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갔다.

by 마루

어느 날 무작정 버스를 타고 산으로 갔다.

아니 절에 갔다.

그냥 그날은 가고 싶었다.

그래서 갔다.

나는 특정 종교를 믿는 종교인은 아니다.

그냥 사찰에 가면 그 조용한 편안함을 좋아할 뿐이다.

내가 간 곳은 우리 지역 대표 사찰에 해당하는 곳이다.

출입구는 두 곳인데 먼저 나오는 입구로 가는 게 평지였던 기억이 있어 버스에서 내렸다.

근데 내가 정말 오랜만이었나 보다.

결코 평지가 아니고 결코 금방 도착되는 길이가 아니었다.

날씨가 겨울치곤 포근해서 걸어가는데 땀이 나기 시작했다.

버스에서 같이 내린 외국인 여성이 동행 아닌 동행이 되어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다.

절 본당에 진입 전에 있는 외부 부처님부터 보러 높디높은 계단을 올랐다.

나의 체력은 역시 저질이었다.

계단이 생각보다 많아 내려갈까 하고 뒤를 돌아보니 아찔하다.

그래서 그냥 앞만 보고 올라갔다.

편한 길 두고 참 고생이다, 미련하게.

정말 큰 부처님은 약사여래부처님이다.

열심히 절했다.

참고로 나는 절에 가면 절하고 성당 가면 미사 드리고 교회 가면 예배 드리는 이상한 사람이다.

그러면서 큰 믿음은 없고 그 종교에 예를 하는 것이다.

엄마가 말씀하신 절에선 제일 어른이 부처님이니 당연히 인사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절하란 말씀에 동의하는 바이라.

모친과 동생 좀 굽어 살펴주소서.


다시 길을 나서 본당으로 갔다.

본당 마당에 올라가기 전 입구 마당이 있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그냥 너른 마당 같았던 곳에 부처상이 여기저기 놓여있고 그 앞마다 불전함이 놓여있다.

절이 아니라 시장바닥 같다.

이게 무슨 난리인가.

아무리 종교가 변질되어도 이래도 되는 건가 허탈했다.

절이 장사하는 곳처럼 변해있었다.

서글픈 현실이다.

계단을 올라 대웅전으로 향했다.

대웅전 앞에 고양이 두 마리가 엎드려 쉬고 있었다.

사람들을 피하지도 않는 것 같았다.

대웅전에 들어가 부처님께 인사드리고 나오니 다른 사람이 고양이에게 말을 시키고 있는데 얘들은 관심 없다.

그냥 볕을 쬐고 나른하게 쉴 뿐인 듯하다.

그래 너네가 옳다.

대웅전이라도 기억 그대로라 다행인가 싶다.


다시 길을 나서 다른 출입구로 향했다.

나갈 때는 그쪽 길이 편하고 짧다.

버스 정류장도 바로 있고.

입구 나오기 전 중간중간 무슨 기념관을 짓는다고 공사 중이다.

예전 휴게소 매점 자리였던 거 같은데.

모든 게 돈, 돈이다.

교회도, 절도 돈이 먼저인 세상이 된 거다.

예전의 안온함이 사라져 간다.

입구에 서 있는 사천왕상에게 속으로 조용히 말을 걸어본다.

절 좀 제대로 지키시라고.

이게 뭐냐고.

과연 부처님이 절에 있는 게 맞긴 한 걸까.

나는 종교인이 아니라 늘 이렇게 불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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