인디고고)이 매우 발달한 민간 주도형 창업 환경을 가지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투자유치를 위해 네트워크 파티, 데모데이가 주기적으로 개최되고, 클라우드 펀딩만으로 시제품 제작에 필요한 수백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스타트업이 EXIT을 위한 M&A 시장도 매우 활성화되어 있다.
FANG(Facebook, Amazon, Netflix, Google)이라고 불리는 글로벌 공룡 기업의 탄생 배경에는 성숙한 미국의 민간 주도형 창업 환경이 뒷받침된다고 볼 수 있다.
반면 국내 창업 환경은 과거 벤처 버블(2000년~2001년)의 아픔이 아직 남아있는지, 자연스러운 민간 주도형 창업 환경이 아닌 의도적인 정부 주도형 창업 환경의 성격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스타트업의 마케팅, R&D, 수출, 고용, 투자 등 창업에 필요한 대부분을 지원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 결과 국내 투자환경을 살펴보면 창업 초기 기업의 엔젤 투자는 미흡하고, 벤처캐피털은 이미 검증된 기업을 대상으로 보수적 투자를 하는 경향이 강하다. 또한, 클라우드 펀딩은 하이테크 제품 제작을 충당하기에는 자금 조달 여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는 회수 시장인 IPO, M&A가 활성화되지 않는 것에도 비롯되지만 의도적인 정부 주도형 창업 환경의 특징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스타트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국내 창업 환경을 충분히 이해해야만 미국 스타트업과는 다른 방식으로 경영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그간 국내 스타트업 창업에 걸림돌이 되었던 각종 규제들은 완화되고 IOT, VR, AR, AI 등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R&D 지원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R&D 지원 확대는 국내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는 희소식이다. 훌륭한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많은 자금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소위 성공 기업이라고 불리는 기업 중 정책자금 수혜를 받지 않은 기업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누구보다 정부 정책을 잘 이해하고, 철저하게 준비하였기에 지금의 성공 기업 반열에 올라가 있는 것이다.
R&D 기획 컨설턴트 입장에서 R&D 지원사업 참여는 스타트업이 생존을 위한 핵심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필드에서는 굳이 통계적 수치를 살펴보지 않아도 R&D 지원사업에 성공적으로 참여한 기업의 생존율이 높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R&D 지원사업에 성공적으로 참여해 시제품을 제작하고 특허를 출원했다면, 사업화를 위한 설비 구축, 마케팅, 글로벌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추가 자금 조달이 수월할 것이다. 반대로, R&D 지원사업 참여에 실패한 기업은 제품 출시 타이밍을 놓치거나 자금조달에 불필요한 매몰비용이 발생하여 제대로 된 사업을 영위하기 어렵다.
이렇듯 국내 창업환경에서 R&D 지원사업 참여는 단순히 시제품 제작 비용을 지원받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정책자금은 크게 융자와 지원으로 나뉜다. 융자는 상환 의무가 있는 자금조달 방법으로 낮은 금리의 유리한 상환조건을 가지고 있다. 지원은 상환의무가 없는 정책자금으로 일정 비율의 자기 부담금(10~30%)만으로 필요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창업 스타트업이 시제품 개발에 필요한 자금 조달을 계획하고 있다면 당연히 상환 의무가 없는 후자의 방식을 1순위로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자금 조달 방법 중 투자도 상환 의무는 없지만 이익을 공유하고 지분을 제공해야 한다. 창업 초반에 기업 가치가 크지 않다면 적은 투자 금액으로 많은 지분을 내주어야 할 수도 있다. 국내 창업 환경은 앞서 정부 주도형이라고 설명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투자를 받지 않아도 된다. 마케팅 목적이거나 글로벌 시장 진입을 위해 빠른 성장이 불가피하다면 거액의 투자 방안을 고려할 수 있지만, 그 외에는 국내 다양한 지원사업을 먼저 확인해보는 것이 기업에게 훨씬 유리할 수 있다.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을 버틸 수 있는 경영자의 인내심과 자금력이 받쳐줘야 한다. 국내 스타트업은 대부분 죽음의 계곡(평균 창업 3년~5년 차에 오는 자금 경색 시기)을 버티지 못해 실패할 확률이 70%가 넘는다.
그렇기 때문에 죽음의 계곡을 맞이하기 전 스타트업은 R&D 지원사업 참여를 고려해야 한다. R&D 지원사업에 성공적으로 참여하여 시제품 제작에 성공한다면 사업화를 위한 후속 지원사업을 통과할 확률이 매우 높다.
정책자금은 나라의 세금으로 지원되기 때문에 불확실한 모험보다는 안전한 투자처를 선호하는 보수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 정부에서는 R&D 지원사업 참여만으로 이미 기술력이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이미 검증된 스타트업에 지속적인 지원을 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스타트업이 시제품 제작 후에 사업화를 위해서는 마케팅, 판로개척, 고급 인력 채용, 글로벌 진출, 신제품 기획 등 많은 자금이 소요된다. 배달의 민족, 여기어때, 소카 등 국내 유명 스타트업처럼 수백억 원을 투자받으면 좋겠지만, 확률은 1%도 되지 않는다.
현재 유명해진 스타트업 역시 정책자금의 수혜를 받으면서 성장해 왔고 그 결과 큰 규모의 투자 유치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나라 창업 환경의 특성상 정부에 처음 신뢰를 쌓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한 번 신뢰를 쌓으면 성장을 위한 추가 자금 조달은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스타트업 창업 멤버의 업무는 보통 하나에만 국한되지 않고 2~3가지를 겸하기 때문에 내부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면 효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하지만, 창업 초기에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어려운 일이다.
스타트업 초기에는 시제품 제작 업무가 70% 이상을 차지한다. 이때, 자체 개발이 아닌 R&D 지원사업을 통해 시제품을 제작한다면 자의반 타의반으로 내부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창업자들은 R&D 지원사업의 단점으로 불필요한 행정 절차가 매우 많다고 토로한다. 경험이 부족한 창업자의 입장에서 처음 접해보는 R&D 사업 시스템이 매우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R&D 지원사업을 수십 년 간 수행해온 만큼 과거의 불편함을 매년 보완하면서 현재의 시스템을 완성하였다.
2~3차례 사업 참여를 통해 시스템을 경험해 보면 효율적인 R&D 활동과 스타트업의 특허 권리 보호를 위해서 비교적 잘 만들어 놓았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사업 참여에 필요한 선행 연구 조사, 연구 개발 사업계획서, 정량적 목표 설정, 연구개발 네트워크 구축, 연구노트 작성, 연구소 관리, 연구비 관리, 특허 출원 등 R&D 지원사업에 참여하면 다양한 행정적인 절차가 수반된다. 처음에 힘들었던 절차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학습효과에 의해 조금씩 내부 시스템으로 구축된다면 한결 업무가 수월해진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다만, R&D 지원사업 시스템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밀린 숙제 하듯이 한다면 효과가 미비할 수 있고, 그 작업은 언제나 고통스러운 일이 될 수 있다.
스타트업에서는 처음부터 업무분장 및 기획을 명확히 해야만 기술기업으로 제대로 된 자체 R&D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R&D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것만으로 스타트업은 직, 간접적인 마케팅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구매 조건부 R&D 지원사업은 대기업, 공기업에서 중소기업 제품을 구매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으로 사전에 고정 매출처를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정부에서 인정한 기술이라는 점을 활용하여 SNS을 통해 사전 예약을 받거나 B2B, B2G 영업 및 글로벌 시장 진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R&D 지원사업에 참여하기 전 취득한 기업부설연구소, 벤처기업 인증과 R&D 지원사업 참여 후에 취득하는 특허, 실용신안은 기업의 기술 자산이자 훌륭한 마케팅 도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